며칠이 지나도 나의 기분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일을 겪은뒤 은영아빠도 풀죽은 모습으로 생기를 잃어버렸다.
은영아빠의 그런 모습을 내마음은 더 무겁고 미안한 마음으로 한없이 괴로웠다.
눈물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고 참았지만,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물샘에선 눈물이 끝없이 찔끔찔끔 새어나왔다.
나때문에 힘들어하는 은영아빠가 너무 안쓰러웠다.
이번 힐링캠프에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꼭 풀어야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드디어 힐링캠프 시작...
너무도 절박했던 나는 오늘 준비된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해도 되겠냐고 부산팀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고맙게도 부산팀들은 나에게 선뜻 시간을 내어주었다.
뭔가가 꽉 차서 터질 것만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채 힘들어만 하고 있던 나....
이번시간에 콸콸콸콸 시원하게 풀어놓으리라 다짐하고 단감자님이 주관하시는 대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감정접촉이 되지 않았다.
전혀 몰입이 되지 않는 거였다.
이렇게 답답하고 힘들어서 죽을 지경인데, 왜 이런거지??
다른 사람들이 양보한 이 귀한 시간에 도대체 내가 왜이러는 거야....
이번에도 안되면 나는 어쩌지??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로 머리속이 복잡해 졌다. 눈앞이 깜깜했다....
십대의 미정이와 이십대의 미정이를 보니 어떻냐고 물으시는데,
나는 남같아요... 하고 대답했다. 내자신을 보고도 남이라니... 휴~~~ 한숨만 나왔다.
부끄럽기도 하고 답답하고 난감하기만 했다.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만 싶었다.
누구에게 이야기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첫번째(1회차) 힐링캠프때는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하고 내자신이 나를 안아주고 위로하는 장면에서 난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그저 어색하고 어정쩡하게 그렇게 끝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때는 드라마라는 개념을 현실과 분리를 시키지 못했었다.
셋째언니와 엄마는 내곁에 없으니... 불러낼 생각 조차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7회차 힐링캠프에서는 달랐다.
나를 아껴주고 잘 이해 해주는 셋째언니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고 위로도 받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껏 목놓아 울고도 싶었다. 내마음을 알아주는 언니 품속에서...
감정접촉이 안되고 몰입이 안되던 찰나...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냐는 단감자님의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셋째언니요....
드라마는 현실과 다르다...
저세상 사람일 지라도 내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미운 사람에게 욕하고 따질 수도 있고, 흠~~씬 두들겨 패줄수도 있다. 마음이 풀릴때 까지...
셋째 언니를 불러 내는 순간 나는 내가 참아왔던 서러움과 내말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 만으로도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목놓아 울었다... 그렇게도 사무치게 그리웠던 언니 앞에서...
엄마가 집에 없었을때도 언니는 나를 위해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었으니까...언니라면 내 마음을 알아 줄꺼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내가 얼마나 아프고 외로웠는지, 내가 얼마나 비참하고 암담했는지를...
이런 믿음이 생기니까 나는 마음껏 편하게 나는 목놓아 울었다.
이때까지 억울했던 내심정을 한명씩 불러내서 차례로 따졌다.
내옆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까...
내가 밀릴때는 언니가 속 시원하게 나무라며 내편을 들어주었다.
내가 말할때는 동생이라고 씨알도 안먹히더니, 셋째언니가 나무라니까 할말이 없는지 말문히 막힌다.
헤헤헤~~ 고소했다. 대리만족...ㅋㅋㅋ
몇명을 차례로 불러내고 할말을 좀 하고나니 속이 후련~~하긴 했다.
비록 현실과는 다를 지라도... 내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리던 셋째언니와 엄마를 만나서 괌으로 여행을 갔다.
거기서 살아생전 엄마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 보았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나는 너무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해 볼 수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지럽고 복잡하고 서러웠던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 진것 같았다. 어느정도 정돈된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함께 울며 내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사람들이 고마웠다.
힐링캠프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과 남편은 세상모르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
집에 올라오는 길에 슈퍼에 잠깐 들러서 캔맥주를 한병 사서 식탁에 앉아 혼자 쭉~~들이키고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인 다음날 퇴근시간에 은영아빠가 골프 연습장프로들과 저녁을 먹고 오겠다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기분전환도 필요 하겠다 싶어서 그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밥만 먹고 빨리 오는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 가는데도 집에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술한잔 하고 좀 놀다 오나보다... 하고는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자고 있던 도중에 아는 언니에게 전화가 와서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었다.
일요일에 애들 데리고 가기로한 부곡하와이 사이트에 회원가입 하면 20%할인을 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귀찮았지만 컴을 켜서 회원가입을 하고 일어서서 거실로 나가려는데 은영아빠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대문 앞에 도착 한것 같은데 빨리 들어오지 않았다. 열쇠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나보다.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는지....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인사불성이 되도록 먹고 오지는 않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영아빠... 눈은 풀릴데로 풀리고 몸도 못가눌 정도로 비틀거렸다.
나는 어느정도 풀려서 한결 나아졌는데 은영아빠는 여전히 힘들고 지쳐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나때문에 이사람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구나...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왜 이렇게 늦었냐며 은영아빠를 안아주었다.
필름이 끊어진것 같아 보였는데도 내가 안아주니 좋아했다. 조금은 마음이 풀어진것 같았다.
이리 와보라며 나를 안아주었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마음이 쓰렸다.
다독거려서 옷을 갈아입힌 다음 잠을 재웠다.
한없이 작아보이는 은영아빠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일요일 아침...
하루 휴가 주겠다며 집에서 혼자 푹~쉬라고 하고 애들 데리고 부곡하와이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와 애들 재워놓고 텔레비젼 앞에 나란히 누워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했다.
은영아빠는 전날 저녁에 어떻게 집에 왔으며 잠자리에 들었던 일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싶었다.
은영아빠의 마음을 빨리 풀어주고 예전처럼 웃으면서 지내야겠다.
첫댓글 아로미님이 이렇게 오랫동안 미정이를 만나주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접촉 또한 쉽지 않았지요. 그래도 진심을 아는지 미정이의 수십년 쌓인 감정들이 터져나올때 정말 기쁘고 감사했어요. 나와의 행복한 조우였지요. 계속 느껴주고 만나주세요. ^^
그랬군요..그랬군요..아로미님...언니랑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가 님마음속에만 있었으니...그 마음속 이야기 끌어내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아로미님~~~응원 보내 드립니다.그리고 공간도 시간도 떨어져 있지만 꼭 안아 드리고 싶어요.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