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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아들아…존경해요 아버지" LG 이순철 감독 아들 이성곤 중학교 스타 고교 초특급 투수 유원상 아버지는 유승안 |
◇아들 성곤에게 타격지도를 하고 있는 LG 이순철 감독. |
◇유승안 전 한화 감독(왼쪽)과 아들 원상. |
◇김성근 전 LG 감독(왼쪽)과 아들 정준. |
"아들아, 나의 뒤를 따르라."
'가업'을 이어받는 것은 기업이나 음식점 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판에도 있다. 아버지의 뛰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그 아들이 종종 아버지의 뒤를 잇는다. 삼미 청보 롯데 감독을 거쳤던 김진영 감독의 아들 김경기(현 SK코치), '데이터 야구'의 김성근 전 LG감독의 아들 김정준(현 SK직원)이 그랬다.
'대물림'은 요즘도 계속 된다. 천안북일고 우완 정통파 유원상은 유승안 전 한화감독의 2세다. 초고교급 투수로 벌써 최고시속 150㎞의 강속구를 자랑, 프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잠신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고교 진로가 초점이 됐던 유원상은 유승안 감독이 한화 감독을 맡자 한화의 연고 고교인 천안북일고를 택했었다.
이순철 LG 감독도 든든한 아들을 두고 있다. 현재 잠신중학교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이성곤이다. 잠신중학교는 지난해 LG배에서 우승을 차지, 이순철 감독의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효자 아들인 셈이다.
부자간에 '피'를 보는 경우도 있다. 한화 백기성 코치는 부자가 팀이 달라 승패를 가려야 하는 프로의 냉혹함을 맛보고 있다. 백 코치의 아들 백승훈은 현재 두산에서 뛰고 있다. 또 한화 직원인 오성일씨의 아들 오리온은 대전고에서 뛰고 있고, 황석중 김호인 심판원의 아들도 야구공을 잡고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공을 치는 혈통을 이어받은 2세들도 있다. 선동열 삼성 감독, 김성한 군산상고 감독의 아들은 골프에 입문했다. 이들에 앞서 조창수 경북고 감독의 딸 조윤희는 프로골퍼로 활약하고 있다. 야구공은 아니지만 공을 친다는 점에서 어쨌든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배구의 강만수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아들 강성호가 신일고 야구부에서 뛰는 등 다른 종목의 2세가 야구 유니폼을 입는 경우도 있다.
'야구 2세'들은 대개 아버지를 닮아 신체조건은 물론 운동신경, 볼에 대한 감각 등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또 아버지가 아닌 '선배'로부터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포지션까지 같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그러나 부자(父子) 야구인들이 첫손에 꼽는 장점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동질감과 일체감이다.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셈이기 때문에 종목이나 포지션이 다르더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 아버지는 과거에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아들에게 깨우쳐 줄 수 있고,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은 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안다'는 사실이 오히려 단점이 될 때도 있다. 부모 입장에선 아들이 힘든 운동을 하겠다고 할 때 만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운동선수의 힘든 생활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학창시절 공부에 전념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누구보다도 확실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 때문에 '부자 야구인'의 탄생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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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군 역시 처음에는 배구를 했다. 분당 송림중학교 1학년때 아버지 권유에 따라 배구부에 가입했다. 하지만 아버지 기대와는 달리 성호군은 배구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고 한다. 강 전감독은 "아이가 배구에 재미를 못 느꼈는지 밥도 잘 안 먹고 항상 시무룩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변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귀가한 성호군이 무심코 야구 얘기를 꺼냈고 아이가 관심있다고 판단한 강 전감독이 '전공'을 바꿔주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서울 경원중학교를 거쳐 잠신중학교로 전학간 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강 전감독은 "야구부에 들어간 뒤에 성격이 명랑해지고 매일 야구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닮아 큰 키(1m90)에 큰 손을 가진 성호군은 투수 출신 정삼흠 감독 밑에서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다. 배구 출신 스타플레이어의 2세들은 대부분 배구 보다는 농구나 야구를 하길 원한다는 게 강 전감독의 증언. "아무래도 프로리그가 활성화돼있는 종목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는 설명도 했다. 야구인들의 경우엔 최근 들어 2세에게 주로 골프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기타 프로 종목들이 대부분 톱클래스에 들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하는 데 반해, 골프는 일단 티칭 프로 자격증만 획득하면 안정적인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스포츠인들은 2세에게 운동을 시키는 경우에 근본적으로 자녀에게 취미가 있는 종목을 택하도록 한다. 또한 자녀들이 향후 직업 스포츠인으로 성장했을 때 재정적인 어려움에 겪지 않을만한 종목을 추천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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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의 메이저리그에는 대를 이어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아들과 아버지가 수두룩하다. 우선 꼽히는게 샌프란시스코의 '홈런머신' 배리 본즈. 본즈의 아버지 바비 본즈는 60. 70년대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메이저리그 14시즌 동안 332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아들이 703개로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55개)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들 부자의 통산 홈런은 이미 1000개를 넘어섰다. 2632경기 연속 출전에 빛나는 '철인' 칼 립켄 주니어(전 볼티모어)도 유서 깊은 야구인 집안 출신. 아버지인 칼 립켄 시니어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 감독까지 역임했다. 아버지가 볼티모어 감독으로 재임할 당시 주니어는 유격수, 동생인 빌리는 3루수로 활약했다. 신시내티의 거포 켄 그리피 주니어도 '가문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아버지인 켄 그리피 시니어는 신시내티와 뉴욕 양키스에서 통산 152홈런을 기록한 스타 출신. 아들과 아버지는 지난 90년 시애틀에서 팀 동료로 함께 선수생활까지 했다. 야구 명가 알루 가문도 빼놓을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펠리페 알루 감독과 팀의 간판타자 모제스 알루는 부자. 아버지는 메이저리그 17년간 통산 2101안타에 타율 0.286, 206홈런를 기록했고, 아들은 현재 배리 본즈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중심타자다. 시애틀의 브렛 분과 뉴욕 양키스 애론 분 형제의 아버지는 개인 통산 1838안타를 기록한 밥 분.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와 아들 데일 베라도 대표적인 부자 야구인이다. 또 스즈키 이치로가 지난해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했던 조지 시슬러와 아들 딕, 데이브 3부자는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조지 시슬러와 아들 딕은 메이저리그 감독까지 역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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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에는 이렇다할 부자 야구인이 드물다. 얼마되지 않는 케이스도 하나같이 '유명인 아버지-별볼일 없는 아들'의 모양새다. '미스터 베이스볼' 나가시마 시게오 일본 대표팀 감독 부자와 노무라 가츠야 전 한신 감독 부자가 대표적인 경우다. 평생 으르렁거리며 살아온 숙적인 두사람의 자식 농사는 붕어빵이다. 아버지의 엄청난 후광속에 프로에 뛰어든 아들은 변변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나가시마 감독의 아들 가즈시게의 출발은 좋았다. 가즈시게는 지난 87년 드래프트 1순위로 야쿠르트에 입단할 만큼 유망주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한 가즈시게는 후보 신세를 면치못하더니 결국 방출의 서러움을 맛봐야 했다. 이후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던 명문 요미우리로 이적했으나 게임 오버. 야구로 성공하지 못한 가즈시게는 은퇴후 준수한 외모를 앞세워 탤런트로 변신했다. 노무라 전 감독의 아들 가쓰노리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가쓰노리는 지난 96년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던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포지션은 아버지와 같은 포수. 하지만 프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물에 콩나듯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던 가쓰노리는 지난 2000년 아버지가 한신 사령탑으로 옮겨가자 함께 가방을 쌌다. 지난해 가쓰노리는 꿈의 구단 요미우리으로 이적했다. 당시 일본의 스포츠전문지들은 요미우리가 노무라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사회인 야구팀 시닥스의 유망 투수를 잡기 위한 방책으로서 그의 아들을 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법. 2군을 전전하던 가쓰노리는 결국 시즌후 전력외 판정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