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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8월 5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805목] 수법도 다양한 백화점들의 불공정 횡포
대형 백화점은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갑'이다. 백화점의 중소 납품ㆍ입점 업체들에 대한 각종 불공정행위가 잦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압박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지자, 수년 전부터는 백화점 업계 스스로 '윤리경영'실천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기획시리즈 '백화점엔 상생이 없다'(8월2~4일자)는 여전한 백화점 횡포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중소 납품ㆍ입점 업체들이 호소하는 백화점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일방적인 판매수수료 인상, 특판행사 참여 및 판촉비용 부담 강요, 부당한 단가 인하, 타 백화점과의 거래 제한, 상품권 구입 및 매장위치 변경 강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백화점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과 물량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너스 수익이 뻔한 제품도 생산한다." "대형 백화점들이 상생협력을 얘기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특히 심각한 게 과도한 판매수수료율이다. 한국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의류제품을 기준으로 대형 백화점 3사의 판매수수료율은 35~38%나 된다. 10만 원짜리 옷 한 벌을 팔면 백화점이 4만원 가까이 가져가는 셈이다. 이 정도 수수료를 떼어주고 이윤을 남기려니, 결국 소비자에게서 폭리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해외 명품과 국내 브랜드에 대한 차별적 수수료 적용, 들쭉날쭉한 수수료율 인상 시기도 문제다. 입점 업체들은 "사실상 백화점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공정위는 한국일보의 보도에 대해 "현재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엄정 처벌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백화점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때마다 정부가 엄벌 의지를 밝힌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횡포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것은 백화점 업계의 불공정행위를 오랫동안 시정명령ㆍ과징금 등의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조치로 가볍게 다뤄온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영세업체들을 '봉' 취급하며 배만 불리는 대형 백화점 업계의 횡포를 근본적으로 뿌리뽑을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806목] 4대강 사업 중단하고 대안 논의 시작하라
민주당이 어제 4대강 사업 금강 구간에 대한 대안을 내놨다. 현재 진행중인 본류 구간의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나머지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지천과 소하천을 살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충남도도 9월말까지 보와 준설에 대한 자체 의견을 정리해 정부에 재검토 협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요점은 세가지다. 먼저 둑을 쌓아 홍수를 막는 데서 벗어나 유역 전체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쪽으로 하천 정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천 주변의 범람원과 습지를 되살리자는 얘기다. 더불어 조경과 자전거도로 등 불필요한 사업을 축소하고 사업비를 지천과 소하천 정비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준설은 필요한 구간만 부분적으로 시행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이럴 경우 충남지역 사업비 1조7130억원 가운데 8800여억원만 지출하고 남는 사업비 중 6900여억원을 지천과 소하천 정비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의 대안이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정리한 뒤 금강 현실에 맞게 사업계획을 조정한 것이다. 특히 지천과 소하천 정비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해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전체적인 밑그림의 수정·보완을 요구한 셈이다.
민주당 안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1야당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의 속도전식 공사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분별한 준설로 낙동강이 흙탕물로 변하면서 부유물질 농도가 3~4배씩 높아지는가 하면 곳곳에서 생태계 파괴와 농경지 침수 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60%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구체적인 대안을 들고 나왔다면 정부·여당이 야당과 마주앉아 대화에 나서는 게 올바른 태도다.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되돌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사회적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현 집권세력은 민심 이반의 원인이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의 해법은 진심으로 야당 등 반대세력과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는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0805목] 민주당, 4대강 반대 거둘 때 됐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는 그제 정부과천청사의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를 방문해 심명필 본부장에게 “큰 틀에서 사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4대강 사업 이행 여부를 분명히 해달라는 국토해양부 공문에 대해서는 자체 4대강 검증위원회가 작업 중이라는 이유로 기다려달라고 하면서도 이 자리에서는 사실상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지방선거 때 4대강 사업 반대 공약을 내걸었고, 당선자 시절에도 “4대강 사업을 중단한 뒤 사업 타당성 환경성 검토를 다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취임 후 “충북의 금강은 낙동강처럼 대규모 보(洑)나 준설 등 운하를 의심케 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별로 없어 논란거리는 적다”며 사업 중단의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정치성 반대 공세만 펴다가는 금강의 물 흐름을 원활히 하고 환경을 가꿀 기회를 놓치고, 결국 지역 주민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6월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는 당선 직후 “4대강 반대는 정치투쟁이고 영산강은 지역 현안사업인데 영산강 사업을 정치논리에 따라서 외면해선 안 된다”며 ‘4대강 사업 절대 반대’라는 당론을 비판했다. 명분에 집착한 당론에 끌려다니지 않고 강 살리기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 주민의 뜻을 수용한 실용정치의 사례다.
이시종 지사가 늦게나마 금강 가꾸기 사업을 수용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도 ‘낙동강 운하 의심’ 운운하는 것은 솔직해 보이지 않는다. 낙동강 사업의 공사 내용을 뜯어보면 결코 운하가 될 수 없다. 준설은 강 살리기의 핵심이다. 보 건설 역시 고도화된 기술로 수량(水量) 확보, 홍수 조절, 환경 살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제 야당도 4대강이 제대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협력하는 편이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다.
같은 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부 공문에 대한 답신에서 “무조건 반대만 하지 않고 실증적 조사와 대화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김종민 부지사를 통해 “4대강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것이 아니고 문제점이 있어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애매한 주석을 달았다. 충청지역의 젖줄인 금강이 중앙정치의 논리에 함몰되다 보니 아리송하고 복잡한 태도를 낳는 것 같다. 단순 명쾌하게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펴는 것이 그를 당선시켜준 민심에 보답하는 길이다. 멀리 내다보면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방도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사설-20100805목]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요구
미국 국무부 로버트 아인혼 북한·이란제재 조정관은 3일 한국 정부에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산을 동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멜라트은행의 아시아 영업을 전면 중지시키는 데 한국 정부가 앞장서 달라는 뜻이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제재법을 만든 뒤 멜라트은행을 1차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멜라트은행은 한국과 터키·아르메니아 등 3개국에만 해외 지점을 두고 있다. 이란 제재법에 따르면 멜라트은행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들은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다.
아인혼 조정관은 "일주일 전 유럽 국가들이 수송·에너지·재무 분야에서 이란을 제재하는 법안을 채택했다"며 "한국도 이와 유사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도 "국제 금융시스템의 핵심에 있는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외환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미 멜라트은행과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미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별도의 이란 제재법이라도 만들어 이 문제에서 선도적(先導的)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런 미국의 요구에 즉답(卽答)을 하지 않았다. 삼성물산·LG상사·SK네트워크·GS건설·두산중공업 등 18개 기업이 이란에 진출해 있다. 작년 한 해 한국은 이란에 39억2000만달러를 수출했고 원유(原油) 등 57억4600만달러를 수입했다. 이란은 지난 2005년 미국이 주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 관련 규탄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하자 2006년 3월까지 한국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한국 정부 차원의 이란 제재는 연간 교역규모 100억달러 가까운 이란 시장이 걸려 있는 문제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으로선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적극 지지하면서 똑같은 명분을 내건 이란 제재에 유보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矛盾)이며 일이 어긋나기라도 할 경우 미국의 불신을 불러 한·미 북핵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란이 서울에 멜라트은행 지점을 둔 것은 그만큼 한국과의 교역을 중시(重視)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 차원의 이란 제재 결정이 내려지면 이란 쪽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이란 제재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이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정답(正答)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유엔과 유럽·일본·중국 등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하면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의 북핵 공조(共助)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이란의 불만에 대응할 논리를 세워 외교·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서울신문 사설-20100805목] 北 고질적 공갈습성에 의연히 대처하길
우리 군은 오늘부터 닷새 동안 서해상에서 합동해상훈련을 한다. 천안함이 피격된 현장에서 고강도로 훈련을 할 예정이다. 서해상에서의 훈련은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막기 위한 방어적인 성격이다. 지난달 동해상에서 실시한 한·미 합동훈련과는 달리 서해상에서의 훈련은 우리 육·해·공군, 해병대만 참가한다. 이 훈련을 놓고도 북한은 늘 그러했듯이 생떼를 부리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북한의 억지와 공갈, 적반하장(賊反荷杖)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어서 어찌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북한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그제 우리 군의 훈련과 관련,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통고문을 통해 “8월에 들어서면서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인근수역에서 지상, 해상, 수중 타격수단들을 동원하여 벌이려는 괴뢰 군부 호전광들의 해상사격소동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신성한 우리 공화국 영해에 대한 노골적인 군사적 침공행위이며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NLL)을 끝까지 고수해 보려는 무모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불은 불로 다스린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이 선택한 불변의 의지이고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억지 주장에 앞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에 대해 뒤늦었지만 사죄부터 하는 게 순서다. NLL 이남의 우리 해역에서 실시되는 훈련을 놓고 시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정당한 방어적 훈련에 대해 시비하는 것 자체가 도발이고 공갈이다. 북한의 ‘대응타격’ 주장이 위협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지역적으로 북한과 인접한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이 훈련기간 중 도발할 수도 있고, 훈련이 지난 뒤 불장난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군은 명예를 걸고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하게 현장에서 응징, 못된 버릇을 제대로 고쳐줘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805목] 대학-산업현장 `맞춤형` 인재양성 성과 내려면
지식경제부가 산업단지에 지역 거점대학 관련학과를 입주시켜 현장 밀착형 산업인력 양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산업현장의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기술수요를 교과과정에서부터 반영해 이른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2012년까지 5개 광역권별로 2개씩 모두 10개의 산업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과거에도 대학을 산업단지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시도됐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또 하나의 의미있는 교육혁신이 될 수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사실 대학교육에 대한 산업계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높은 청년실업률이 말해주듯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실업자로 직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특히 교육이 산업현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최근 대학의 이런 위기감과 기업들의 맞춤형 인력에 대한 갈증이 결합되면서 특정 대학에 입사가 보장되는 이른바 계약학과 등이 개설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이런 형태의 계약학과를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대학이 산업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산업단지 안에 지역대학의 관련학과가 입주해 현장밀착형 교육을 할 수만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모델도 없다.
이 모델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산업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대학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산업단지가 지금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하나의 섬처럼 고립돼 있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만큼 지역의 경제 생활 문화 교육 등과 밀접히 연계될 수 있도록 산업단지 구조고도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런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지역 산업단지가 인력양성, 연구개발, 산업생산이 어우러지는 선진국형 혁신 클러스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805목] 효과없는 '퍼주기식' 저출산대책 안된다
지난 5년 동안 20조원이나 퍼붓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 저출산대책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실효성 없는 정책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돈을 퍼붓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을 마련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퍼주기 식은 더 이상 안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저출산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조건 돈만 퍼부으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도 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저소득층 보육ㆍ육아에 3조8,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출산율을 높이기보다는 '공짜 돈' 풍조만 조장할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되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출산율이 반드시 돈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가치관의 변화 등 문화와 의식구조의 변화가 더 큰 변수라는 사실은 선진국의 경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돈만 퍼부으면 된다는 식의 대책을 고집하는 것은 부처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출산 및 육아 등에 관한 정책을 각부처가 나눠 갖고 있는 것도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5세까지 보육은 복지부가, 3~5세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은 교과부가 각각 담당해왔는데 3월부터는 2세까지 가정 내 돌봄을 여성가족부가 맡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 별 도움도 안 되는 엇비슷한 대책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년 동안 20조원 중 14조원을 보육 관련 시설에 투입한 결과 시설의 정원 대비 현 인원 비율이 79.3%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과잉 상태를 빚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 시설은 희망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산율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육아 및 교육 관련 시설의 이 같은 수급불일치는 주먹구구식 대책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돈만 퍼부으면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근거 없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대신에 출산의욕을 꺾는 각종 제도 개선을 통해 출산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예산 퍼붓기 식 저출산대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0100805목] 100세의 실종
히말라야의 ‘훈자’는 태곳적 신비의 자연 풍광으로 유명하다. 샹그릴라를 그린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영감을 주었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이다. 그러나 훈자가 유명한 것은 그림 같은 자연이 아니라 장수촌으로서다. 코카서스의 압하지아와 안데스의 빌카밤바와 더불어 세계 3대 장수마을이다. 공통점은 모두가 거대한 산맥에 위치해 있고, 공기와 물이 맑다는 것이다.
일본의 오키나와는 섬인데도 장수촌이다. 인구 130만 명 가운데 100세 이상 노인이 700명이 넘는다. 여기선 ‘70세 어린이, 80세 젊은이’라고 한다. ‘나이 90에 조상들이 천국으로 부르거든 기다리시라 하라. 100세가 되면 생각해 보겠노라고’란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자 이들을 따라 하자는 ‘오키나와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하루 평균 18가지 음식을 먹는데, 이 중 78%가 풀이라고 한다. 주로 곡물과 채소류와 해조류다. 고기도 굽지 않고 삶아서 먹어 ‘오키나와식 조리법’도 생겼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은 예부터 뭇 인간들의 희원이지만, 도끼 들고 막아서도 백발(白髮)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온다. 인생에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빨리 죽는 것, 다른 하나는 오래 사는 것이다. 생명보험의 두 축이다. 어차피 가는 세월 붙잡을 수 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면 우아하게 늙는 것이 답이다. 장수촌 노인들의 공통점이 여유다. 세월에 저항하기보다 친해지라는 거다. 그래서일까. 근래 들어 화장품도 안티 에이징(Anti aging)보다 웰 에이징(Well aging)을 내세운다.
최근 일본에서 100세 노인들의 행방불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4만399명의 100세 노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최소 18명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수년에서 수십 년이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노인 방치(放置)가 아니라 유기(遺棄)다. 가족의 해체와 지역사회의 붕괴,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관리 부실이 겹친 고령화의 그늘인 셈이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60세 이상 노인 5659명이 실종됐다. 대부분 치매노인으로, 이 중 42명은 아직까지 행방불명이다. 늙기보다 서러운 게 외로움이라고 한다. 관심이 공경(恭敬)이다. 노인은 아버지였고, 어머니였다. 그리고 누구나 늙는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0805목] 하루살이 군무(群舞)
올해는 여름 곤충의 출현이 늦다. 매미는 이제야 울기 시작하고 모기도 예년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아마도 늦여름 모기의 대대적인 공습이 있을 것이다. 불 속으로 돌진하는 하루살이의 어지러운 군무도 아직은 미미하다. 원인은 지난 봄날이 너무 추워서 곤충들의 변태(變態)가 늦어졌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곤충의 변태는 생각할수록 참으로 신비롭다. 알에서 유충으로, 다시 번데기에서 성체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생명의 외경’ 그 자체이다. 매미의 유충은 짧게는 7년, 길게는 17년 동안 땅 속에 있단다. 우리 도시에 여름마다 매미가 찾아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것은 도시에 아직 희망이 있음이다. 매미들 울음은 가로수를 더욱 푸르게 하고 우리네 도시를 살아 있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소음 때문에 차들의 경적보다 더 날카롭게 울어야만 짝을 부를 수 있음이 안쓰럽다.
하루살이의 일생은 더욱 치열하여 눈물겹다. 하루살이는 호수 밑에서 그날을 기다린다. 알이 성충이 될 때까지는 대략 천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허물을 25번이나 벗는다고 하니, 수많은 변신을 해야만 단 하루를 얻을 수 있다. 천일 동안 하루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하루에 할 일을 점검할 것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단 하루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루살이가 천일 동안 하루를 준비한다면 지상의 하루는 생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살이에게는 입이 없단다. 하기야 하루를 보내는데 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날기만 한다니 하루살이의 어지러운 비상(飛翔)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루살이는 그렇게 정신없이,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지도 모른다. 하루살이는 하루 동안 종족을 번식시키는 등 물속에서 계획한 모든 일을 해치워야 한다. 불만 보면 뛰어드는 하루살이, 그것은 물속에서 태어나 불 속에 생을 태우는 ‘가장 극적인 죽음’인지도 모른다.
물속에서 천일, 지상에서 하루. 하루살이와 천년을 사는 은행나무, 어느 삶이 더 치열한 것인가. 긴 것이 무엇이고 짧은 것이 무엇인가. 하찮은 것이 무엇이고 또 귀한 것이 무엇인가. 한여름밤 하루살이의 군무, 참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세상읽기/박치완(한국외대 철학과 교수)-20100805목] 무더운 여름과 `피부 갑옷`
`피부갑옷`이란 표현을 지면에서 본 일이 있다. 피부에 어떻게 갑옷이란 단어를 결합해 놓았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햇빛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기미나 주근깨 등 피부 트러블뿐만 아니라 햇빛화상, 피부노화, 피부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피부를 보호해주는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자외선A`는 긴 파장의 광선으로 세기는 약하지만 실내나 사무실, 자동차 안이라도 유리창이 있는 곳이면 어떤 곳에도 침투하니 날씨에 관계없이 연중 내내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자외선A가 만일 이 정도로 피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누구나 `갑옷`을 입어야 할 판이다. 햇빛이 강한 낮에는 아예 밖에 나가지도 말아야 한다.
백색미인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며 소일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피부갑옷뿐이랴. 여름철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피부에 관한 얘기가 많이 등장한다. 피부자아(le Moi-peau)도 그중 하나다. 이는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디디에 앙지외가 "자아는 곧 피부다"고 주장한 데서 나온 말이다.
그는 피부가 신체를 감싸듯 자아가 심리 전체를 감싼다는 의미에서 자아를 피부에 비유했고, 피부자아라는 신개념으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도전장을 던진 주인공이다. 그에 따르면 피부는 결국 심리의 표면이며, 그 표면이 세상과 나의 경계라는 것이다.
물론 피부자아 이론의 핵심은 피부가 세상과 나의 경계라는 데 있지 않다. 앙지외가 밝히고자 했던 것은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환자들, 다시 말해 경계의 결여로 인해 장애를 일으키는 환자들이 심리적 자아와 신체적 자아,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자기와 타인을 혼동한다는 데 있다. 앙지외가 말한 이 경계 장애자들을 위리엄 라이히식으로 표현하면 `성격갑옷(character armor)`을 걸친 자들이라 할 수 있다.
경계 장애나 성격 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대개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와 내면을 가꾸기보다는 위장된 가면을 쓰고서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만 급급해 한다. 중증(重症)일수록 이런 환자들은 정체성의 분열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 때문에 실제 이들은 이중 삼중의 가면을 쓰게 된다. 그렇게라도 두꺼운 `갑옷`을 입어야만 자신을 타인과 세상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건강한 개인, 건강한 사회는 자기방어용 갑옷이 필요하지 않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걸치고 있을지도 모를 갑옷을 벗고 맨 얼굴,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만나 대화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런 사회가 바로 투명하고 개방된 사회이며 정의로운 사회이다.
최근 우리는 모두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태를 접하고 공분(公憤)했다. 방어기제가 필요 이상으로 작동된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를 더욱 당혹케 한 것은 그 일을 한 무리의 비밀클럽이 도모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공적인 영역에서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의혹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와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인(公人)이 사사로운 데 눈이 멀어 갑옷을 겹겹이 입고 있다면 그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 수 있을까? 선거철이면 늘 갑옷군단이 등장한다. 자기만이 적임자라고 호기를 부린다. 책임은 회피하고 늘 상황 모면에만 급급한 정치꾼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복지, 일자리 창출, 친서민 정책 등은 대체 그 번지수가 어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