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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의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보장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장애인자립생활권리쟁취공동투쟁단(아래 경기공투단)은 평택시에 장애인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1일 늦은 3시 20분경부터 평택시와 협상에 돌입했으나 면담은 다섯 시간째 표류하고 있다.
경기공투단은 지난 2008년 노숙농성을 통해 월 30시간 활동보조 추가 지원 및 특별교통수단 10대 도입 등을 평택시와 합의했다.
그러나 평택시는 2010년 특별교통수단 10대 도입 예산을 불용처리했으며, 다음 해인 2011년 연말에서야 3대를 도입했다. 이어 2012년 연말에 7대를 추가 도입해 2008년에 약속한 특별교통수단 10대를 운행했다. 당시 평택시는 2013년 3월까지 법정대수 21대 중 나머지 11대를 도입한다고 했으나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경기공투단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평택시는 2012년 합의한 내용에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거리제한 운행, 24시간제 운행, 이용요금의 문제, 즉시콜이 안 되는 것, 교통약자 위원회에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들어가지 않은 것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경기공투단은 “2008년부터 활동보조 추가시간은 하루 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오히려 자의적으로 경기도 추가시간을 적용해 평택시 자체 시간을 주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를 바로 잡고자 2012년 합의를 했지만 집행되지 않고 있다”라며 “평택시는 장애인 복지를 위한 계획이 경기도가 할 일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경기공투단은 올해 요구안으로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장애인 자립생활 체험홈, 자립주택 도입 및 장애인인권센터 설치 △장애인평생교육학교 지원 확대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즉각 도입 및 2016년까지 200% 도입 △특별교통수단 24시간제 운행 △특별교통수단 요금제 대중교통요금 적용 운행 △특별교통수단 운행지역 수도권으로 확대 △평택시장 및 집행부 협상에 성실하게 응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경기공투단은 늦은 2시 기자회견, 3시 평택시 담당자들과의 면담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중증장애인들의 출입을 막는 평택시와의 대치로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한 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봉쇄되었던 시청 문이 열리면서 경기공투단 대표단은 늦은 3시 20분경부터 평택시 장애인복지과, 사회복지과, 교통행정과 담당자들과 면담에 들어갔다.
이날 면담에 들어갔다 잠시 나온 경기공투단 이형숙 공동대표는 “평택시의 장애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가 21대에서 올해 22대로 늘었다”라며 “올해 중으로 나머지 11대를 도입하겠다고 하며 내년 1월 중으로 추가 한 대를 도입하겠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경기공투단의 요구안인 특별교통수단 200% 도입에 대해 평택시는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평택시는 도로 상황과 운수업체 등의 이유로 저상버스의 즉시 도입이 어려워 대안으로 특별교통수단 200%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는 특별교통수단 200% 도입은 어느 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라며 “특별교통수단 도입에서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현재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등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라면서 평택시와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러한 평택시 태도에 대해 평택 에바다장애인야학 윤현수 간사는 “평택시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개념도 없고 의지도 없다”라며 질타했다.
현재 저녁 8시경까지 양측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면담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공투단은 올해 6월 7개 시군을 돌며 활동보조 24시간, 특별교통수단 200% 도입, 장애인인권센터 설치, 자립생활 체험홈과 자립주택 도입 등에 대해 각 시군과 합의하며 장애인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요구해왔다.
<현장 인터뷰>
이날 평택시청 현장을 찾은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정지숙 씨(45세)는 평택시에 활동보조 추가지원이 없는 것과 턱없이 열악한 장애인 교통수단에 대해 비판했다.
현재 정 씨는 독거 최중증장애인으로 총 529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 복지부에서 390시간, 경기도 추가로 139시간이다. 평택시 추가는 없다. 그러나 오른손만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정 씨는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에 국비로 120시간을 받을 때는 평택시에서 30시간을 지원했어요. 그러나 경기도 추가지원이 생기자 올해 6월부터 30시간 지원이 없어졌어요. 하루 24시간 활동보조가 꼭 필요한데 월 529시간밖에 지원되지 않아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시간이 부족하죠. 그래서 일주일은 친척, 부모, 형제 등의 도움을 받거나 활동보조인이 무료로 와서 해주기도 해요. 그러나 이만큼도 독거니깐 받지 만약 독거가 아니라면 이마저도 받을 수 없었을 거예요."
정 씨는 활동보조도 문제지만 교통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평택시 장애인콜택시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운행되고 있죠. 전에는 기본요금 1000원에 1km 이동할 때 300원이었어요. 그런데 현재는 평택 시내는 3500원으로 동결됐지만, 시외는 더 받고 있어요. 다음 주에 안중 현화리에 있는 집에서 아주대병원까지 진료 때문에 가야 하는데 편도로 25000원에서 3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고요. 왕복 5만 원이 넘는데 기초생활수급자인 제겐 너무 큰돈이에요.”
정 씨는 “현재 현화리로 들어가는 저상버스는 8대가 있는데 8대 모두 고장 났다. 이 중 4대는 탑차고 4대는 ‘땅콩버스(신형 저상버스)’”라면서 “땅콩버스는 리프트가 고장 났더라도 입구가 넓어서 휠체어를 들어서 ‘탈 수는’ 있다. 그래서 버스 탈 때마다 활동보조가 앞바퀴와 뒷바퀴를 들어서 타는데 내 휠체어는 전동휠체어라서 굉장히 무겁다. 매번 활동보조인이 고생한다.”라고 말했다.
“평택시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총 세 곳인데 이중 평택여객은 제가 자주 이용하면서 민원을 넣어 이제 승차거부는 하지 않아요. 그러나 협진여객, 서울여객은 여전히 장애인을 태울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려요. 저상버스는 3~4년 전까지는 세 시간씩 기다려야 했고 현재는 평균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편이죠. 물론 한 시간보다 더 기다릴 때도 많지만요.”
정 씨의 활동보조인인 조영숙 씨(60세) 또한 이용자의 활동보조 시간 부족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 씨는 “정 씨는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데 한 달 중 일주일을 활동보조 없이 사니 걱정되는 마음에 종종 무료로 활동보조를 한다”라며 “국민연금공단에 활동보조 시간 부족에 관해 이야기하니 (일하는) 시간이 끝나면 들어가지 말라며 더할 경우에는 (이용자에게) 돈을 받으라고 한다. 그런데 내 이용자가 활동보조가 없어 일주일 동안 밥도, 화장실도, 씻는 것도 하지 못하고 산다면 당신이라면 가만히 있겠는가. 돈 받으라는데 이용자는 수급자다. 어떻게 내게 돈을 줄 수 있나.”라며 분노를 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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