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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주정씨 원문보기 글쓴이: 정재필
부지암(不知巖)
위치 : 구미시 임수동, 동락서원 옆 다리밑 왼쪽에 보이는것이 부지암이며,
임수동 낙동강변 속칭 새똥바위라 불리우는 이 바위는 낙동강변에 자리잡고 있으며 ,
여헌선생께서 말하기를,
이 바위를 부지(不知)라고 이름한 까닭을 나는 과연 알지 못한다.
혹자는 말하기를,
“이 바위가 본래 언덕의 흙 속에 감추어져 있어서 강물이 충돌하여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흙이 다 없어져 바위가 나오니,
이 언덕에 흙이 있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하며,
혹자는 말하기를,
“이 바위가 만약 강물이 크게 범람하여 침몰되면 파도 가운데에 감추어져 있다가
홍수가 지나가 물이 줄어든 뒤에야 바위가 비로소 나오니,
이는 물이 크게 불어났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한다.
동락서원 앞 강물 수심이 낮을때 모습(옛날 사진이며 지금은 위로 다리가 건설되어 있음)
不知巖精舍
이 정사는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선생의 강학하는 장소로 창건되었으나 1974년 구미-인동간의 도로부지에 편입됨에 따라 1975년 4월에 현 위치(경상북도 구미시 임수동 375)로 이건하였으며 여헌선생이 지은 <<부지암정사기문>>과 후손 교원(敎遠)이 지은 <<중수기문>>이 있다.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2칸이다. 정사 앞의 좌우로 2동의 건물이 소재하는데 이 정사의 좌측은 5칸 우측은 3칸이며 출입하는 3칸의 문이 있다.
참고 : 동락서원의 유래
1610년(광해군 2) 지방 유림의 공의로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1554∼1637)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부지암정사(不知岩精舍)로 창건되었다.
1655년(효종 6)에 부지암서원(不知岩書院)으로 승격되었으며, 1676년(숙종 2)에 동락(東洛)이라고 사액되었다.창건 당시에는 서원 앞에 있는 바위 부지암의 이름을 따서 부지암서원이라 불렀다.
不知巖精舍記」
學問의 前半期 門下生으로 ‘不知巖 十賢’ 을 輩出한 仁同고을 洛東江邊에 旅軒 張顯光先生의 講學處 ‘부지암정사(不知巖精舍)’ 記文
不知巖精舍가 賜額을 받아 東洛書院으로 昇格되고
旅軒 張顯光과 그후 晩悔堂 張慶遇를 追配 함.
부지암 정사에 대한 기문-장현광(張顯光)
凡物苟有矣(범물구유의) : 무릇 물건이 진실로 있으면
必當爲所知也(필당위소지야) : 반드시 알려지게 된다.
形焉而目之者知(형언이목지자지) : 형체가 있으면 눈으로 보는 자가 알고,
聲焉而耳之者知(성언이이지자지) : 소리가 있으면 귀로 듣는 자가 알고,
臭焉鼻者知(취언비자지) : 냄새가 있으면 코로 맡는 자가 알고,
味焉口者知(미언구자지) : 맛이 있으면 입으로 맛보는 자가 알고,
性情焉而心思者知(성정언이심사자지) : 성(性)과 정(情)이 있으면 마음으로 생각하는 자가 안다.
夫旣有形聲臭味與性情矣(부기유형성취미여성정의) : 이미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 성(性)과 정(情)이 있으면
則孰有逃於有耳目口臭(칙숙유도어유이목구취) : 어찌 귀와 눈, 입과 냄새 또는
與心思者之所及哉(여심사자지소급재) : 마음과 생각이 미치는 바에 도피할 수 있겠는가.
知因於有(지인어유) : 아는 것은 있는 데에서 연유하고
不知因於無(불지인어무) : 알지 못하는 것은 없는 데에서 연유한다.
故有而知(고유이지) : 그러므로 있으면 알고
無而不知者(무이불지자) : 없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理之常也(리지상야) : 떳떳한 이치이니,
其或有有矣而不知(기혹유유의이불지) : 혹 있는데도 알지 못하여
無異於本無焉(무이어본무언) : 본래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
則乃不知者之失也(칙내불지자지실야) : 이는 바로 알지 못하는 자의 잘못이다.
然有者自有(연유자자유) : 그러나 있는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니,
其何損於不知乎(기하손어불지호) : 사람이 알지 못한다 하여 어찌 감손(減損)이 되겠는가.
精舍在不知巖之東南岸上(정사재불지암지동남안상) : 정사(精舍)는 부지암(不知巖)의 동남쪽 벼랑 위에 있으므로
故因而名之(고인이명지) : 인하여 이름하였다.
夫有形之中最確而著者(부유형지중최확이저자) : 형체가 있는 것 중에 가장 확고하고 드러난 것이
莫巖若也(막암약야) : 바위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而玆巖之所以名以不知者(이자암지소이명이불지자) : 이 바위를 부지(不知)라고 이름한 까닭을
吾果不之知也(오과불지지야) : 나는 과연 알지 못한다.
或曰(혹왈) : 혹자는 말하기를,
是巖也本藏於丘土之中(시암야본장어구토지중) : “이 바위가 본래 언덕의 흙 속에 감추어져 있어서
江水衝破(강수충파) : 강물이 충돌하여
積以歲年(적이세년) :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然後土盡而巖出(연후토진이암출) : 흙이 다 없어져 바위가 나오니,
此謂其丘土時所不知也(차위기구토시소불지야) : 이 언덕에 흙이 있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하며,
或曰(혹왈) : 혹자는 말하기를,
是巖也若被大漲之沈沒(시암야약피대창지침몰) : “이 바위가 만약 강물이 크게 범람하여 침몰되면
則藏在波濤之中(칙장재파도지중) : 파도 가운데에 감추어져 있다가
迨其漲伏(태기창복) : 홍수가 지나가 물이 줄어든 뒤에야
然後巖乃出(연후암내출) : 바위가 비로소 나오니,
此謂其大漲時所不知也(차위기대창시소불지야) : 이는 물이 크게 불어났을 때에 사람들이 바위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 하여 이름한 것이다.”라고 한다.
此皆名之以有隱見也(차개명지이유은견야) : 이는 모두 바위가 숨고 드러남을 가지고 이름한 것이다.
或曰(혹왈) : 그리고 혹자는 말하기를,
巖在深淵之上斷麓之下(암재심연지상단록지하) : “바위가 깊은 못 위와 끊긴 산기슭 아래에 있어
四方皆勝觀也(사방개승관야) : 사방(四方)이 모두 보기 좋은 경치이고
四時皆勝趣也(사시개승취야) : 사시(四時)가 모두 취미가 뛰어나다.
可以舟於江以勝(가이주어강이승) : 강에 배를 띄워도 절경(絶景)이고
可以席於岸以勝(가이석어안이승) : 바위에 자리를 깔고 앉아도 절경이어서
淸風之晝(청풍지주) :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는 낮과
明月之夜(명월지야) : 밝은 달이 비추는 밤이
無非勝賞也(무비승상야) : 모두 좋은 경치이다.
沿江上下(연강상하) : 강가의 위아래에
凡以勝區名者幾處也(범이승구명자기처야) : 무릇 경치가 좋은 지역으로 이름난 곳이 여러 군데가 있지만
而惟其爲勝之最(이유기위승지최) : 오직 이 곳이 가장 뛰어난 절경이다.
則能與此巖肩者鮮矣(칙능여차암견자선의) : 그리하여 이 바위와 비견할 만한 곳이 드문데,
而埋沒於尋常之中(이매몰어심상지중) : 심상한 가운데에 매몰되어 있고
廢棄於魚鳥之場(폐기어어조지장) : 물고기와 산새들의 마당으로 버려져 있어
人莫之奇焉(인막지기언) :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기지 않으므로
故好事者名之以其實也(고호사자명지이기실야) : 일을 만들기 좋아하는 자들이 그 실제를 가지고 이름한 것이다.”라고 한다.
但精舍之設(단정사지설) : 다만 정사(精舍)를 설치한 것은
非獨取於巖也(비독취어암야) : 비단 바위만을 취한 것이 아니다.
長江列嶽(장강렬악) : 큰 강과 여러 산악,
遠林近藪(원림근수) : 먼 숲과 가까운 숲,
白沙芳草(백사방초) : 흰 모래와 아름다운 풀,
煙雲鳥魚(연운조어) : 연기와 구름, 나는 새와 물 속의 고기가 있어
其取乎上下左右者非一也(기취호상하좌우자비일야) : 위아래와 좌우에 취할 만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而必於巖焉獨取之(이필어암언독취지) : 굳이 홀로 바위에서 뜻을 취하여
因其名而名之(인기명이명지) : 그 이름을 따라 명칭한 것은
何也(하야) : 어째서인가?
固以不知之義(고이불지지의) : 이는 진실로 ‘부지(不知)’의 뜻이
富矣遠矣(부의원의) : 풍부하고 원대하여
吾人之取之也有說焉(오인지취지야유설언) : 우리들이 이름을 취한 이유가 있으니,
試以不知(시이불지) : 한번 ‘부지’를 가지고
分在我在人而言之(분재아재인이언지) : 자신에게 있어서와 남에게 있어서의 경우를 나누어 말하겠다.
在我之不知有二焉(재아지불지유이언) : 자신에게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不當知而不知(불당지이불지) :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之得者也(불지지득자야) : 알지 못하는 것 중에 좋은 것이요,
所當知而不知(소당지이불지) :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之失者也(불지지실자야) : 알지 못하는 것 중에 나쁜 것이다.
何謂不當知(하위불당지) : 무엇을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이르는가?
奇技淫巧之事(기기음교지사) : 기이한 재주를 부리고 지나치게 공교로운 일과
營私謀利之術(영사모리지술) : 사사로움을 경영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凡世間冗雜瑣屑之務是也(범세간용잡쇄설지무시야) : 무릇 세상에 잡되고 자질구레한 일이 이것이니,
此而不知(차이불지) :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豈非不知之善乎(기비불지지선호) : 어찌 알지 못하는 것 중의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何謂所當知(하위소당지) : 무엇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이르는가?
天地人物之性(천지인물지성) : 천지(天地), 인물(人物)의 성(性)과
三綱五常之道(삼강오상지도) : 삼강(三綱), 오상(五常)의 도(道)로
大而天下莫能載(대이천하막능재) : 크게는 천하가 다 싣지 못하고
小而天下莫能破者是也(소이천하막능파자시야) : 작게는 천하가 깨뜨릴 수 없는 것이 이것이니,
此而不知(차이불지) :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其能爲具耳目口鼻知覺之人乎(기능위구이목구비지각지인호) : 귀와 눈, 입과 코를 지니고 지각(知覺)을 갖춘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爲吾徒者(위오도자) : 우리들은
其於在我二者之不知(기어재아이자지불지) : 자신에게 있는 두 가지의 알지 못하는 것 중에
宜有所擇矣(의유소택의) : 마땅히 선택을 잘 하여야 할 것이다.
若夫在人之不知(약부재인지불지) : 남에게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
亦有二焉(역유이언) : 역시 두 가지가 있으니,
我無見知之實(아무견지지실) : 내가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가 없어
而人不知之者(이인불지지자) :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不知者非人(불지자비인) : 알지 못하는 것이 남이 아니요
而無可見知者我也(이무가견지자아야) : 알아줌을 받을 만함이 없는 것이 나이니,
我於人(아어인) : 내가 남에게
何怪焉(하괴언) : 어찌 괴이하게 여기겠는가.
如我旣有見知之實(여아기유견지지실) : 그리고 내 이미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가 있는데도
而人乃不知(이인내불지) : 사람들이 마침내 알지 못한다면
則不知者在人(칙불지자재인) : 알지 못하는 것이 남에게 있다.
而我所自有之實(이아소자유지실) : 내 스스로 간직하고 있는 실재는
不以不知而有喪焉(불이불지이유상언) : 남이 알지 못한다 해서 상실되는 것이 아니니,
人之不知(인지불지) : 사람들이 알지 못함이
何與於我哉(하여어아재) :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何謂見知之實(하위견지지실) : 무엇을 알아줌을 받을 만한 실재라고 이르는가?
卽有以竆天地人物之性(즉유이竆천지인물지성) : 곧 천지(天地), 인물(人物)의 성(性)을 연구하고
盡三綱五常之道(진삼강오상지도) : 삼강(三綱), 오상(五常)의 도(道)를 다하여,
天下莫能載之(천하막능재지) : 천하가 실을 수 없도록
大而能無外焉(대이능무외언) : 커서 밖이 없고
天下莫能破之(천하막능파지) : 천하가 깨뜨릴 수 없도록
小而能無內焉者是也(소이능무내언자시야) :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이 이것이다.
道此道於吾身(도차도어오신) : 이 도(道)를 내 몸에 행하고
德此德於吾心(덕차덕어오심) : 이 덕(德)을 내 마음에 간직한다면
則人之能事(칙인지능사) : 사람의 능사(能事)가
此焉畢矣(차언필의) : 이에 다하니,
其果能見知於人(기과능견지어인) : 과연 남에게 알아줌을 받는다면
則此道此德之功用(칙차도차덕지공용) : 이 도와 이 덕의 공용(功用)이
可被於一世(가피어일세) : 온 세상에 입혀져서
而位天地育萬物(이위천지육만물) : 천지가 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잘 길러지는
無不可爲矣(무불가위의) : 효과를 이루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世或不知(세혹불지) : 그리고 세상이 혹 알아주지 못하면
則藏此道於一身(칙장차도어일신) : 이 도를 한 몸에 간직하고
樂此德於一心(악차덕어일심) : 이 덕을 한 마음에 즐거워하여
而亦自無愧於天地萬物之間(이역자무괴어천지만물지간) : 또한 천지와 만물의 사이에 부끄러움이 없고
浩然於獨立之地矣(호연어독립지지의) : 홀로 서 있는 경지에 호연(浩然)할 것이다.
吾徒之於在人二者之不知(오도지어재인이자지불지) : 우리들은 남에게 있는 두 가지의 알지 못함에 있어
一惟自勖其在己者而已(일유자욱기재기자이이) : 한결같이 자신에게 있는 것을 스스로 힘쓸 뿐이니,
夫如是則當以不知(부여시칙당이불지) : 이와 같이 한다면 알지 못함을 가지고
爲進學處世之道可乎(위진학처세지도가호) : 학문에 나아가고 세상에 대처하는 도로 삼는 것이 가(可)할 것이다.
進學之道(진학지도) : 학문에 나아가는 방도는,
以知自居者(이지자거자) : 안다고 자처하는 자는
歸於不知(귀어불지) : 알지 못하는 데로 돌아가고,
以不知自居者(이불지자거자) :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는 자는
歸於知(귀어지) : 아는 데로 돌아간다.
蓋以知自居(개이지자거) : 안다고 자처하면
則知一足一(칙지일족일) : 하나를 알면 하나를 아는 것을 만족하게 여겨
不復求知夫二以上之分數(불부구지부이이상지분수) : 다시는 둘 이상의 분수(分數)를 알려고 하지 않고,
知二足二(지이족이) : 둘을 알면 둘을 아는 것을 만족하게 여겨
不復求知夫三以上之分數(불부구지부삼이상지분수) : 다시는 셋 이상의 분수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至於至八知九而止(지어지팔지구이지) : 설령 여덟을 알고 아홉을 안다 하더라도 이에 그치고
猶不得復達於九與十之分數(유불득부달어구여십지분수) : 다시는 아홉과 열의 분수를 알 수 없을 것이니,
况未及八九(황미급팔구) : 하물며 여덟과 아홉의 분수에 미치지 못하고
分而自足者乎(분이자족자호) : 스스로 만족해하는 자에 있어서랴.
此安於小成(차안어소성) : 이는 작은 것을 이루는 데 안주하여
守其一隅者也(수기일우자야) : 한 귀퉁이만을 지키는 자이니,
其歸不知也宜矣(기귀불지야의의) : 알지 못하는 데로 돌아감이 당연하다.
若以不知自居(약이불지자거) : 만약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면
則常以爲義理無竆(칙상이위의리무竆) : 항상 의리를 무궁하게 여긴다.
其知旣廣而不自廣(기지기광이불자광) : 그리하여 앎이 이미 넓더라도 스스로 넓게 여기지 않고
求以益廣焉(구이익광언) : 더욱 넓히려고 노력하며,
其知旣高而不自高(기지기고이불자고) : 앎이 이미 높더라도 스스로 높게 여기지 않고
求以益高焉(구이익고언) : 더욱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此大舜好問而好察邇言(차대순호문이호찰이언) : 이는 대순(大舜)이 묻기를 좋아하고 천근(淺近)한 말을 살피기를 좋아하며,
顔子以能問不能(안자이능문불능) : 안자(顔子)가 능함으로써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묻고
以多問於寡者也(이다문어과자야) : 많음으로써 적은 이에게 물은 것이다.
其知之大(기지지대) : 그 앎의 큼을
固可量耶(고가량야) : 진실로 이루 측량할 수 있겠는가.
至於處世之道(지어처세지도) : 세상에 대처하는 도리에 있어서는
要於見知者(요어견지자) : 알려지기를 바라는 자는
終於不知(종어불지) : 끝내 알려지지 못하고,
晦於不知者(회어불지자) : 알아주지 않음에 숨는 자는
終於必知(종어필지) : 끝내 반드시 알려지고 만다.
蓋要於見知(개요어견지) : 알려지기를 바랄 경우
則纔有片善(칙재유편선) : 잠시라도 작은 선(善)이 있으면
求以聞於人(구이문어인) : 남에게 알려지기를 바라고,
僅能一藝(근능일예) : 겨우 한 재주에 능하면
求以衒於世(구이현어세) : 세상에 자랑하려고 힘쓰는바,
唯其求聞求衒之私心(유기구문구현지사심) : 알려지기를 바라고 자랑하기를 힘쓰는 사사로운 마음이
便梏其天理之正(편곡기천리지정) : 곧 천리(天理)의 올바름을 해친다.
而所有之片善(이소유지편선) :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선과
所能之一藝(소능지일예) : 자신이 능한 한 가지 재주도
亦止爲悅人售世之資焉(역지위열인수세지자언) : 단지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팔아먹는 자료가 될 뿐이니,
其復有長進之望乎(기부유장진지망호) : 어찌 다시 길게 전진할 희망이 있겠는가.
此巿才著善(차불재저선) : 이는 재주를 자랑하고 선을 드러내며
要名干譽者(요명간예자) : 이름을 구하고 명예를 바라는 자는
的然而日亡也(적연이일망야) : 일시에는 비록 반짝하나 날로 없어지는 이유이다.
若晦於不知者(약회어불지자) : 만약 알려지지 않음에 숨는 자는
學問高於天下(학문고어천하) : 학문이 천하에서 제일 높더라도
而守之以愚(이수지이우) :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道德尊於一世(도덕존어일세) : 도덕이 한 세상에 으뜸이더라도
而處之以謙(이처지이겸) : 겸손함으로써 자처하여,
不成乎名(불성호명) : 이름을 이루려 하지 않고
不易乎世(불역호세) : 세상에 따라 바뀌지 아니하여
遯世無悶(둔세무민) :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하지 않고
不見是而無悶(불견시이무민) : 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여도 근심하지 않는다.
然而天下歸仁(연이천하귀인) : 그러나 천하 사람들이 모두 인(仁)을 허여(許與)하여
百世爲師(백세위사) : 백세(百世)에 사표(師表)가 되니,
此衣錦尙褧(차의금상경) : 이는 비단옷을 입고 그 위에 홑옷을 더하며
韜光鏟采者(도광산채자) : 빛을 감추고 광채를 가리우는 자는
闇然而日章也(암연이일장야) : 은은하면서도 날로 드러나는 이유이다.
此巖初藏於丘土之中而不知(차암초장어구토지중이불지) : 이 바위가 처음에는 언덕의 흙 속에 묻혀 있어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乃見於土盡之後(내견어토진지후) : 마침내 흙이 다 없어진 뒤에 드러났고,
間沒於江漲之時而不知(간몰어강창지시이불지) : 중간에는 강물이 불어났을 때에 매몰되어 사람들이 알지 못하다가
乃見於漲退之後(내견어창퇴지후) : 마침내 강물이 줄어든 뒤에 나타났고,
及其名以不知也(급기명이불지야) : 부지(不知)라고 이름함에 이르러서는
又藏於遺棄埋沒之中而不知(우장어유기매몰지중이불지) : 또 버려지고 매몰된 가운데에 감추어져 알지 못하다가
今又大著於精舍之立(금우대저어정사지립) : 지금 또 정사(精舍)를 건립함으로 말미암아 크게 드러났으니,
則始於不知者(칙시어불지자) : 처음에 알려지지 못한 것은
固未嘗不終於知(고미상불종어지) : 진실로 일찍이 끝내 알려지지 않음이 없고,
名於不知者(명어불지자) : 부지(不知)라고 이름한 것은
亦未嘗不實於知(역미상불실어지) : 또한 일찍이 실제로 알려지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此非理之常耶(차비리지상야) : 이것이 떳떳한 진리가 아니겠는가.
巖是頑然亂石之積也(암시완연란석지적야) : 바위는 무지(無知)한 돌이 어지럽게 쌓인 것이다.
其隱見於江波之中者(기은견어강파지중자) : 강의 물결 속에 숨었다 나타났다 한 것이
幾萬歲矣(기만세의) : 몇만 년일 터인데
而其於物之善惡盛衰(이기어물지선악성쇠) : 물건의 선악(善惡)과 성쇠(盛衰),
世之治亂興亡(세지치란흥망) : 세상의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에
無所與焉(무소여언) : 관여한 바가 없었으니,
則於巖乎何責夫當知不當知之事乎(칙어암호하책부당지불당지지사호) : 그렇다면 바위에게 어찌 마땅히 알아야 하고 마땅히 알지 않아야 할 일을 책하겠는가.
至其磊磈錯落(지기뢰외착락) : 우뚝 솟아 있고 이리저리 벌여 있어
萬古凝定(만고응정) : 만고(萬古)에 응정(凝定)되어
雖無知覺言語運動(수무지각언어운동) : 비록 지각(知覺)과 언어(言語)와 운동(運動)이 없으나,
而能興雲雨(이능흥운우) : 구름과 비를 일으켜
以澤於物(이택어물) : 만물을 윤택하게 하고
能藏魚鱉(능장어별) : 물고기와 자라를 감추어
以利於人(이리어인) : 사람을 이롭게 하니,
此則巖之能事(차칙암지능사) : 이는 바위의 능사(能事)로서
而大其功用者也(이대기공용자야) : 그 공용(功用)을 크게 한 것이다.
人未必知焉(인미필지언) : 사람들이 반드시 이것을 알지 못할 것이나
而巖亦何知於知與不知哉(이암역하지어지여불지재) : 바위 또한 어찌 알아주고 알아주지 못함을 알겠는가.
此有血氣知覺者(차유혈기지각자) : 이는 혈기(血氣)와 지각이 있는 것들은
情易躁動(정역조동) : 정(情)이 조급히 동(動)하기 쉽고
心在衒耀(심재현요) : 마음이 자랑하거나 빛내려는 데에 있어
而多失其性焉(이다실기성언) : 그 본성을 잃는 경우가 많고,
凝然靜峙者(응연정치자) : 안정되어 조용히 버티고 있는 것들은
能效奇功(능효기공) : 기이한 공을 나타내면서도
不自誇大(불자과대) : 스스로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아니하여
而乃全其天焉(이내전기천언) : 그 본성을 온전히 하는 것이니,
精舍之取其名(정사지취기명) : 정사(精舍)의 명칭을 취한 것이
豈無以哉(기무이재) :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
今舍已成焉(금사이성언) : 이제 정사가 이미 이루어졌고
名已揭焉(명이게언) : 이름을 이미 게시하였다.
處此堂而顧此名(처차당이고차명) : 이 당(堂)에 거처하면서 이 당의 이름을 돌아보고
能盡於不知之義(능진어불지지의) : 부지(不知)의 뜻을 다하여,
其於在我者(기어재아자) : 자신에게 있어서는
不求知於所不當知(불구지어소불당지) : 마땅히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고 하지 아니하여
而不恨其不知(이불한기불지) : 알지 못함을 한하지 말고,
必求知於所當知(필구지어소당지) :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알려고 하여
而不知則不已(이불지칙불이) : 알지 못하면 그만두지 않는다.
其於在人者(기어재인자) : 그리고 남에게 있어서는
恒能自反其在己之實(항능자반기재기지실) : 항상 자신에게 있는 실재를 돌이켜
而道果未盡於吾身(이도과미진어오신) : 도가 과연 내 몸에 극진하지 못하고
德果未至於吾心(덕과미지어오심) : 덕이 과연 내 마음에 지극하지 못하면
則當曰人之不知(칙당왈인지불지) : 마땅히 생각하기를,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은
乃以吾道吾德(내이오도오덕) : 나의 도와 나의 덕이
有未盡未至也(유미진미지야) : 극진하지 못하고 지극하지 못함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於是乎無者思以有之(어시호무자사이유지) : 없는 것을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小者思以大之(소자사이대지) : 작은 것을 크게 하려고 노력하며,
卑者思以高之(비자사이고지) : 낮은 것을 높게 하려고 노력하고
淺者思以深之(천자사이심지) : 얕은 것을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
至於旣有旣大(지어기유기대) : 그리하여 이미 있고 이미 크고
旣高旣深矣(기고기심의) : 이미 높고 이미 깊은 경지에 이르렀는데도
而人且不知焉(이인차불지언) : 사람들이 또 알아주지 않으면
則我當不慍不悔(칙아당불온불회) : 내 마땅히 노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고
不沮不止焉耳(불저불지언이) : 저상(沮喪)하지 않고 중지하지 않을 뿐이다.
未聖人者(미성인자) : 성인(聖人)은
天地合其德而天地知之(천지합기덕이천지지지) : 천지(天地)와 덕이 합하여 천지가 알아주고,
日月合其明而日月知之(일월합기명이일월지지) : 일월(日月)과 밝음이 합하여 일월이 알아주고,
四時合其序而四時知之(사시합기서이사시지지) : 사시(四時)와 차례가 합하여 사시가 알아주고,
鬼神合其吉凶而鬼神知之(귀신합기길흉이귀신지지) : 귀신(鬼神)과 길흉이 합하여 귀신이 알아준다.
知我者(지아자) : 나를 알아주는 자가
天地也日月也四時也鬼神也(천지야일월야사시야귀신야) : 천지이고 일월이고 사시이고 귀신이니,
則一世人之不知(칙일세인지불지) : 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果能爲損於聖人乎(과능위손어성인호) : 과연 성인에게 감손(減損)이 될 수 있겠는가.
孔孟不見知於當世(공맹불견지어당세) : 공자(孔子)와 맹자(孟子)는 당시에 알아줌을 받지 못하였으나
而能見知於萬世(이능견지어만세) : 만세(萬世)에 알아줌을 받고 있으니,
其見知之大且長(기견지지대차장) : 그 알아줌의 크고 또 장구함이
孰有如孔孟乎(숙유여공맹호) : 어찌 공자와 맹자보다 더한 분이 있겠는가.
吾黨其思之(오당기사지) : 우리들은 이것을 잘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又其做功之要地(우기주공지요지) : 또 공부를 하는 요점으로 말하면
則須從人所不知(칙수종인소불지) : 모름지기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而己獨知之者始焉(이기독지지자시언) : 자신만이 홀로 아는 곳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大學之如惡惡臭如好好色(대학지여악악취여호호색) : 《대학(大學)》에 “악(惡)을 싫어하기를 악취(惡臭)를 미워하듯이 하고, 선(善)을 좋아하기를 아름다운 여색(女色)을 좋아하듯이 한다.[如惡惡臭 如好好色]”는 것과
中庸之莫見乎隱莫顯乎微(중용지막견호은막현호미) : 《중용(中庸)》에 “숨은 곳보다 더 드러남이 없고 작은 일보다 더 나타남이 없다.[莫見乎隱 莫顯乎微]”는 것이
皆結愼獨之一言(개결신독지일언) : 모두 신독(愼獨)을 맺는 한 말씀이다.
凡古昔賢人君子之用功(범고석현인군자지용공) : 무릇 옛날 성인과 현인(賢人), 군자(君子)들이 공부한 것은
固未嘗不在於人不知之處矣(고미상불재어인불지지처의) : 진실로 일찍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 있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此誠吾人之所共愼也(차성오인지소공신야) : 이는 진실로 우리들이 함께 삼가야 할 바이다.
能愼於此而不已焉(능신어차이불이언) : 이것을 삼가 그치지 않는다면
則其所以進學者(칙기소이진학자) : 학문에 나아감은
嘗以不知自居(상이불지자거) : 알지 못한다고 자처하나
而終至於無所不知(이종지어무소불지) : 끝내는 알지 못하는 바가 없음에 이르고,
其所以處世者(기소이처세자) : 세상에 대처함은 항상
常以不知自晦(상이불지자회) : 알지 못하는 것으로 스스로 감추나
而終不得自掩於必知(이종불득자엄어필지) : 끝내 반드시 알려짐을 스스로 가리울 수 없을 것이니,
以至不慍不悔之極功(이지불온불회지극공) : 노여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지극한 공부에 이르는 것도
亦不外是矣(역불외시의) :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堂下之江(당하지강) : 당(堂) 아래에 흐르는 강물은
卽洛之下流也(즉락지하류야) : 바로 낙동강(洛東江)의 하류인데
伊洛乃有宋諸賢所興之地(이락내유송제현소흥지지) : 이수(伊水)와 낙수(洛水)는 송(宋) 나라 제현(諸賢)들이 일어나신 지역이다.
而江名偶與之同(이강명우여지동) : 강의 이름이 우연히 그와 같으니,
可以思正脈之流波(가이사정맥지류파) : 정맥(正脈)이 흐르는 물줄기를 생각하여
泝洙泗之淵源矣(소수사지연원의) : 수수(洙水)와 사수(泗水)의 연원(淵源)을 거슬러 올라가며,
其西則金烏山也(기서칙금오산야) : 서쪽은 금오산(金烏山)인데
卽吉冶隱棲遯之處(즉길야은서둔지처) : 바로 길야은(冶隱;吉再의 호)이 은둔하신 곳으로
而其淸風高節(이기청풍고절) : 깨끗한 풍도(風度)와 높은 절개가
直相映乎首陽之孤竹(직상영호수양지고죽) : 곧바로 수양산(首陽山)의 고죽과 서로 비추니,
則於焉仰止而有凜然者矣(칙어언앙지이유름연자의) : 이에 우러러보면 참으로 늠름함이 있다.
堂之作(당지작) : 당을 지은 것은
在大明萬曆之庚戌歲(재대명만력지경술세) : 대명(大明) 만력(萬曆) 경술년(161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