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Y’케이블을 이용하여 컴퓨터의 라인 출력(이어폰 단자)과 앰프의 RCA 입력을 연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PC-Fi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DAC인데, 컴퓨터 내부의 DAC는 아무래도 엉성하기 때문이다. 값비싼 사운드카드를 장착하면 좋지 않을까 질문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는데, 이 역시 권장할 수 없다. 컴퓨터 내부는 진동이나 고주파 간섭이 심하므로 아무리 좋은 회로라고 하더라도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된 전원을 가진 별도의 DAC, 특히 음에 대해 주관을 가진 오디오 전문회사에서 제작한 DAC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엔 컴퓨터가 한 대만 있는 집은 드물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까지 컴퓨터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실로 많은 컴퓨터들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컴퓨터를 갖고 살게 되면서 우리는 ‘홈 네트워크’라는 것을 쓰게 되었다. 컴퓨터들을 자유자재로 연결하여 사용할 뿐아니라, 옆 방에 있는 프린터로 출력을 하고, 영화나 음악 파일을 NAS에 저장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같은 네트워크 상에 있는 컴퓨터나 NAS 또는 모바일 기기들과 연결되어 그 기기들 안에 있는 음악을 재생시켜주는 플레이어다. 옆 방에 있는 프린터로 인쇄를 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먼저 용어부터 설명하자. 컴퓨터나 NAS 또는 모바일 기기처럼 음원 파일을 갖고 있는 장치를 ‘서버’라고 부른다. 즉 음원 파일을 보내는 쪽이 ‘서버’다. 그리고 받는 쪽 –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렌더러’라고 부른다. 서버와 렌더러가 랜에 연결되면 서버 또는 렌더러를 조작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편의를 위해서 별도의 태블릿 PC나 모바일 기기로 조종할 수도 있다. 이 때 태블릿 PC 등을 ‘컨트롤 포인트’라고 부른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우선 무선이건 유선이건 랜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또는 NAS에서 음악을 네트워크로 보내기 위해서는, 옆방에 있는 프린터로 출력을 할 때도 아래한글과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처럼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서버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윈도우 PC는 기본적으로 서버 프로그램이 깔려있다. 윈도우즈 미디어 플레이어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단점이 너무 많다. MP3나 WAV 파일을 지원하지만, 애호가들이 즐겨쓰는 애플 무손실 음원(ALAC)이나 FLAC같은 기본적인 파일 포맷도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애호가들은 미디어 플레이어 대신 ‘푸바(Foobar) 2000’을 사용한다. 푸바는 오픈 소스 프로그램으로 무료이므로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데, 단점은 사용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처음에 푸바를 다운로드 받으면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필요한 기능들을 모듈 형태로 다운로드해서 설치해야만 하는데, 초보자라면 이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바꿀 수 있고, APE를 포함하여 DSD(DIFF, DSF)나 SACD ISO 파일 등 실로 다양한, 아니 거의 모든 음원 포맷을 지원하며 전술한 UPnP(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스트리밍해주는 규약) 서버 기능에 렌더러 기능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특히 CUE파일을 지원하므로 디스크 전체가 하나의 SACD ISO나 FLAC 또는 APE로 작성된 파일까지도 재생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기능을 다운로드해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푸바는 처음 설치할 때 ‘Portable’ 옵션으로 설치할 수 있다. 이렇게 설치하면 푸바가 설치된 폴더를 복사하여 다른 컴퓨터로 옮겼을 때 설치 과정 없이 사용가능하다. 즉 주위에 컴퓨터를 잘 아는, 또는 푸바를 잘 아는 애호가가 있을 경우, 모듈이 완벽하게 설치된 푸바를 단지 복사함으로써, 복잡한 모듈 설치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푸바는 무료 프로그램이므로 잘만 찾으면 웬만한 기능들을 모두 첨가해 놓은 ‘Portable’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 놓은’ 푸바들은 인터페이스(화면 모습)가 모두 다르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상용 프로그램과는 다른 불편한 인터페이스는 푸바의 한계, 또는 숙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원하는 음원 파일을 재생하는 모듈과 UPnP 모듈이 설치된 푸바를 동작시키면 서버 쪽의 준비는 끝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어 중에 전면에 디스플레이 창이 있는 경우 UPnP 메뉴에 들어가면 아마도 내 컴퓨터의 이름으로 서버 두 개가 나올 것이다. 하나는 미디어 플레이어이니 무시하고, 푸바를 선택하면 푸바에서 지정해놓은 음원 파일들을 볼 수 있고 재생할 수 있다. 푸바가 아무래도 어렵다면, 유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J-River 같은 프로그램들은 UPnP를 지원하므로 푸바보다 훨씬 쉽게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요즘 유행하는 ROON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데 서버를 ‘코어’라고 부르고 렌더러를 ‘브릿지’라고 부르며 컨트롤포인트를 ‘컨트롤’이라고 부른다. 각각 다운로드해서 사용하면 UPnP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ROON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리포트할 예정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NAS를 쓰는 것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항상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항상 켜놔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요즘엔 NAS를 많이 사용한다. NAS역시 컴퓨터의 한 종류이지만 네트워크에서 하드디스크를 관리하는 역할만을 하므로 전력 소모도 적고 몇 달씩 켜두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NAS에는 거의 대부분 UPnP 서버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설명서에서 시키는대로 음악을 저장해두기만 하면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자동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요즘에는 뮤직 서버로 만들어진 제품들도 간간히 보이는데 대부분은 NAS와 거의 같은 역할만을 한다. 음질 면에서 차별화되었다는 주장인데, NAS에 비해 가격이 워낙 비싼 만큼, 충분히 들어보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단 뮤직 서버외에 음악 재생이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렌더러) 기능이 있는 제품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한편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디스플레이 창은 대부분 작아서 충분한 정보를 볼 수 없으므로 태블릿 PC로 조정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태블릿 PC에서는 앱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하는데,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전용 앱이 개발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앱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UPnP’로 검색하여 적당한 앱을 받아 쓰면 된다. 태블릿에서 UPnP 앱을 동작시키면 컴퓨터나 NAS 등 서버들을 찾아 표시하고 이를 탭하면 서버 내부의 음원들을 보거나 재생할 수 있으며 볼륨 조절도 가능하다. 특히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여러 대일 경우 이를 모두 표시하므로 음악을 어느 곳에서 재생할지도 결정할 수 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장점은 여러 컴퓨터나 NAS 또는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과,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다수 사용함으로써 이 방 저 방에서 나오는 음악을 태블릿 PC로 쉽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Multi-Room 기능이라고 한다)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에도 단점은 있다. 우선은 저장된 곡이 너무 많은 경우 빈약한 태블릿 PC의 성능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다운되거나 접속이 불안정해질 수 있고, 아무래도 앱을 ‘가볍게’ 만들려다보니 인터페이스나 검색 기능 같은 것이 빈약하기 쉽다는 점이다. 사실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성패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직까지 데스크 탑 PC용 음악 재생 프로그램에 견줄만한 앱은 매우 드물다.
첫댓글 고 사장님 추천하시는 기기로 가격대비 강추 제품입니다.
앞으로는 cd player가 없어지고 cd판도 없어지고
음악듣는 방식이 네트웍이나 저장장치로 모두 바뀔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