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미해결된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다.
생존해 있는 피해자 가족들, 해결하지 못한 경찰의 입장, 여러 가지 說들 등등.
반면, 사회적 관심으로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는 장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영화로 만들기 좋은 소재이다.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 중 영화화 되지 않은 마지막 사건 !
(살인의 추억 : 화성연쇄살인사건, 그 놈 목소리 : 이형호 유괴사건)
15년이라는 공소시효에 대한 국민의 반감 !
5명의 개구리 소년의 부모들의 가슴 아픈 사연 !
사건에 관한 온갖 의혹(說)들 !
영화 <아이들>은 사건에 관해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개구리 소년 중 하나인 종호 부모에게
초점을 맞춘다. 황교수(심리학자. 류승용)의 추리와 거기에 놀아나는 방송국 PD 강지승,
그리고 종호 부모(성지루, 김여진)을 중심으로 영화의 전반부를 끌어간다.
그리고 가상의 범인을 내세워 어디선가 영화 <아이들>을 보고 있을 범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몽으로,
관객에게는 이런 사이코패스에게 무슨 공소시효냐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종결한다.
<아이들>이 <살인의 추억>만큼이나 좋은 소재임에도 범작에 머문 까닭은
먼저 영화 흐름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사건해결에 참여한 세 부류. 심리학자 황교수, 방송국(강지승 PD), 경찰(성동일) 중
성동일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이고, 황교수와 강지승의 ‘종호 부모 살해범 몰기’가 1시간 안에
끝나자, 영화는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건 당시, 회자된 많은 의혹들, ‘아이들은 애초에 산에 가지 않았다’, ‘미군에 의한 살해, 유기’,
‘경찰의 무능력’ 등이 왜 나왔는지를 영화는 다루지도 않는다.
다섯 부모 중 언급되는 부모는 유일하게 종호 부모뿐이고 다른 부모는 화면을 채우는 양념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사라졌고 대학교수와 방송국에서는 종호 부모를 의심한다.
당연히 다섯 부모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헌데 영화에는 그러한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
의심 받는 종호 부모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다른 부모의 슬픔은 배제된 것이다.
사라진 아이는 5명인데 영화에는 종호 1명 외엔 보이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더욱 어리석은 것은 가상의 범인을 화면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종호 집 앞에 차를 몰고 생뚱맞게 나타난 범인, 범행시 묶은 매듭, 국과수 검시에 나타난 흉기 모양과
일치하는 도축용 쇠망치 등, 그 정도 증거면 체포영장 발부 받아야 한다.
헌데 영화는 “아저씨 ! 증거 있어요?”라는 범인의 말 한 마디에 그냥 속수무책이다.
뭔데, 영화가 장난이야 ?, 관객이 앞 뒤 분간도 못하는 호구야 ?
<아이들>은 감독의 역량 부족이 영화를 얼마나 형편없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가상의 범인을 보여주기 위해 느닷없이 강지승 PD(박용우)의 아이를 납치하는 장면,
마지막 강지승과 범인의 결투에서 보여 지는 범인의 흰 눈자위는 실소를 자아낸다.
영화 만들기는 흐름과 개연성이 중요하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며, 사건과 인물의 개연성이 서로 맞물려야 하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의 흐름과 <아이들>의 흐름을 비교하면 여실히 드러난다.
<아이들>에는 흐름이 없다. 사건과 인물의 개연성도 없다. 따로 국밥인 것이다.
박용우와 류승용은 극 전체를 이끌어 가기에 부족하고, 성동일은 왜 영화에 나왔는지
최소의 존재감도 없고,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과 이들의 관계도 극 중에서 개연성이 없다.
축구에서 상대방에게 패스는 안 하고 단독 드리블로 골만 넣으려 하는 것과 똑 같다.
<아이들>은 기본만 해도 50%는 먹고 들어가는 이니셔티브를 감독의 역량 부족으로 기본도 하지 못한 졸작이다.
蛇足) 1. 배우에게는 무게가 있다. 러닝타임 2시간 내내 영화를 끌고 가는 무게와 1시간 지나면 지쳐서 주저앉는 배우가 있다.
박용우는 아직 2시간의 무게는 아니다.
2. <아이들>에서 그나마 관객에게 뭉클한 감정을 준 장면은 김여진(종호 엄마)의 마지막 대사다.
" PD 선상 잘못이 아니라예. 내 자슥 찾아달라고 그랬어예. 어느 부모가 지 자슥 목소리도
몰르겠는교. 그라믄 찾아줄줄 알았어예. "
첫댓글 知好樂님, 오랜만에 올려 주신 '아이들' 평론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이 영화 못 봤지만, 知好樂님의 분석이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박용우 등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고.
시나리오 자체가 스토리의 흐름과 개연성에 물리적인 결합만 제시할뿐,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한 점...
이는 곧 김치를 먹을 때 그 원료인 배추와 고추, 각종 양념들이 제각각 독립국가처럼 자기만의 맛만을 드러낼 때 느끼는 서걱서걱한 느낌이라고 할까. 물리적인 결합이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이 녹여져 발효돼 삭을 때의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근데, 마지막에서 발씀해주신 김여진의 연기, 저도 아직 보진 못했지만 동의합니다.티 속의 玉이겠지요.
허향 님. 안녕하세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모든 영화가 관객에게 공감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만들어 놓고 시류에 영합, 흥행하고 관객에게는 감동 받으라 강요하는 류의 영화가 요즘 가끔 눈에 띱니다. 건강하세요....
에구 知好樂님, 이렇게 빨리 답글을 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가끔 知好樂님이 올려주시는 영화 관련 玉稿 잘 읽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죠?
언제 함 충청도 가서 뵈야 할텐데...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어딘가로 사라지고..이젠 부모들 밖에 기억 안 할 개구리소년들...라는 타이틀에 내용을 짐작하였소만은...영화는 안 볼 예정이고 못 봐서 뭐라 할 말 없지만 좋아하는 내 취향과 맞을 것 같은 'Black Swan' 봤당 나탈리 포트먼 연기도 주연상 받을만큼 개않았는뎅
그들을 또 다시 산으로 보내버린 영화
나 지난 주에 애들이랑 아바타 본 게 1년도 넘었네...자우당간 나탈리 포트만 어케 자랐나 궁금하기도 하고 어쩐지 추리영화
참 2월말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누가 받았누
나탈리 포트만이 여우주연상 받았슴. <레옹>의 꼬마 아가씨가 잘 자라 주었다는.... 마크 월버그, 크리스챤 베일(남우조연상) 주연의 <파이터>, 콜린 퍼스(남우주연상) 주연의 <킹스 스피치>(작품상)도 보삼....
메모장에 적어놔야지 킹스 스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