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18 높이30 너비14cm의 남한강 오석입니다. 검매돌이라고도 부릅니다.
굴곡과 변화가 있으면서 비단결같은 돌갗에 광택이 나는 아주 새까만 진땡 오석입니다.
청오석이랑 돌매무새는 비슷하지만
청오석은 그냥은 청색으로 보이는데 물을 뭍히면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수족관에 넣는 감상용 돌로 많이 쓰입니다.
찐오석보다는 냇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돌이지요.
이번에 수족관 청소를 하면서 안에 있던 돌을 다 들어내었습니다.
트로페우스 이랑기 번식을 위해서 청오석을 쌓아놨는데 이젠 번식 안시키려고 말이지요.
끄집어내는 중에 이 돌 중에서 개구리석을 하나 발견해 좌대를 깎았습니다.
물멍하다가 이 석의 짙은 검정을 돌멍하니 문득 어릴적 자주 겪었던 정전의 어둠이 생각납니다.
어릴 때만 해도 우리 집은 전압이 불안정해서인지 두꺼비집의 퓨즈가 종종 나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전이 되면 자꾸 퓨즈를 사러 가는 심부름이 귀찮아 어느 날 나는 두꺼비집을 열고, 끊어진 퓨즈 대신에 굵은 구리선을 바꾸어 끼운 적이 있었지요.
한동안 전기는 끊기지 않고 잘 지냈는데 어느 날 우리 집 텔레비젼에 메케한 연기가 나는 게 아닙니까.
두꺼비집이 작동을 못하니 갑작스런 전압 상승을 견디지 못해 가전제품이 타버린 것이었지요.
호되게 꾸증을 듣고 당장 납으로 된 퓨즈를 여러 개 사왔는데 그게 어떻게 된 게 또 불량품인지 조금만 전압이 불안정해도 뚝뚝 선이 녹아 끊어졌습니다.
그 후 더 잦은 정전 사고를 당하고 마침내 제값의 돈을 주고 제대로 된 퓨즈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갑작스런 전압 상승 때 미리 끊어져 집안 전기제품의 손상을 막아주는 두꺼비집에 감사하며 그 정전의 어둠을 견뎠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신경증환자나 '화병'증세를 가진 환자를 너무 예민한 퓨즈가 끼워진 두꺼비집에 비유하곤 합니다.
마치 퓨즈를 구리선으로 대체하여 혼이 났듯 이런 사람들도 과거 '대책없는 선량함이나 무지 혹은 불의의 사고'등으로 한번쯤 애를 먹은 경험이 있고, 그 후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지속적인 불안이나 분노, 좌절, 갈등 혹은 상실 등의 불량퓨즈를 계속 정신의 두꺼비집에 끼우게 된 것이지요.
실제 웬만한 가전제품은 어느 정도의 전압상승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듯이, 우리 몸의 각 장기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나 자극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별로 심하지 않는 충격에도 정신이나 자율신경의 역치가 낮아진 신경증환자의 불량퓨즈는 쉽게 끊어져, '검사 상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은 아픈' 정전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디 신경과 환자에게만 그럴까요.
역치 이하의 자극에도 수시로 욱하는 사건과 상황에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내 성질 잡겠다고 다짐하고 기약하는 우리 아니겠습니까.
가끔씩 자신의 두꺼비집을 열어보고 자가 점검을 하여 '즐거움과 여유'의 정격 퓨즈를 확인해 본다면, 꼭 적절할 때 작동되는 두꺼비집으로 건강을 보호하며 살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