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저희 아파트가 정전이 되었습니다.
비상등과 엘리베이터는 움직였지만 나머지는 모두 정전, 아파트 변압기 이상으로 방금 수리를 마치고 복구되었습니다.
그동안, 카페의 충실한 눈팅회원으로, 코난님 책도 엄청 정독한 모범회원으로서 여러 종류에 재난에 나름대로 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닥쳐보니 몇 시간동안의 정전에도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정전이 발생했을 때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정전이 되거나, 다른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아들아이에게도 물부터 받으라고 교육을 하였습니다. 물통의 위치를 알려주고, 물통에 다 받으면 욕조, 세탁기,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꺼내 물을 받으라고 누누이 강조했지요.
막상 정전이 되니 '물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 집만 정전인가? 아파트가 모두 그런가? 혹시 블랙아웃인가?' 머리 속이 복잡만 해지고, 처음에는 저희 집만 두꺼비 집에 문제가 있어 전기가 안들어 오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집만 정전인데 물을 받는건 너무 오바아닌가'라는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물을 받아 말아 갈등하다가 복도에 나가 다른 집 계량기를 보니 모두 멈췄더군요. 창 밖을 보니 아파트 앞 이발소 삼색등은 잘 돌아가고... 우리 아파트만 정전이로구나 알 수 있었고, 정전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그 때부터 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은 완전 암흑천지이고요.
물통과 욕조에 물을 채우고, 세탁기에 물을 채우려 하니 정전으로 세탁기도 스톱... 따로 물을 부어 넣어야 하겠더라구요.
번거로워서 패스하였고, 정수기에서 식수를 미리 마련한 2L 빈 생수병에 담으라고 아들 놈 시켰는데, 정수기도 전기쓰는 거라 스톱, 정수된 물이 아니라 수돗물만 계속 담고 있더군요.
2. 정전이 되니 정말 사용 못하는게 많더라.
앞 서 이야기한 정수기, 세탁기 안되고요. 가스렌지도 자동으로 차단되어 가스가 안들어 오더군요. 가스까지 끊어지니 갑자기 멘붕이... 이러다 정전이 길어져서 물까지 끊기면 그야말로 재난상황이다 싶더군요. 모기는 돌아다니는데 전기로 작동하는 모기퇴치기도 먹통.
컴퓨터, 와이파이, 스마트폰(밧데리 다 쓰면 충전 못해서 건들지도 않음) 다 못쓰니 일단 엄청 심심하더군요. 촛불이랑 랜턴은 있지만 책을 읽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더군요, (TV는 원래 없구요...)
3. 재난 대비로 준비해 놓은 것을 다시 점검해야...
재난을 재비한답시고 사놓은 중국제 태양광 랜턴은 간만에 꺼내니 무용지물이고요.(태양도 들어간 다 저녁때라...) 후레쉬야 많지만 후레쉬를 켜 놓을 수 없어 초를 켰는데 저녁때라 바람이 부니 촛농은 여기저기 튀고, 촛불은 춤을 추고, 끄을음이 엄청 나오더군요. 바람때문에 불이 커지니 초도 무지 빨리 타더군요. 잘못하면 불나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바람불면 초를 사용한 조명은 비추입니다. 랜턴도 캠핑용으로 가스쓰는거나, 건전지쓰는게 있어야 할 듯하고요,
가스가 떨어지니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쌓아논 고체연료쓰는 것도 매우 번거롭더군요. 부탄가스가 효율을 떨어져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이런 단 기간의 문제에는 더 나은 선택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4. 스스로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비상발전기가 도는지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은 나오더군요. 일단 정전발생 30분 후 첫 방송, "정전이 되었다. 바로 복구하겠다"
그로부터 1시간 후 "한전에서 나와서 점검중이다."(한전에서 복구반 오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림)
"복구 중이니 자꾸 관리사무소로 전화하지마라"(관리사무소 전화에 불이 나나 봅니다.)
네다섯시간이 지나 제가 살고 있는 동은 복구가 되었지만 다른 동들은 변압기를 교체해야 하여 시간이 더 걸린다는군요.
주말 저녁에 변압기 교체가 빨리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전기와 가스가 끊긴 상태로 하루 이상 지나는데 평소 준비가 없다면 상당히 고통스럽겠지요. 큰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주변은 멀쩡한데 단지 저희 아파트만 변압기 문제로 몇 시간 정전이 되는데도 마음이 심란하고,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어둠이 점점 드리우니 좀 무서워지기도 했어요. 집에 아이들만 있는 경우에는 큰 일이겠더군요.
어찌되었건 주말에 민방위훈련 한바탕 잘 했습니다. 아들 놈도 여러모로 느낀 바가 많다고 하더군요. 저도 느낀 바가 많습니다. 지금사는 아파트는 분양 받아 입주해 5년간 사는데 멀쩡한 새벽에 화재경보기를 울려 사람 놀래키더니, 녹색 수돗물이 나오기도 하고...이제는 실로 오랫만에 정전이...(저희 아들은 중학생인데 태어나 처음 정전 경험 해봅니다) 여러모로 훈련 잘 시킵니다.
아들과 저의 결론은 '우린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이러는데, 전혀 준비 안하고 사는 집은 어쩌면 좋냐...'입니다.
아파트는 정전이 되거나, 복구가 되거나 조용~~ 평온~~ 별 움직임이 없구요.
별 생각 없이 잘 들 지내시나 봅니다...
저희 가족도 좋은 경험 했습니다... ^^
첫댓글 우선 좋은 경험 하셨네요.
카페에서 언급되는 내용 중에 재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 느끼신대로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생각해볼 때입니다. 물론 구체적으로요. ^^
나름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훈련이 안되어 그런지 메뉴얼대로 잘 안되네요... ㅠㅠ
읭? 매뉴얼이 있어요? 어디요? 난 왜 못봤지?
정전시 가스도 안나오는군요.수돗물은 나와서다행이네요.
아래 건강하자임사장님 글처럼 물탱크가 아파트 옥상에 있으니 있는 물 몇 시간만 나오는거라 물을 받았구요... 정전되면 물도 언제 끊어질지 기약이 없습니다... ㅠㅠ
@푸른 숲(경기) 정전이라도 관리실에서 밸브를 열면 아파트 지하 물탱크까지는 물이 받힐 수 있습니다.
옥상은 다시 펌프로 퍼올려야 하기에 정전시 다 쓰고나면 물이 안받히구요.
따라서 우선은 아파트의 구조와 설비를 파악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푸른 숲(경기) 그런거였군요 감사합니다.
혹서기 혹한기에 블랙아옷이 길어지면 아파트에서 생활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갈데가 없다는게 큰 함정입니다 ㅠㅠ
온갖 방법을 동원하면 얼어죽지는 않습니다.
카페 글들이나 코난님 책에도 블랙아웃이 이어질 것에 대비해서 별도의 난방장치와 취사기구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
카페글과 카페장님의 책을 읽어보시면서 준비하세요. 그래도 그 아파트는 비상등(계단 등)이나 엘리베이터는 자가 기름발전기로 1~3시간 가량 운행이 가능합니다. 아마.. 다음달 관리비에 기름값이 들어있을수도.^^;; 또는 계단에 비상구표시등은 충전식입니다. 그래서 30분~3시간정도 까지 켜저 있기도 합니다. 긴급상황시 태양광발전판이 있다면 비상표시등을 때다 베터리만 빼서 사용도 가능합니다..정문 입구가 자동문이면 자동문에서 비상 베터리가 있는것도 있습니다. 이놈은 충전만 잘 하면 노트북도 돌아간다는...ㅡ,.ㅡㅋㅋ 카페 회원이시라 알려드리는 거에용~ㅋㅋ
그리고 물은 물탱크덕에 나오거나 상수원에서 모터로 어느정도 압력을 줘서 몇층까지는 나올꺼 같네여... 하지만 고층이면...^^;;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세요. 초는 반사판을 만들어 이용하세요. 바람막도 되고 빛을 모아줘서 좀더 밝게 사용하실수 있습니다.
자동문에 비상배터리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이번를 기회로 사고 싶은걸 마음껏 지르세요. ㅋㅋ
대용량 물통이랑 휴대용 정수기가 사고 싶은데 단수가 안되요. ㅠㅠ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ㅋㅋ
휴지와 물티슈도요~^^ 물티슈 1장과 물 한컵으로 목욕은 아니지만 비스무리 하게 사용 가능..ㅡ,.ㅡㅋㅋ
이것이 오늘의 교훈!! ^^
지난 2003년 북미대륙 동부가 대규모 정전사태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제가 그때 딱 정전이었던 지역에 있었구요.. 뭐 정전지역이 워낙 넓었으니.. ㅜ.ㅜ 정말 그때 전기없으니 안되는게 정말 많구나 몸으로 느꼈네요. 일단 정전지역이 넓으니 정전초기엔 방송국들도 대응이 안되어 라디오고 티비고 방송이 끊겼었구요, 일반 대형 마트도 물건을 스캔해야 가격이 찍히고 계산이되니 물건을 못팔더라구요. 오히려 동네 구멍가게만 촛불켜놓고 장사해서 물건이 동났었어요. 전기오븐쓰는 식당들 죄다 문닫고, 가스오븐쓰는 피자집만 줄이 문밖으로 엄청길었고, 주유소도 주유기 작동불능으로 기름 못팔고... ㅜ.ㅜ 뭐 난리도 아녔더랬습니다.
오히려 하루이틀 지나고나니 나름 적응? 및 대응들을해서 자가발전기도 돌리고 상황이 좀 나아졌었는데.. 며칠 후 수습이 그런대로 빨리 되어서 다행이었는데.. 그 상황이 길어졌다면.. 정말 ㅜ.ㅜ 이었을것같아요. 냉장고, 냉동고속 음식 죄다 버려야했고.. 미리 쟁여둔 음식도 없었구요.. 정말 화장실서부터 여러가지로 곤란한 실전이었습니다. 전기에 참 많이 의존하고 살고있더라고요. 시간이지나 잊고있었는데.. 적어주신 글 덕분에 다시 떠올리며 마음 새롭게 다져봅니다. 평상시 대비, 상황 가정 연습.. 정말 필요하다는데 마음깊이 공감합니다. ^^;;
경험담 고맙습니다. 국내도 별반 다르지 않을것 같습니다. ^^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배설일 것 같습니다. 수년 전 경북 어디서 수일간 물공급이 안되니 아파트 도처에 오물이 방치되어 문제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저희집은 전원주택인데 한번은 마을 전체가 정정이 났습니다. 단수도 됬죠. 4시간만에 복구 되긴했지만 주민분들은 시골의 저력이 있으셔서그런지 평소와 다를게 없는 일상이였습니다. 국지적인 단전이라 빠르게 복구가 되서 다행이지만 전국적인 재해로 복구시일이 길어진다면.... 생존상황이죠 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햇네요.나름 메뉴얼을 만들어야 겠군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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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은 제사를지내서 양초는 5각있습니다....묵음쎄일로 샀지요...^^ㅋㅋ
@재난구조대(창원) 네... 코스트코냄새가...ㅋㅋㅋ
좋은 경험담입니다 아파트가 껌껌한데 주위 거리와 현관문만 불이 켜진게 묘한 대비네요^^
재난구조대님말대로 요즘 양초도 없는 집이 많습니다 저희 어렸을적만해도 여름에는 종종 단전되고 또 민방위훈련하면 소등훈련을 해서 어둠에도 익숙했는데 지금 아이들은 그런걸 못 겪었죠 어린아이들은 놀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파트는 정전에 가스도 차단되나요 그건 저도 첨 알았습니다
정전이 되도 최소한 핸드폰은 써야하니 요즘 저렴한 배터리 뱅크를 구비하시거나 혹은 자동차 시거잭용 충전기를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겁니다^^
온두라스는 도시는 일주에 한번 정전되고 시골은 매일 정전이 됩니다 물론 바로 들어오기는해요.. 여기 가정용 발전기 저렴한게 좀 보급됐으면 좋겠어요..
정수기는 정수된 물을 저장하는 방식이 아닌가 봅니다. 첫번과 두번째 필터 부분에서 선을 빼내면 될 것으로 봅니다.
정전되면 개스는 자동으로 차단되는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플카 사막에 살때 하루에도 몇번씩 정전이 되는 동네였어요. 상수도도 지멋대로 단수되고. 너무 더워서 항상 냉동실에 페트병을 한두개쯤 얼려두고 이럴때 손, 목을 식히고 안고 자고 그랬는데, 한번은 일주일동안 전기 물이 동시에 끊겼죠. 전기없는거야 얼추 적응이 됐었는데 물은 정말 골치더라구요. 평소 욕조랑 대형 다라이에 물을 받아, 흙은 가라앉히고 쓰다가 이것도 동나고나서는 생수로 대충 고양이 세수등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오지생활이라면 자신있다 생각했지만, 이제는 벌써 십년전이고 문명의 이기들에 다시 너무나 익숙해져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이 카페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감사감사!!
오호.. 레니님의 경험담도 매우 소중할듯요~ 기대하겠습니다~ ^^
@레프트사이드(서울) 아... 아녀라~~ 여기 계신 고수분들에 비하면 새발에 먼지인지라..;;;;; 그저 눈팅하고 배워갈뿐이지요. 거기에 게으름까지 더해 실행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무슨일 하시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아는 카페한분은 해외 재난지역 구조 전문가라 비슷한 얘기를 듣긴했는데 종종 외국소식좀 전해주세요ㅎ
@코난(경기) 한국 들어온지 꽤 됐고 아젠 이 서울 바닥을 못 벗어날거같아요 ㅠㅠ 걍 평범한 직장인이지요.
그나저나 코난님의 관심권안에 든건가요 저? ㅋㅋㅋ 아싸 신납니다 ㅎㅅㅎ
가스가 차단되는건 가스사용 측정이 불가능해서 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가스사용 계량기가 전기로 돌아가는 것일테니
그러면 이런 아파트의 단점을 원룸은 어떻게 보완하고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가지 예로 원룸은 가스차단은 안되지요^^
아파트와 원룸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저 혼자 생각하는 예상입니다만...) 차이점은 대비를 어떻게 해놓았느냐이겠죠^^ 글 쓴이 님께서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단기생존상황을 대비해서 부탄가스를 사놓으면 좋겠다 랜턴은 무한동력 태양광도 태양광이지만 가용성을 생각해서 가스나 베터리 랜턴도 있어야겠다 와 같이요 ^^
저두 그저꺼였나 정전되었어요ㅠ 갑자기 선풍기가 멈춰서 놀랬다능ㅜㅜ 우리집만 정전되던데 어디 누전되서 그런건지..
일종의 생존경험담이지만서도 글에서 사람냄새가 많이 나고 푸근한 느낌이네요~ ^^
오호,좋은 경험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