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민주주의' 주성영, 진중권에 혼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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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토론>서 '대구폭탄주' 인용 비판…주의원, 고대女를 '재적생'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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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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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외침 만큼이나 뜨거웠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과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간의 '배후조정' 논쟁은 종착역에 다다른 한미 추가협상 만큼이나 팽팽하고 긴장감 있게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와 촛불,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를 놓고 20일 0시20분 부터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19일 특별 기자회견 내용과 한미 추가협상 결과에 따른 촛불 정국의 향방 등을 놓고 6명의 참석자들이 한치의 양보 없는 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토론 열기와 패널들 간 찬반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단연 촛불집회와 관련한 배후조정설. 특히 이른바 '천민민주주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주 의원과 촛불집회 시작 이후 현재까지 현장을 지켰던 진 교수 간의 설전이 가장 뜨겁게 펼쳐졌다.
주 의원은 "촛불집회가 점차 과격 시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 뒤에는 국민대책회의를 움직이고 있는 진보연대가 있다"고 밝힌 반면, 진 교수는 주 의원의 과거 부적절한 사례를 거론, "대구 밤문화는 귀족이고, 촛불 든 시민들은 천민이냐"고 실랄한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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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영 의원과 진중권 교수는 20일 새벽 <100분토론>을 통해 촛불집회와 관련한 설전을 이어갔다. © MBC | 이날 토론회에선 김종률 민주당 의원과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진중권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가한 반면, 주성영 의원과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천민민주주의라는 말 자체 없어…굉장한 논리 오류"
무엇보다 주 의원의 '천민민주주의' 발언이 양측간 설전의 신호탄을 알렸다. 그는 이른바 '집단 지성'과 '다중 지성'이라는 사회학적 용어를 인용, "초창기에는 비폭력적 이었지만, 처음부터 (뒤에서) 조정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못박았다.
주 의원은 "그 세력들은 다름아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다. 이를 진보연대 사람들이 지휘하고 있다"며 "이들은 과거 죽창으로 군경을 공격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집단 지성의 동력이 떨어지는 순간, 재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민민주주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막스 베버가 사용한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은 있어도 '천민민주주의'라는 말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그 말은 이회창 전 총재로 부터 나온 것"이라고 밝혀 주 의원을 당황케 했다.
진 교수는 이어 "나는 촛불집회를 모두 지켜봤다. (주 의원이) 초기-후기를 얘기하는데, 가두시위 첫날 대책회의가 '해산하자'고 말해도 시민들은 '안간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과거 사례에 비춰 얘기하는 것은 굉장한 논리 오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 의원은 "국민대책회의가 '20일 까지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지금 심야 토론회를 하고 있다. 입장을 후퇴시켰다. 이것이 바로 천민민주주의로 나가다가 전술적으로 움추린 것"이라고 맞받았다.
진 교수는 "정권 퇴진 운동을 진짜 정치적 요구로 이해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 상징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정부가 끝까지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혹은 앞으로 나올 모든 정책이 (국민들 요구에 반한다면) 이것은 현실적 요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의 밤문화는 귀족문화이고, 거리에서 김밥먹고 정치얘기하면 천민인가"
문제는 이후 상황. 배후조정설을 둘러싼 설전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주 의원이 "초창기 건전한 시민운동으로 나가다가 지도세력이…"라고 운을 떼자, 진중권 교수의 실랄한 비판이 주 의원의 말을 가로막았다. 과거 주 의원과 한나라당의 부적절한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진 교수가 "그럼 한나라당은 과거 정권퇴진 운동을 안했느냐"라고 말하는 순간, 주 의원이 "우리는 정치집단이지 않느냐"고 말했고, 이에 대해 진 교수는 "그렇다면, 왜 정치집단이 천민 짓을 하느냐"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진 교수는 "시민들이야 화나면 길바닥에서 그런일을 할 수 있지만, (정권퇴진 운동을) 정제된 언어로 요구해야할 분들이 왜 천민짓을 하고 있느냐. 이제와서 남들이 그런일을 한다고 왜 천민이라고 부르느냐"고 밝혔다. 과거 노무현 탄핵 사태를 거론한 것이다.
이어 진 교수는 "형편 없는 수준의 네티즌들이 많다고 했는데, 비율로 따지자면 형편없는 국회의원들이 더 많다"며 "가령 예를 들자면 몇년전 국감기관이 피감기관과 폭탄주를 마시면서 화끈한 대구의 밤문화를 얘기하던 의원께서는 거리에 나와 촛불들고 김밥 먹는 모습이 시시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005년 9월 국감 당시 주성영 의원을 비롯한 7명의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이었던 대구지검 검사들과 술판을 벌이다 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대구 폭탄주' 사건을 풍자한 것.
진 교수는 "대구의 밤문화는 귀족문화고, 촛불을 든 채 거리로 나와 정치를 얘기하고 밤을 지새는 문화는 천민문화인가"라고 밝혔다. 이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주 의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손석희 교수가 진 교수의 발언을 중단시키려 할 정도였다.
진 교수는 또 주 의원의 인터넷 실명제 강화 주장에 대해서도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실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뉴라이트 계열의 이 교수는 촛불집회와 관련한 인터넷 여론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진 교수는 "이 교수는 '다음 아고라에 들어가 봤다. 학생들 글이 우파웹진에 올라온 글들보다 훨씬 수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다음에 괄호를 쳐놓고 무슨 얘기를 했느냐면 '요즘 우파웹진의 글 수준은 아이들이 볼까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진 교수는 "(주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효과도 없을 뿐더러,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이 가장 큰 타격 입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멀쩡히 학교 다니고 있는 학생 향해 "고려대에서 재적당한 '정치인'" 주 의원을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주성영 의원은 또다시 화를 자초했다. 손석희 교수가 토론 종료를 알린 순간, 억울함을 느꼈다는 듯 주 의원이 왼쪽 상단에 희미한 인물사진이 있는 A4 용지 한장을 꺼내 들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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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방송 분을 통해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고려대녀(좌)와 서강대녀(우). 이들은 각각 촛불집회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혔다. © MBC | 주 의원은 지난주 <100분토론>을 통해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이른바 '서강대녀-고려대녀'의 사례를 거론, "지난주 방송을 보았느냐. 서강대녀와 고려대녀가 나왔는데, 고려대 여학생을 기억하고 있느냐. (A4용지를 가리키며) 이게 그 여학생 프로필"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김지윤이라는 학생인데, 지금 고려대에서 재적을 당했고,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명시돼 있다. 선거운동까지 한 '정치인'"이라며 "지난주 방송에서 고려대 재학 중인 것으로 나왔다. 이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주 의원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 현재 고려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지윤 씨는 지난 2006년 이른바 고려대 출교 사태로 학교를 잠시 떠나 있기는 했지만, 올 6월 경 고대 측 결정에 따라, 김지윤 씨를 포함한 출교생들 전원이 복학했다. 이와 관련, 손석희 교수는 "김지윤 학생이 (방송을 보고) 우리쪽으로 전화를 해온 것 같다. 복학됐다는 얘기가 있다"며 "현재 학생 신분이라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한편 주 의원은 손 교수가 방송 종료를 알리며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멘트를 하려는 순간, "진중권 교수가 허위보도에 따라 인신공격을 한 점에 대해선 모두 잊겠다"며 이른바 진 교수의 '대구 폭탄주'발언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체념한 듯, 고개를 돌리며 쓴웃음을 지었고, 김종률 민주당 의원의 웃음소리도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손석희 교수도 "잊어버리겠다고 하시니 알겠다"고 말하며 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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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0 [09:34] ⓒ jab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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