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생태학습 수업을 하려고 생태공원에 갔다. 구름이 낮기에 구름 높이를 짐작해보자고 하니 한 아이만 반응할 뿐 관심이 없다. 풀이나 벌레도. 데크에 와 물어도 별 관심들이 없다. 관심을 유도해보려고 해도 끼리끼리 잡담을 할 뿐이다. 그나마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가 있어 설명을 해 주며 걷는데, 마침 강 건너에 새가 보였다. 망원경으로 보니 가마우지, 백로, 흰뺨검둥오리 무리가 보였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더니 역시 관심이 없다. 멋지네요 하고, 새가 다 보인다고 굳이 망원경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아이들이 일곱밖에 없고 보이지 않는다. 무반응과 잡담에 화가 나던 차에 아이들까지 사라지니 완전 화가 났다. 그래 따라왔던 길을 되밟으며 아이들 이름을 불러도 보이지 않다가, 멀리서 걸어오는 남학생 둘이 보였다. 한 아이가 화장실이 급해 마침 이곳을 잘 아는 친구에게 물어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했다. 교사에게 말을 하고 가야지 않냐고 주의를 줬다. 그리도 다시 보이지 않는 여학생들 이름을 불렀다. 몇 차례 생태공원이 쩌렁쩌렁 울리게 외친 뒤에야 멀리서 걸어오는 아이 둘이 보였다. 뛰어오라고 해서 물으니 산책을 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자의로 판단해 산책을 해버린 거다. 어이가 없었다. 이제 졸업을 앞둔 고3인데 어떻게 이럴까? 서로에게 관심도 별로 없고 끼리끼리만 어울린다. 결국 아이들을 모아놓고 한바탕 호통을 치고 학교로 돌아왔다. 나도 의욕을 잃었다. 반응이 전혀 없고 참여를 하고자 성의를 나타내는 아이가 한 명 외에 없다니. 반응도 대답도 거의 없고 묵묵부답인 아이들이 참 어렵게 느껴졌다. 나도 더 내려놓고 무리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