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를 보내고 왔지요. 요즘은 추석에도 아이들은 친척어른들께 용돈을 많이 받는가 봅니다. 설날은 세배를 하고 세배돈을 받는다지만, "추석에는 왜?"라고 물었더니 오랜만에 만나니 그냥들 주신다고 하네요. 연휴에 들어가기 전날, 이번에는 한번쯤은 정중하게 사양^^을 해보고 그래도 주시면 받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어디서 들었는지 "어른이 주시면 받는게 예의"라고ㅎㅎ 그도 그렇지요. 주시는 분의 기쁨도 있을테니.. 어쨌든, 두둑한 용돈도 받고 긴 연휴도 즐기고 학교에 왔더니 이틀만 등교하면 또 주말이라고 아이들 기분이 내내 좋아보였습니다.
텃밭에 심은 배추 모종중 다섯개가 결국 뜨거운 햇볕에 지고 말았어요. 상급반은 배추모종도 심고 씨앗도 심었는데 씨앗은 단 하나도 발아를 못했다고 하네요ㅜㅜ... 죽은 모종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목요일에 부랴부랴 배추모종을 좀더 사고, 부추모종도 사서 아이들이 금요일 아침에 심었는데, 금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렸지요. 이번에는 폭우가 내려 갓 심은 모종이 자리를 못잡고 죽을까 또 걱정이... 다행히 그 거센 비에도 새로 심은 모종들이 뿌리뽑히지 않고 자리를 잘 잡은듯 합니다. 해가 나도 걱정, 비가 와도 걱정... 그런 제 마음을 돌아보면서 웃음이 났어요^^ 이러다가는 배추를 수확하는 날까지 매일 걱정만 하면서 보내겠다 싶었지요. "정성은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겨라." 주문을 외웁니다.
지난 6월말에 심은 고구마, 그 줄기와 잎이 무성하게 자랐어요. 목요일 아침에 아이들과 줄기를 따고 다듬어 <참초마트>에 내놓았지요. 2학기에는 작년에 했던 것 처럼, 텃밭작물과 가을과일을 이용해서 여러가지 식품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예요. 판매금을 차곡차곡 모아서 연말에 의미있는 곳에 쓸려고 해요. 그 첫 상품이 '고구마 줄기'였지요. 학교 밴드에 판매 공지를 올리고 금방 판매가 되어서, "이게 팔릴까?"하던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가게 이름을 정하는 회의를 했어요. 여러개의 이름이 제안되었는데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계속 새로운 이름을 제안해보라고만 했더니 아이들이 "이미 많이 제안했는데 왜 자꾸 묻기만 해요?"라고 하네요. 그 순간 또 아차! 싶었어요. 그 과정 내내 나는 아이들의 말을 듣기보다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기를 애써 유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참초마트>는 그렇게 아이들이 제안한 여러 이름 중 투표를 해서 정한 이름이예요. 결정을 내리면서도 "이름에 영어가 들어가서 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또 웃음이 났습니다.
이틀 뿐이었지만, '추석맞이 행사'를 주제로 <참초신문>기사도 하나씩 쓰고, 책읽기 시간에 <백범일지>도 한챕터 읽었고, 아니타영어수업, 금요일 오후 자치회의도 야무지게 잘 진행했습니다. 다음주는 무척 바쁜 한주가 될것 같아요. 월요일 오전에는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3D펜 활용 교육"체험을 하고, 화요일에는 사랑어린학교 초등 5,6학년 친구들이 우리학교에 방문하지요. 수요일에는 저녁시간까지 사랑어린 친구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어요. 토요일은 학교의 큰 행사인 '입학설명회'가 열리는 날이지요.
22일 일요일부터 '추분'절기가 시작되어요. 차츰 밤이 길어지면서 시원한 가을날씨를 맞이하게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올바른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우리들이 생각하는 이상에 맞는 인간형의 틀을 덮어씌우지 않고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있는 법이다. 어린이를 어떤 이상의 틀 안에 가두어버리는 것은 규범에 순응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같은 순응은 본래 있는 그대로의 자기와 이상의 틀에 맞추어진,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자기와의 사이에 끝없는 갈등을 일으키고 불안을 낳는다....'이상'은 우리가 어린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또 어린이가 스스로를 깨닫는데 장애물이 될 뿐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날 때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이들을 마치 쉽게 고쳐지는 기계장치 처럼 다룰 것이 아니라, 감수성이 풍부하고 생명력에 차 있으며 민감하고 두려워하며 다정다감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47~49p 발췌)
첫댓글 참초마트의 다음 물품이 기다려집니다. ^^ 길었던 여름이 하루 아침에 마감되고 바람이 선선합니다. 모두 건강하고 충만한 가을 학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참초마트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네요~~^^ㅎㅎ 새로운 물품 기대하겠습니다~~^^
어른이 주시면 받는게 예의~ 재밌습니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