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 -얼굴없는 그대-

말할 수 없는 외로움 나 홀로 검은 천을 둘러쓰고 얼굴을 가리며 거리를 걸으면 지나가는 사람은 마치 나를 유령으로 보는 듯. 그것이 날 유령으로 만들었어 얼굴없는 유령, 가오나시.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여러가지 다양하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온다. '난무'한다고 해도 맞을듯한 이 영화에서는 특히 두드러진 성격을 나타내는 캐릭터들이 있다. 일단, 주인공인 센=치히로와 그녀를 도와주는 꽃미남 하쿠. 그리고 유바바, 그녀의 아기, 거미손할아범, 가오나시, 등등... 각각의 캐릭터 성격에 대해서는 검색해서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 여기서는 그것을 찾지 않길... 나는 이렇게 많은 여러가지 캐릭터들 중에서 '가오나시'라는 캐릭터를 눈여겨 보았다. 의도적으로 관찰하려 한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눈이 간 것이다. 왜 눈이 갈 수 밖에 없었을까. 그는 외롭다. 여자들의 이상형중에 아주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우수에 차서 외로이 있는 남자"라는 것이다. 물론 이상하진 않다. ^^;;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가오나시에게 끌렸나?'라고 생각해본 것일 뿐이다. 아니, 그런 외모적인 분위기(솔직히 가오나시는 멋있는 인물은 아니다--;;)로라면 차라리 꽃미남 하쿠를 눈여겨봤겠지. 가오나시는 말을 하지 못한다. 소리를 낼 수 있는 무언가를 몸속에 넣어야(=잡아먹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만약 개구리를 잡아먹는다면 개구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고, 게다가 얼굴도 없는 그가 어찌 친구가 있을 수 있으랴. 그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외로움에 꽉 차 있는 캐릭터이다. 그런 그가 센을 보았다. 명랑한 소녀인 센과 친해지고 싶지만 뭐라 말도 못하고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는, 그냥 센 옆에서 그녀가 필요할 만한 것을 얹어주고 간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혹해서 아부를 떨만큼의 사금이나, 귀한 목욕물을 쓸 수 있는 패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센은 '저는 그것이 필요 없어요"라면서 거절한다. 친해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가오나시는 목소리를 내어 말하기 위해 결국 개구리를 잡아먹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 2명도 잡아먹게 되는데 그 잡아먹힌 것들이 하필이면 다들 성격이 안좋은(?) 캐릭터들이라 가오나시는 결국 포악한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 그만큼 그는 순수한 존재인 것이다. 비단 소리를 내기 위해 잡아먹은(잡아먹힌 그들은 가오나시 안에서 살아있다.)그들의 성격도 가오나시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첫번째로 그가 잡아먹은 개구리는 재물에 집착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개구리를 잡아먹은 가오나시는 센에게 강한 집착을 보여서 폭력까지 행사하게 될때까지 변하지만 센의 노력으로 다시 조용하고 수줍음많고 말없는 원래의 가오나시로 돌아오게 되고, 그녀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 가오나시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집착'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가오나시의 느낌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팬텀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팬텀이 크리스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것이 비뚤어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오나시도 센과 친해지고 싶어서, 센에게 "우움"거리면서 내밀던 여러가지 약수목욕물패 두손 가득하게 내밀던 사금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아부해도 주지 않는다고 왜냐면 센한테만 줄거니까-라고 하면서)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난폭해지는 그의 모습이 말이다. 외로움에 젖어 모습이 지워진 가오나시. 차마 말도 할 수 없어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가오나시. 생각해본다. 그의 모습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그림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런지. 센과 같이 가오나시의 외로움을 진정한 우정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런지. 혹은, 이 사회에서 각각의 개인은 홀로 허공을 떠다니는 가오나시의 모습이 아닐런지... 겉모습만 사람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