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는 차이야품을 몰랐었는데, 인아웃은 방콕이고 가고 싶은 지역은 주로 북부라서 지도 위에서 동선을 그려 보다가 순전히 거리 관계로 찍은 곳이다. 알아보니 위치는 태국의 중심에 가깝지만 내용적으로는 오지 중의 오지란다. 산업도 관광도 볼 만한 게 별로 없는 한적한 시골 이라는데 그나마 내세울 만한 행사인 까찌여우 축제는 8월에 열린단다. 까찌여우는 꽃 이름, 넓은 들판에 붉은 까지여우 꽃이 만발하면 꽤나 아름답다고 하는데 겨울이니 뭐, 해당 사항 없음.
그래도 열심히 찾아보니 머힌카우 빠힌응암 파쑷팬딘 파홈뽁 등 바위(힌)와 절벽(파)이란 단어가 들어간 관광지들이 나왔다. 그래, 꽃 없으면 돌이라도 구경하지 뭐.
#2019년 12월 26일
롭부리에서 차이야품을 가려면?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는 것 외에는 정보가 없었다. 태사랑 카페에 물어봤지만 '코랏을 거쳐야 할 걸요" 하는 자신없는 댓글이 하나 달렸을 뿐이었고. 홉인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3단계로 가야 한단다. 1. 호텔 앞에서 빨간 썽태우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라. 2. 터미널에서 싸라부리 가는 버스를 타라. 3. 싸라부리에서 차이야품 가는 버스를 타라. 지도를 보니 싸라부리까지는 남쪽으로 돌아가는 길이긴 하지만 코랏까지 돌아서 가는 것에 비하면 훨씬 빠른 코스다.
근데 호텔 앞길이 롭부리에서 싸라부리로 가는 길이니, 터미널까지 갔다가 다시 올 게 아니라 길건너에서 기다리다가 잡아타면 되는 거 아닐까? 잠시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썽태우를 탔다. 호텔 직원들도 추천을 안 하는데 모험을 할 수는 없지. 확률은 작지만 혹시 다른 길로 갈지도 모르고, 이 길로 지나간다고 해도 세워준다는 보장이 없잖아. 어디 가는 버스인가 더듬거리는 동안에 휙 지나가 버리면 어쩌고?
빨간 썽태우 안에는 돈을 받는 차장이 있었다. 차장이 있는 썽태우는 처음이지?. 요금 7밧이라고 써 있는데 10밧을 달란다. 짐값을 받나? 5분 쯤 지나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싸라부리 가는 롯뚜는 자주 있는 듯 많이 기다리지 않고 금방 출발했다. 요금은 40밧. 예상대로 홉인 방향으로 가는데, 예상보다 자주멈춘다. 터미널까지 안 왔어도 됐을 것 같네. 심지어 홉인 건너편 빅씨 앞에서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데도 서서 기다려기까지 했다. 저기서 기다리면 되는 거였구나! ㅎㅎㅎ 뭐 보험들은 셈 쳐야지. 보험료라 봤자 썽태우 비 20밧밖에 안 들었으니 속이 쓰릴 일은 아니다.
싸라부리 터미널에 가 보니 방콕에서 출발해서 러이로 가는 VIP 버스가 하루에 12번이나 있다. (그 중 두 번인가는 치앙칸까지) 배차 간격이 1시간이나 1시간 반 정도인데 15분만에 버스를 탔으니 운이 좋았던 셈이다. 요금은 203밧이고, 소요 시간은 4시간 10분 정도.
차이야품 터미널은 아주 시골스러운 조그만 터미널인데, 그래도 뚝뚝 아저씨들이 여럿 대기하고 있었다. 40밧밖에 안 받는다니 거절할 수 없어서 (걸어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르엇니밋 호텔까지 뚝뚝을 타고 갔다. 르엇미닛 호텔은 건물이 좀 낡은 편이긴 했지만 분위기는 고급 호텔이다. (배낭 둘러 메고 앞장선 벨보이도 있어서 모처럼 팁도 줘봤다.) 조식 불포함 650밧짜리 방이 깨끗하고 편안했다. (조식이 인당 150밧이었나? 식당도 괜찮아 보였지만 3일 동안 밖에서만 먹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구글에게 물어보니 근처에 쏨땀집이 있단다. 낑솜땀 - 건물은 허름하지만 쏨땀에 까이양 그리고 카우니여우, 이싼 음식 3종 세트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지도상의) 야시장을 찾아 나섰는데, 호텔을 나가자마자 저쪽 큰길에 화려한 야시장이 보인다. 먼 쪽에서는 음악 소리가 쩡쩡 울린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싼이 어쩌구 문화가 어쩌구 축제라는 얘기는 알아듣겠는데, 짧은 태국어의 한계로 더 이상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귀한 행사를 하필 아니 때마침 우리가 도착한 날 하고 있으니 특별한 환영을 받는 느낌이들었다.
무대에서는 태국 전통극, 영어 연극, 아이들 무용, 성당 아줌마들 공연, 여고생들의 K팝 군무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고
우리는 초밥과 부어러이(코코넛 디저트) 등을 사 먹으며 특별한 환영 행사를 즐겼다.
#12월 27일
호텔 프런트에 관광용 택시를 부탁했더니 할아버지 기사가 왔다. 머힌카우와 따똔 폭포를 갔다오는 비용이 천 밧이라니 좋은 가격이다. (물론 정식 택시는 아니고 자가용 영업)
머힌카우(라는 바위군) 자체는 입장료가 없는데 그 위쪽에 있는 절벽인 파후어낙은 외국인 입장료가 100밧이었다. 100밧 정도는 저항 없이 내줄 수 있지. 절벽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도 구경하고 점프샷도 찍어 보고, 제법 개성있게 생긴 바위들도 구경하고 즐거운외출이다.
그런데 두 번째 목적지인 따똔 폭포의 입장료 200밧은 너무 비싸다. 게다가 폭포가 생각보다 작더라고.
그래도 제법 예쁘장한 폭포라 그런지 소풍나온 현지인들이 몇 팀 보였다. (저들은 입장료가 20밧이잖아?)
할아버지 기사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킁킁거리는 게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안내를 잘 하시길래 내일은 멀리 빠힌응암과 싸이텅 국립공원을 같이 가자고 했다. 1800밧을 달라면서 거리가 멀다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그렇게 오케이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서 오늘 택시비 1000밧을 건네고 작별을 하려는데, 500밧을 더 줘야 한단다. 1000밧이라 그랬잖아요? 1000밧은 1000밧이고 500밧을 더 줘. "맛쩡"이란 단어를 계속 강조하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호텔 직원이 나와서 소통을 시도하는데 직원도 영어가 짧은지 스마트폰을 꺼내 번역앱을 열고 우왕좌왕. 한참동안 삼각으로 헤매다가 직원의 스마트폰에서 deposit이란 단어를 발견했다. 아하. 내일 꺼 계약금을 달라는 얘기였다. 어렵게 소통이 되니 다같이 파안대소를 하고 해산.
늦은 점심을 위해 호텔 건너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가 한국에서 2년 동안 일한 적이 있다는 주인 남자의 환대를 받았다. 호평동 어딘가에서 살다가 불법체류 단속에 걸려 쫓겨왔다는데 그래도 한국이 밉지는 않은 모양이다. 메뉴에 80밧이라고 적혀 있는 음식 (카나무껍, 팟까파오무쌉) 두 가지를 먹었는데 굳이 100밧만 받겠다고...
저녁에 열리는 환영 행사는 어제까지 였나 보다. 혹은 어제 하루? 저녁을 해결하러 지도에 차이야품 야시장이라고 표시된 곳을 찾아가 보니 여러가지 음식을 팔고 있기는 한데 별로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다. 손님이 많지가 않다. 족발덮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보니 맥주집과 무까타에 젊은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12월 28일
100킬로 넘게 멀리 찾아간 빠힌응암(아름다운 바위 숲)은 외국인 입장료가 200밧인데, 할아버지 기사가 보기에도 너무 비싸 보였나 보다. 매표원에게 뭔가 열심히 얘기를 하더니 110밧을 주라고 한다. 돈을 꺼내려는데 매표원이 차 안을 살펴보며 뭐라뭐라 얘기를 한다. 에구 정가대로 400밧을 달라나 보다 했는데, 220밧을 내라고 한다. 어떻게 계산하면 220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달라는대로 220밧을 건네고서 코쿤캅, 땡큐. 태국 국립공원의 외국인 요금은 너무 비싸다. (인기도에 따라 100-500밧)
(안내판에서 ' FIFA 월드컵 바위'란 이름을 보고 바위 이름이 뭐 저래? 하고 웃었는데, 멀리서 봐도 딱 피파 월드컵 맞다. 피파가 이 바위 보고 만든 거 아냐?.)
(파숫팬딘 - 세상 끝 절벽. 스리랑카에서 같은 이름이 있었지. 이쪽이 어제 갔던 파후어낙보다 경치가 낫다.)
길가 식당에서 이싼식 점심 식사를 하고
싸이텅 국립공원으로 갔는데, 매표소 앞에서 할아버지가 쭝얼거리는 말을 귀담아 들어보니 "꽃이 없으니 돈도 없다" 그런 비슷한 얘기로 들린다. 매표소 직원에게도 같은 말을 하니 직원도 웃으면서 통과시켜 주었다. 어우! 이번엔 공짜로 들어가나? 여기서 꽃이 없다는 것은 이 국립공원이 자랑하는 까찌여우 꽃이 없다는 말이고, 까찌여우가 없다면 돈을 내고 들어가서 구경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까찌여우 철에는 공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관광차를 운행한다고 한다.)
그럼 우린 뭐하러 왔지? 썰렁한 호숫가에서 잠시 서성거리다가 돌아나왔다.
호텔로 돌아와서 휴식을 좀 취하고
저녁은 좀 푸짐하게 먹어볼까, 해서 찾아간 일식집. 샤부해피라는 집인데 가게는 아주 작지만 음식은 맛있다. 연어회와 돈까스를 시켰다가 양이 적어서 연어 초밥을 추가. 태국에서도 스시와 사시미는 비싼 음식에 속한다. 음료수까지 610밧.
첫댓글 500밧을 더 달라고 할 때 들은 “맛쩡”은 혹시 “มัดจำ맛짬”을 잘못 들은 것이었을까?
아님 이싼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