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2005. 6. 8
나는 92년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친구가 차를 사줬다.
티코였다.
보험까지 넣어 몰아다 줬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 “차 문은 반드시 키로 잠근다.”
둘째 : “안전벨트는 반드시 한다.”
첫째, “차문을 키로 잠근다.”는 원칙은 차 키를 차 안에 두고 잠궈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둘째, “ 안전벨트는 반드시 한다.”는 원칙은 안전벨트가 “생명벨트”이기 때문이다.
92년...
차를 몬지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주행거리 2700km를 탔을 때다.
마산에 연수를 갈 일이 생겼다.
초보 운전이지만 차를 몰고 갔다.
그 날 사고를 당했다.
2중 추돌로 반대편으로 튀어 들어온 차와 내 차가 박치기를 했다.
졸음운전을 하던 탱크로리가 좌회전을 기다리던 트럭 꽁무니를 가격했다.
뒤를 받친 1톤 트럭이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순간적이었다.
꿍하는 소리를 들었다.
둔탁하면서도 그만큼 크고, 무거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정신을 잃었다.
한참 만에 깼다.
이 때, 안전벨트를 했었다.
안전벨트 압박으로 한참 동안 숨을 못 쉬었다.
숨 못 쉬는 고통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윽...
억...
흐억....
눈깔이 까뒤비지려는 순간..
한참 만에야 겨우 숨통이 터졌다.
퍼뜩 판단이 들었다.
“아, 이제 죽지는 않겠구나.”
그날 안전벨트 때문에 살았다.
결과는..
왼쪽 팔이 부러지고..
이마가 째졌다.
안전벨트를 안했으면 앞 유리창을 뚫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랬으면..
중상 아니면 사망이었을 것이다.
머리로 유리창을 뚫고 지나갔으면 뇌진탕으로 식물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나는 제 2의 인생을 사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차는 폐차를 했다.
새 차지만 수리비가 새 차보다 더 나왔다.
그래서 보험 회사로부터 다시 새 차를 받았다.
그 이후로..
안전벨트는 더욱 철저히 했다.
버스를 타도 안전벨트는 꼭 한다.
안전벨트를 안 한 사람을 보면 불안해서 못 견딘다.
실례를 무릅쓰고라도 안전벨트를 시킨다.
안전벨트를 안 하는 사람은 보통 무식한 것이 아니다.
막가파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용감한 놈이 널 장사 한다.”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해?”
그 날 이후 안전벨트는 더욱 철저했다.
100미터를 가도...
10미터를 가도....
나도 모르게 안전벨트를 습관이 생겼다.
“안전벨트는 생명벨트다.”
몇 년 전이었다.
포항에서 구룡포에 회를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자연산 회였다.
맛이 기가 찼다.
차량이 부족해서 가고, 오고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포항시내 갑시다.”
인사를 하자마자 자동적으로 안전벨트를 했다.
이 때 운전수가 한 말 때문에 기절초풍 할 뻔했다.
“안전벨트는 안 해도 됩니다.”
그리곤..
간선 도로를 120km로 달리기 시작했다.
곡예도 이런 곡예가 없었고, 스릴도 그런 스릴이 없었다.
나는 그 놈이 “미친놈”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미친놈들이 쌨다.
또, 얼마 전 일이다.
거창에서 택시를 탔다.
자동적으로 안전벨트를 맸다.
거창 택시 기사 하는 말...
“안전벨트는 안 해도 됩니다.”
“거창에서는 안 잡습니다.”
이 놈도 “미친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