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박상표. 나는 그가 죽고 나서 알았다. 인터넷 신문에 잘막하게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추정. 그가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라 했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트위터와 얼숲에서 그를 추모하고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올라 왔다. 궁금했다. 나보다 나이가 한 두살 밑이란 걸 알았다.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예가 깊어 여러 신문에 칼럼을 싣고 책도 써 낸 경력도 있다. 그러나 그의 직업은 수의사. 그를 대중에게 알린 결정적 사건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논쟁이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신문과 TV토론에 참여하여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낸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추모며 위로이자, 스스로에게 위안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우리가 즐겨 먹는 육식인 소와 돼지,닭이 어떻게 사육되고 도살되는지 보여 준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방식'이 미국에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선진화 축산방식'으로 육성되어 지고 있다. 우리가 먹는 마블링이 잘 된 꽃등심은 24~30개월 길러진 소가 도축된 것이다. 마블링은 지방이다. 그 지방을 만들기 위해서 소는 풀만 먹어서는 안된다. 옥수수와 콩의 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그 것은 대부분 수입이다. 그 사료들은 싸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광우병을 유발하는 육골분 사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해야겠다. 사실 그 것도 모른다. 소비자인 우리가 그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풀을 먹고 방목하는 소에게는 지방이 없다. 근육은 질기다. 입에 살살 녹는 꽃등심을 이러한 소에서 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격자로 된 좁은 방에서 소를 키운다. 그래야 지방 연소가 적고 근육 사이로 살살 잘 끼여들거다. 돼지는 생각보다 예민한 동물이다. 사회성도 강하다. 이러한 돼지들을 좁은 우리에 넣어 두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서로 공격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돼지의 송곳니를 자르고 꼬리를 자른다. 공격용과 공격대상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한국의 육돈은 태어난지 160~170일이면 죽는다. 닭은 20~30년 사는 동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복날에 먹는 삼계탕의 닭은 35일 산다. 언젠가 자전거 하이킹을 하러 오천쪽으로 나간 적이 있다. 그 때 닭사육장 입구에 쓰여져 있는 석문을 봤다. "닭은 가축이 아니라 산업이다.". 그렇게 우리가 먹는 육고기는 생산되고 있는 거다.
2장은 1장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그렇게 길러진 가축들이 어떻게 도축되는지를 보여 준다. 당연히 육류시장은 일부 거대 식품기업 몇 몇이 장악하고 있다. 효율적인 도축을 위해 포드식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그 밸트의 속도를 높인다. 가축들은 마취가 안 된 상태에서 죽임을 당 하고, 낮은 임금의 제 3세계 노동자들에 의해 도축된다. 그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도축된 가축의 부산물과 찌꺼기는 렌더링을 통해 사육물로 재가공 재처리된다. 그 중 먹을 만한 살점들은 한꺼번에 끌어 모아 햄버거의 고기에 사용되는 분쇄육으로 활용된다. 여기에 똥이나 오염물들이 섞여 들어가면 우리가 아는 식중독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출혈성 대장염을 유발하는 O157대장균도 여기에서 나온다. 여기에 정부는 축산업 선진화 방안이라고 해서 기업농을 육성하고 있다. 왜 이렇게 축산업에 효율과 가격경쟁력을 요구할까? 결국 값싼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려는 것일 거고 그 것은 노동자의 임금에 반영되는 것일 거다. 낮은 엥겔지수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정책이다. 낮은 가격의 저질의 축산품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훼손은 그 다음 문제이다. 건강은 개인 선택의 문제로 본다. 어찌보면 불건강,비건강은 의료과 건강산업의 수요가 된다. 수요가 많아진다는 것은 산업의 발전을 의미하고 국가의 입장에서는 국민총생산액이 늘어 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지표일거다. 그러니 국가가 당장 책임질 일이 아닌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불순한가?
3장은 1,2장에서 보여준 당연한 귀결로 나타나는 건강상의 문제를 거론한다. 육식과 패스트푸드에 의한 비만문제는 이젠 고전이 되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유발한 O157,O104:H4대장균, 여러 세균들-캄필로박터,리스테리아,살모넬라균,그리고 광우병,조류독감,신종플루로 알려진 돼지독감바이러스에 대해서 소상하게 그 연원을 추적하며 원인을 밝혀낸다. 항생제 오남용실태에 대해서도 밝힌다.
4장은 대안을 이야기 한다.우리 환경에 맞는 자연순환농법모델을 개발하고 여기에 맞는 유기농 축산방식을 선택하자고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과다 육류소비를 줄이자고 한다. 외식산업법이라는 정부의 정책은 결국 소비자의 과식을 불러 일으키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 많은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장식 축산방신이 도입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저자는 소비자들에게 대형 유통마트를 이용하지 말고 생협을 이용하고 지역 장터를 이용하자고 한다. '제철에 자기 고장에서 난 농축산물을 집에서 천천히 요리하여 적게 먹는 식습관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결국은 이런거다. 현실과 대안은 있는데, 방법은 결국 소비자의 몫일 거다. 책에서는 이렇게 풀어 쓰고 있다.
" 유기농과 동물복지축산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사육규모는 줄이되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늘려야 한다. 항생제난 화학약품에 의존하지 않고 가축을 기르려면 농업과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깊고 보다 전문성을 갖춘 농업 노동력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신분이 불안한 불법 체류자나 값싼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다. 더 잘 대우받는 노동자가 가축들도 더 잘 돌보지 않겠는가. 당연히 축산업의 인건비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고기와 우유와 계란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고, 결국 축산물 가격 상승은 도시 시민들의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농민들이 동물복지축산 방식을 택하기 힘든 이유다. 규모화와 상업화에 성공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농민들은 유기농과 동물축산복지축산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97쪽)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서두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아프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심리적 불안을 느끼며,피곤해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동물에게도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고 한다. "농장에 갇힌 가축들은 갈증이나 배고픔 또는 영양불량 상태에서 벗어날 자유,불편하지 않을 자유,고통이나 상처 또는 질병에 걸리지 않을 자유,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자유"(17쪽).
이러한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가? 환경근본주의자들의 주장 같은가? 현실성이 없는가? 막연한가? 그렇다면 이 문장은 어떤가? 내가 이 책에서 읽고 머리를 해머로 한 번 맞은 것 처럼 띵했던 문장이다.
"인류의 역사는 노예제도.인종차별.여성차별등을 철폐하면서 도덕적으로 끊임없이 진보해왔다.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공장식 축산방식을 규제하는 것은 인간이 그만큼 더 윤리적으로 성숙해진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18쪽)
이 책은 출판사 <개마고원>에서 2012년도에 나왔다.
첫댓글 우리 삶에 붙어 있는 이 찝찝함을 인정해야한다 이것은 현실이다 여러일로 슬픔에 쌓인 제가 오랜 지인들과 대화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축산의 위험성 또한 세월호 이겠지요 도처에 존재하는 세월호의 모습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인디언들은 재빨리 말을 달리다가도 멈추어서서 뒤를 돌아다 본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마음이 못따라 올까봐서요 마음을 보는 훈련 그리고 현명한 대처 ....달콤한 쵸콜렛과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자존감그리고 당당함 제가 다시 다잡아야 할일 이였습니다 또 다시..... 시작합니다 현실이 보여진 글 .. 고맙습니다
생명이란 모두가 다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조차도 상실해가는 인류가 미워지네요.
그 인류중에 나도 마찬가지 일텐데...
저도 우리집 개와 닭들의 생활개선에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20년 그의 평전을 읽는다. 불편한 진실 하나 말하고 싶다. 인간의 개체수가 너무 많다. 중국사람들의 시쳇말로 '런타이두어'다. 하여 츨산율제고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노인고령화문제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대체하면 된다. 인구감소를 위해 지난나르이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되고 자연감소 되도록해야한다. 그리고 지구환경보호정책으로 갈것이냐, 아니면 우주로 갈 것이냐? 이것은 후손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후자로 갈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생명이 물에서 탄생하고 육지로 올라온 이유를 궁구해보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