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중요한 일이 있어 출근하지 않았다. 운전서 옆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뒤적이다가 보건교사회 채팅방을 봤다.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낱개로 학교에 보낼 테니, 학교에서 소분 작업을 한 후 3월 2일에 학생 1인당 2개씩 배부하라는 공문이 왔다는 글을 발견했다.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다. 학생 건강증진 사업 설명회 때 학교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낱개로 보내면, 방역 지킴이를 활용해 소분 작업을 한 후 학생들에게 배부하면 된다는 설명은 듣긴 했지만, 3월에 개학하면 시작되는 일인 줄 알았다.
오! 마이갓이었다. 개학까지 며칠 남지 않았고 나는 개학까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방역지킴이는 3월부터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다. 급한 마음에 교육청에 방역 지킴이를 28일부터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 3월 2일에 배부하는 것을 3월 3일로 바꿔달라고도 말했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3월 2일 전까지 480개의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하나씩 포장하여 학생들에게 배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4일, 480개의 키트가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인턴강사 채용업무와 코로나 대응계획 등으로 바쁜데.ㅠㅠ 교장선생님께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난감해하셨다. 25일, 8시에 출근해서 자가진단키트 소분 작업과 인턴강사 채용면접심사를 준비했다. 9시에 교장선생님께서 보건실에 오셔서 일단 급한 대로 교육지원실에 키트를 뿌려놓고 소분 작업을 하고 있으면 학교에 출근하신 선생님들께서 도와줄 거라고 하셨다.
온 힘을 다해 자가진단키트 상자를 교육지원실까지 밀고 갔다. 개봉하여 키트를 회의용 탁자 위에 올려놓고 사회 복무요원과 함께 키트 소분 작업을 했다. 10시에 인턴강사 면접심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소분 작업을 잠시 멈추고 인턴강사 면접심사를 한 후 교육지원실 갔다. 교장선생님과 복지사샘께서 사회복무요원과 함께 소분작업을 하고 계셨다. 인턴강사 합격 공고를 비롯한 업무처리를 해야 해서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업무처리를 했다. 한시 즈음, 교육지원실에 가보니 소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다. 개학준비로 모두가 바쁜 시간, 자기 일을 제쳐놓고 도와주는 선생님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업무로 인해 타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되는 상황이 너무 싫다. 미안하다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것인데 내가 왜 이 바쁜 시기, 해야 할 일들이 엄청 많은데 신속항원검사 키트 소분 작업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야 하는 것인가? 초과근무를 신청하고서라도 혼자 하는 게 맞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런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빚진듯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