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19일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제주도의회 예산안 부결사태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거세게 성토한 것과 관련, 제주도의회가 격분을 쏟아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이날 오후 제주도가 제출한 2014년도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원 지사의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맹렬히 파고들었다.
간간히 예산안의 문제점에 대한 질의도 오갔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포커스는 원 지사의 발언에 맞춰져 있었다.
첫 질문에 나선 김영보 의원(새누리당)은 "초선으로서 적어도 원칙에 맞춰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원 지사의 말을 들으니 도의원을 어떻게 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의원은 "원 지사의 발언은 전체 도의원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이다. 이제 지역에서 일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졌는데, 그런 말은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았나"라고 유감을 표했다.
1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헤드라인제주> |
◆ "도의회 20억 요구설 누가?...의원 전체 도매급으로 매도"
비판의 수위는 점차 거세졌다.
김경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구성지 의장이 개회사를 하면서 자신부터 지혜가 모자랐음을 반성한다고 했다. 도민사회가 걱정하는 예산안 부결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나름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며 "그렇다면 집행부를 대표하는 지사도 나름의 유감 표명이나 자세 전환이 있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의원들의 예산 증액이 '선심성'이었다는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읍면동에서 예산을 요구해도 시에서 걸러지고, 도에서 짤리고 반영 안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나. 그런 부분의 예산 증액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방송에서 특정 단체 여행 보내고, 특정인에 보조해준다고 큰 소리 떵떵 치던데 그런 예산이 몇 건이나 될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자기네끼리 다 짜놓고 예스냐, 노냐 그랬다는데 어떤게 증액되고 어떤게 감액되는지 집행부 설득 과정에서 각 실국은 다 알고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자기는 전혀 모른다는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의원은 "의원당 20억원씩의 예산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대체 의장이 요구를 했는지, 어느 의원이 요구를 했는지 묻고 싶다"며 도의회의 '20억 요구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중앙언론에 그런식으로 떠들면 의회 전체를 도매급으로 매도한 것 아니냐. 도의회를 동네 의회쯤으로 생각해서 의회를 공격하고, 의회를 도민들로부터 무시당하게 하고 비난받게 해야 지사가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 "언론플레이 문제 크게 만들어...예산안 앞두고 찬 물"
김황국 의원(새누리당)은 "아침 인터뷰는 시기적으로 아주 부적절했다. 최근 의장과 지사가 언론에서 대담도 했고, 개선의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언론플레이를 통해 문제를 크게 발생할 소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의회와 도의 관계는 아주 중요하지만, 일방적인 원 지사의 의지를 거침없이 언론에 노출시켰다는 자체는 관계개선 문제에서 아주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방송은 제주지역 방송이 아니라 중앙방송이지 않나. 이런 부분을 전국적으로 방송하고, 심지어 제주도의원들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 것이냐"며 "우리도 할 말이 많지만 도민들이 바라보고 있어 참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시 예산안 심의를 할 건데, 도와 의회 관계개선 의지에 찬 물을 끼얹는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심사를 앞둔 내년도 예산안을 쉽게 통과시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에둘러 경고했다.
◆ "4대강 날치기 앞장섰던 원 지사, 본인은 깨끗하나?"
김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본인이 하는 것은 로맨스고, 의회가 하는 것은 전부 안좋게 보는 시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며 "이번 예산심사가 제대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분을 냈다.
김 의원은 "언제 의원들이 20억원을 요구했나. 행자위에서도 그렇고 분명 그런 적이 없다고 얘기했는데, 어디서 자꾸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냐"며 "왜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도민들에게 의원들을 욕되게 하나"라고 성토했다.
그는 "도백이 도의원이 증액한 예산은 사고가 나고, 본인들이 증액한 예산은 사고가 안난다고 얘기하는데 참 어이가 없다. 집행은 집행부가 하는 것 아니냐"며 "도의원이 증액한 예산이 사고 날 비율과 의원이 증액한 예산이 사고 날 비율 중 어디가 높겠나"라고 추궁했다.
또 김 의원은 "원 지사는 지난 2010년 국회의원 시절 4대강 사업 투자하면서 선봉장에 서서 날치기 예산도 집행했던 사람인데, 이제와서 본인은 깨끗하다고 하는 것이냐"며 "준예산 운운하며 의회를 협박하고, 대다수 도민들에게 거짓말하고,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 "제주도의회 희생양 삼아 이미지 강화 수단 삼는 행위"
한참동안 격정적인 비판을 토해내던 도의회는 책임있는 답변을 들어야겠다며 박정하 정무부지사 출석 시키고 재차 회의를 속개했다.
이상봉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원 지사의 방송인터뷰 발언을 직접 들려주며 "결과적으로 갈등을 풀어가는 대안이 아니라 다시 갈등 정국으로 빠져들게 하는 인터뷰를 했다"고 비판했다.
김황국 의원은 "원 지사가 인터뷰 내용 중에 의회를 칭하며 '자기들끼리'라는 표현을 했는데, 공인인 도지사로서 이런 표현이 맞는 것이냐"고 추궁하자 박 부지사는 "생방송 중에 나온 우발적인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아나운서는 제주 현안에 대해 다 알고 있듯이 얘기했다. 그러면 사전에 기존 교감이나 시나리오가 없었겠나"라며 "생방송이라도 다 자료를 주고 받는다. 이건 우발적 발언이 아니라 평소 지사가 의회를 생각하는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경학 의원도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를 꿈꾸시는 분으로, 중앙정치 3선의원, 집권당 사무총장도 하다보니 지방의회를 보면 속된 말로 '촌동네 것들'이라는 것 아니냐"며 "도의회를 희생양 삼아서 중앙정치 이미지를 강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안창남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도 "원 지사가 의원들이 20억원씩 요구했다고 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어느 의원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분명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2차 본회의에 참석하는 원 지사가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헤드라인제주>
첫댓글 원지사는 언론 풀레이 전문가인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