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을 좋아하는 당신
정호순
나는 당신을 몰라요
성도 이름도 몰라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다만 그대는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하셨죠
그 한마디 가슴에 담고
그대를 떠올려 봅니다
나는 당신을 몰라요
무슨 꿈을 꾸는지 몰라요
어떤 사연 가슴에 품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다만 그대는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하셨죠
그 빛깔 속에 숨은 마음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보라색 꽃이 보면
그대 생각이 나겠죠
나는 당신을 몰라요
나는 당신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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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 보라색을 좋아하는 당신
양주 천일홍 축제에 갔다가 한 식물을 보았다. 파아란 하늘에 보라색 꽃과 열매가 함께 달려 있었다. 꼬투리도 보라색이었는데 참 예뻤다. 문득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성도 이름도 모른다는 것은 식물 이름을 몰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 의인화의 의미로 보면 성향과 내면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취향 하나가 마음에 남아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알지 못하는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한다.
보라색은 이 노래에서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단서이자, 낯선 사람과 마음을 이어 주는 매개체다. 우리는 누군가를 온전히 알기 전에 먼저 궁금해하고, 때로는 사소한 말 한마디만으로도 그 사람을 특별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아는 일이 아니라, 작은 단서 하나를 마음에 간직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_정호순
첫댓글 저 식물의 이름이 검색해 보니 제비콩, 까치콩, 편두라고 하네요.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디카 시집도 잘 읽고 있어요.
시는 쓰는 일도 어렵지만 나눠주는 것이 저는 더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