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종강한 실전밀롱게로 금요일반 후기입니다.
매우 기니까, 시간 많으실 때 보세요.
사람은 같은 걸 보고도 열이면 열, 다른 얘기를 하기 마련이죠.
게다가 저는 지금껏 단 한번도 수업시간에 필기, 같은 걸 한 적도 없으니
지금부터 쓰는 후기는 그저 그때그때의 기억, 감상에 의지한 것입니다.
지극히 제 위주의, 왜곡이 가미된 것이라는걸 분명히 하며.
제가 탱고 첫걸음을 할 때부터 함께 한 이브샘, 초심 떼면서부터 함께 한 오키즈샘에게서 실전밀롱게로를 배우다니, 감개무량하네요. 매 수업시간마다 성심성의껏 지도해주심에 다시금 감사드리고요.
(물론 레티쌤이 한번 오셔서 찰싹찰싹(!) 해주신 것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 8주차,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서
굉장히 멘붕에 빠져서,
곰곰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뭐가 문제였을까.
제가 이해한 실전밀롱게로 수업은
1) 초중급-준중급-중급 시간에 배운 피구라들을 '조합'하는 시간입니다.
2) 밀롱가에서처럼 '춤추기'를 통해서 그것을 구현하고요.
그런데 종강을 하면서 느끼기에, 잘 안 됐어요.
지난 주보다도 더 안됐어요.
마치 첫 시간 같았어요! 지금도 잊지 못할 그날의 충격과 공포!
뭐가 문제였을까.
우선은 1)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왜 조합이 안 되나.
지금까지 배웠던 피구라들을 그냥 알 뿐이지 '잘' 알지는 못했던 거죠.
마치, 매일매일 걷지만 플로어 위에서 '잘' 걷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간 대충대충 하던 오초, 사까다, 메디오히로 등등을 연속적으로 계속 하니,
구멍이 뽕뽕 난 거겠죠.
게다가 오늘, 마지막 수업 때는, 끝에 가서는 그간의 조합들이 아예 생각이 안 났어요. 어느 순간 갑자기 말끔해졌어요.
말하자면, 나는 알파벳을 알기는 아는데, 그래서 매 시간 A-B-A-B-... 외우긴 하는데,
이 알파벳의 조합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는 상황.
그래서 ABBB 했다가 BABA 했다가, 나중엔 아 모르겠다...
제가 느낀 답답함은,
분명히 샘들에게는, 그리고 좀 더 깨인 사람에게는
<A, BABY> 라는 단어가 제대로 보였을 텐데,
저는 마지막까지 ABAB... 라고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물론 어떤 분은 조합들을 다 외우셨을 거예요.
제가 느낀 메멘토 현상은 예습복습 없이, 금요일 저녁 전철 속에서 부대끼면서, 그저 엘빠소에 7시 반까지, 정확히는 10분 이내로만 늦기를 목표로 달려오는,
탱고스쿨에서 탱고를 시작하고 들어야 되는 강습들을 순차적으로 듣다보니 실전밀롱게로 들을 차례가 되서 듣고 있는,
늘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밀롱가는 가끔 가는,
저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요.
하여간 이 '조합'이 안 되는 충격에, 별별 생각을 했어요.
곡 하나를 정해서, 비슷비슷한 동작들의 연속일지라도, 8주 동안 계속 한다면 머리로는 못 외워도 음악 듣고 거기에 동작 맞출 수 있지 않았을까, 뭐 이런 생각까지.
...
마지막 수업시간 동안은 무척 힘들었어요. 모르겠구나. 난 출 수 있는게 없구나.
그래서 끝난 직후에는 참 맘이 그랬는데.
(이 후기를 보실지 모르겠지만, 레이님 니나님 제가 평소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특히 니나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좀더 곰곰 생각해보니까.
아니요, 참 많이 얻어가요.
2) 밀롱가에서처럼 춤추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는 절대 잊지 말아야지! 하는 몇 가지를 알게 됐어요.
다시 말하지만 이 수업은 피구라를 조합하는 것이지 새로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이미 아는 동작들을 복습하며 다듬었고 (초-준-중급)
커넥션 유지, 여자의 왼팔/남자의 오른팔 사용법, 흐트러진 무게중심을 계속 고쳤으며. (걷기 안기)
자세, 자세, 자세. 나는 어떤 모양새로 추고 있는가. 아도르노를 언제 넣을까. (땅게라 테크닉)
오키즈샘, 이브샘 두 분이 각 커플들을 꼼꼼하게 보면서 진행하다 보니 (클리닉)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실전밀롱게로 안에 모든 수업이 다 들어있었던 것 같아요.
또 앞에서 쓴 '조합' 문제, 역설적으로 조합이 안 되니까 그 부분은 포기하고 그밖의 것들,
자세며 커넥션이며 이런데 더 집중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하여
저의 지난 8주는
밀롱가에서 깽판치고(그러나 뭐가 문젠지 모름)-> 실전밀롱게로에서 깨닫고-> 다시 밀롱가에서 실험적 땅고(그러나 지극히 정석이라고 믿음)-> 실밀에서 또다시...
대충 이러했던 것 같네요.
"밭에 씨를 뿌렸어요!"
라던 이브샘 말마따나.
파종하는 8주가 지나갔어요.
지금은 듣고도 잊어버리고- 결국 조합을 못 외웠ㅠㅠ
듣고도 내 맘대로 바꿔서 생각하고 그러고 있지만,
실전밀롱게로 때의 몇 가지 교훈들은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거예요.
다음에 재수강 할 때는 이번 씨앗이 개화, 까지는 안 바라고요.
걍 발아, 는 하기를.
그때까지 열심히 수업도 듣고 밀롱가도 가고 해야겠어요.
벨라가 없는 금요일밤, 토요일 파티에 못 가는 아쉬움을 후기로 풀며-
오늘은 여기까지.
첫댓글 열심히하시는 모습이 보기좋아요좋아요~~
읽다보니.... 라라님도 이제 공연 한번해야겠네요~~
윽.. 무대공포증 있어요~.~
초급쁘락때 선우님이 도와주셨던 것, 기억나요.
"오늘은 오초 아뜨라스(였던가?)를 배웠어요, 그걸 연습하고 싶네요!"
했더니 한 곡 내내, 멀미날 정도로 돌려주셨던 거. 그리고 나서
"더... 더 해보고 싶어요, 라라님?"
하고 약간 퀭해진 얼굴로 물어보시면
"한 곡만 더요~.~"
했던거... 쓰고 보니 그때는 참...
여튼 제 기억 속의 선우님은 초급에게 참 좋은 선배였고,
분명 좋은 선생님이 되실 것 같아요^_^
죠으다 무언가 하나라도 얻어가는 수업이되셨다니 저도 파종한보람을느끼네요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잊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8주 동안 황무지를 개간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ㅠㅠ 저 척박한 들판에도 싹은 트리라!!!
열중하고 탐구하는 라라님 멋져요!!
이제 열탱인은 끝났으니 열탐인이라고 불러주세요!!
아아.
라라님이 옆에서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느낌이네요!!
그런가요? 하긴, 쓰다보니까 막판에는 오키즈샘 이브샘한테 편지를 쓰고 있더라는;; 그래서 정신차리고 고쳤죠, 이건 입샘옥샘 전상서가 아니라 수업후기야! 하면서.
나중에 엘피님도 실전밀롱게로 듣고 후기 써주세요, 엘피님은 어떤 감상이실지 궁금해요^^
ㅋㅋ 그런날이 꼭 오기를!!!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 제 리더시절을 보셨던 문학님! 우리가 마지막으로 춘 지가... 3개월? 넘었으려나요?
제가 완소 땅게라라는 문학님의 기대를 깨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앞으로도 계속 추지 않는 것일 텐데... 12월에는 수업 같이 들을 것 같고만요. 이를 어째.
대다나다;;; 그 어려운 실밀을 무사수료하다니;;;
전 실밀 낙제(?) 후 준중급 좀 더 듣고 2달 뒤에나 다시 도전 ㅠ
역시 우등생은 달라...^^;
이렇게 마니 생각하고 고민하고 노력하여 마일리지가 싸이면 완소 땅게라가 되는거예용~~
우리 다같이 가늘게 길게 오래오래 탱고춰요^^
라라님 홧팅!!!!!
라라님 실밀 수업때 많이 힘드셨죠? 제가 다소 굳은표정에 놀라셨을지도;; 죄송합니다.
그래도 수업의 본질을 잘 파악하신거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너무 어려워하지 마시구요 끝까지 화이팅!!!
힘들긴 했는데, 뭐랄까, 연예인과 사귀는 법처럼,
"날 이렇게 힘들게 한 건 네가 처음이야! baby!"
......같은 느낌??
밀당의 매력이 있는 수업이었어요. ^_^
8주간의 수업을 지금도 곱씹어보고 있답니다. 조만간 또 뵐게요!
ㅋㅋ 언니 글 참 재미있어용. 항상 기다리고 있답니다. 저는 언제쯤 실밀 들을수 있을지 갈 길이 까마득하네요
이게 뭐꼬!!
갑자기 카페 새소식이 줄줄이 떠서 뭔일인가 했구만요
지금 좀 취해서 댓글은 내일 달게♥♥
@라라 (11기) 헤헤헤 언니 팬 한명 추가용
아아니 까마득은 무슨...치카님 지금 들으면 딱일텐데요.
다음달에 실전밀롱게로 개강하면 꼬우! 다음달이 싫으면 내년에! (응?)
@라라 (11기) 저는 아직 준중급 문턱도 못 넘어본 꼬꼬마...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