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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유배문학 「일식시(日蝕詩)」 1549년 거제도 개기일식(日蝕)을 읊다>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이번 지면에 소개하는 칠언고시(七言古詩) 「일식시(日蝕詩) 1549년(己酉)」는 조선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유헌(游軒) 정황(丁熿 1512~1560) 선생의 거제도 유배 작품으로, 그의 문집 유헌집(游軒集) 권1(卷之一)에 수록되어 있다. 1549년(명종 4년, 기유년) 봄 3월 신미일 초하룻날, 오전 7시를 지나 11시 전까지 한낮을 따라, 서쪽편 45° 방향에서 다가온 괴물에 의해 해가 먹히고 있다는 글로, 거제시 고현동 유배지에서 발생한 일식 현상을 보고 지은 작품이다.
당시 사회적 격변(을사사화 등) 속에서 왕권의 위기, 천도(天道)의 어지러움, 그리고 도덕적 가치의 혼란을 일식이라는 천문 현상에 빗대어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선 역사에서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던 1549년(명종 4년)은 불과 수년 전인 1545년에 을사사화가 일어나 수많은 어진 선비들이 숙청당했다. 문정왕후의 수렴청정과 윤원형 등 척신 세력의 권력 독점으로 인해 왕권은 위축되었고 정치적 기강이 극도로 문란해졌다. 작가인 정황 역시 이 시기에 탄압을 받아 천 리 먼 거제도로 유배되어 현실을 개탄하고 있었다.
○ [조선시대 일식(日蝕)에 대한 인식]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인데, 조선시대 태양은 왕을 상징하고 달은 사악한 무리라고 믿고는, 사악함이 왕의 총기를 가리는 위험한 천변으로 생각했다. 근정전에 깃발을 꽂고 북을 치며, 왕이 직접 머리를 풀고 소복차림으로 전쟁의 모습과 유사한 구식례(救食禮)라는 제사를 지냈다. 또한 음악을 끊고, 형륙(刑戮)을 제거하고, 짐승의 도살을 금지하고, 조회와 시장을 정지시켰다. 조선 고종 때 형식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 다음은 1549년 명종4년 3월1일(음력)에 거제도에 개기일식이 일어났는데, 이때 마침 고현동에서 유배 중이던 유헌(游軒) 정황(丁熿 1512~1560) 선생이 이를 관측한 후, 상세한 기록을 남겨 전해오고 있다. 옛 사람이 일식 장면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의 「일식시(日蝕詩)」 고시(古詩)를 통해 살펴보자.
이 글의 내용은 기-승-전-결 구조로 전개되었다. [기(起)] 화창한 봄날 오전에 갑자기 발생한 일식의 어두운 풍경을 묘사하여 시각적 충격과 암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승(承)] 처사(작가 자신)가 물그릇에 비친 해를 보며 탄식하고, 해를 삼키는 괴물(간신)의 흉악함과 탐욕을 강하게 규탄했다. [전(轉)] 역사적 사실을 인용했다. 올바른 세상에서는 선인이 복을 받았으나, 지금은 안회 같은 현인이 요절하고 도척 같은 악인이 장수하며, 굴원이 투신하는 등 인과응보의 법칙이 파괴되었음을 한탄했다. [결(結)] 주나라 춘추시대와 송나라 시대를 비교하며, 정치적 치란(治亂)이 결국 하늘의 뜻과 인간의 결탁에 있음을 경고했다. 제사마저 형식화되어 신들이 돌보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마무리했다.
○ 문학적·사상적 의의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재이설(災異說)에 기반한 현실을 비판했다. 천재지변은 인간 세상(특히 통치자)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다는 유교의 재이설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일식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정치를 잘못하는 위정자들에 대한 하늘의 경고로 해석했다. 또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고시(古詩)의 형식을 빌려, 간신들을 "개(狗)", "괴물(怪物)"이라 칭하며 격정적이고 거침없는 비판 의식을 표출한 명작이다.
○ 「일식시(日蝕詩)」의 전반부에선 일식의 암담함과 역사 속 도덕의 타락을 한탄했다면, 후반부에서는 해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복원)을 통해 정의가 회복되기를 갈망하고, 왕권을 보필하는 신하들의 책임과 이상적인 정치가(요순시대)에 대한 염원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후반부 작품의 해설] 후반부는 '일식의 극복(구식, 救蝕) → 간신 처단 다짐 → 임금의 혜안 촉구 → 이상적 정치(요순시대)의 환기'로 이어졌다. 먼저 사방신(四方神)의 책임 추궁이 이어진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방을 지키는 영수(靈獸)들을 언급한 것은, 조정에서 임금을 보필하고 나라를 지켜야 할 중신(대신)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간신들이 날뛴다는 우회적 비판이 서술되었다. 두 번째는 천구의 패배와 광명 회복이다. 해가 완전히 먹히지 않고 다시 둥근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묘사하며, 일시적으로 간신들이 정권을 잡고 왕권을 가릴지언정 결국 정의와 천도(天道)는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준다. 해가 밝아지자 도깨비와 괴물(魑魅)들이 숨는다는 것은 간신 세력의 퇴장을 뜻한다. 세 번째는 요순시대(순임금)의 소환이다. 순임금처럼 '명사목 달사총(明四目 達四聰)', 즉 사방을 널리 보고 간언을 두루 들으면 아래에 아무리 사흉(네 명의 악인) 같은 간신이 득세하려 해도 임금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결론적으로, 정황의 「일식시 1549년」은 단순한 천문 관측 시가 아니라, 정치적 암흑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지식인의 절박한 시국선언문이다. 자연현상(일식, 폭풍, 겨울 천둥)을 인간 사회의 도덕적 타락 및 왕권의 위기와 결부시키는 전형적인 유교적 재이설(災異說)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절망에 그치지 않고 "간신을 처단하고(天狗戮) 임금이 눈과 귀를 열어(明四目 達四聰) 성군이 되어야 한다"는 당찬 직언을 장문의 고시(古詩)의 거칠고 힘 있는 필체로 완성해 낸 조선 중기 한시의 절창이다.
**「일식시(日蝕詩) 1549년(己酉)」** / 유헌(游軒) 정황(丁熿 1512~1560)
[서두 : 일식의 시작과 암담한 풍경]
嘉靖紀元歲己酉 가정(명종 시대 명나라 연호) 기원 기유년(1549년),
春三月辛未朔日 봄 3월 초하루 신미일에.
日次之辰巳午間 해가 진(辰)·사(巳)·오(午)시(오전 7시~오후 1시 사이)를 지날 때,
兌方噉來有怪物 서쪽(兌方)에서 괴물이 나타나 해를 갉아먹어 오네.
爲衆陽宗噉無辭 모든 양(陽)의 으뜸(태양, 임금)이거늘, 말도 못 하고 먹히는구나.
惜我光景何由白 애석하게도 우리 햇빛이 어찌 다시 밝아질 수 있으랴.
縱有殘照淡無輝 비록 남은 햇빛이 있으나 은은할 뿐 빛이 없도다.
氣象黯慘經戰伐 천지 기상이 암담하니 마치 전쟁을 겪은 듯하고
花妍水南村 남쪽 마을엔 꽃이 고우며,
柳嫰城西陌 성 서쪽 길엔 버들잎이 파릇파릇하다.
韶華動川原 봄빛이 시내와 벌판에 넘실대며
德澤布優渥 하늘의 은택이 넉넉하게 퍼지던 중에,
忽焉天地有如人 문득 천지가 사람처럼 변하더니
衣錦夜行無顏色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듯 안색(빛)을 잃어버렸네.
幽幽默默四望同 어둑어둑하고 고요함이 사방에 똑같으니
眩幻鬼怪藪若瀆 눈이 어지럽고 귀신과 괴물이 늪과 도랑에 가득한 듯하다.
[본론 1 : 처사의 탄식과 일식 관측]
鷄龍海上靑崢嶸 계룡산 바다 위가 푸르고 험준한데
其下有居士仰天歏息 그 아래 사는 거사(화자)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네.
歏息不已繼涕漣 탄식을 멈추지 못하고 눈물이 흘러내려
置水倒影測其蝕 물을 떠 놓고 거꾸로 비친 그림자로 그 일식을 관측하노라.
瞬不定眸幸有遺 눈동자가 깜빡여 안정을 못 하나 다행히 남은 빛이 있으니
壹誠爲懇天狗毒 온 정성을 다해 잔인한 천구(天狗, 해를 먹는 신화 속 괴물)에게 간청하노라.
汝害帝眼不以明 네가 상제(임금)의 눈을 해쳐 밝지 못하게 하니
十分所存纔爲一 십 분(전체) 중에 남은 것이 겨우 한 푼(10% 정도)이네.
[본론 2 : 괴물(天狗)의 흉악함과 역사적 혼란 비판]
肆汝凶頑敢犯之 너의 흉악하고 완악함을 방자히 부려 감히 태양을 침범하니
令帝爲瞽於汝樂 상제를 눈멀게 하는 것이 네게는 즐거움이더냐?
安其躔次任汝行 하늘의 운행 궤도(躔次)를 편안히 여기고 네 멋대로 행동하니
照汝臨汝誰爲德 너를 비추고 임해 준 이가 누구의 은덕이더냐?
德不思報反上陵 은덕을 보답할 생각은 않고 도리어 상제를 능멸하여
至此鞠凶何其逆 이 지경의 큰 흉액에 이르렀으니 어찌 그리 반역스럽단 말이냐.
汝腹不盈必相呑 네 배가 차지 않아 반드시 다 삼키려 하는구나.
小有衆星大有月 작게는 수많은 별이 있고 크게는 달이 있도다.
彼月而微亦不祥 저 달이 가리는 것(월식) 또한 상서롭지 못하지만
然比太陽爲眇末 태양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작고 말단일 뿐인데
况此衆星爭頭芒 하물며 이 수많은 별들이 저마다 불꽃을 다투는구나.
汝日累食無不足 네가 해를 자주 먹으니 부족함이 없을 텐데
可食不食猶爲廉 먹을 수 있어도 먹지 않는 것이 오히려 청렴함이요,
不食是食如其虐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이처럼 먹어 치우니 그 포학함과 같다.
汝情不難知 너의 속뜻을 알기 어렵지 않으니
其黠自以得 그 교활함으로 스스로 득세했다고 여기는구나.
惡帝之明眼是讐 상제의 밝은 눈을 미워하여 원수로 삼고
恣食無餘然後 남김없이 마음대로 먹어 치운 연후에야,
可以行胸臆 제 가슴속 품은 흉계를 실행하려는구나.
[본론 3 : 인과응보의 상실과 현실 한탄]
雖然汝謀實爲痴 비록 그러나 너의 책략은 실로 어리석은 짓이니
我今爲汝詳其說 내가 이제 너를 위해 그 까닭을 상세히 말해주리라.
始帝兩眼未患時 처음에 상제의 두 눈에 질환이 없었을 때는,
臨萬方天下則 만방을 비추어 천하의 법칙이 되었다.
四時順序歲功成 사시가 순서대로 흘러 한 해의 공이 이루어지고
福善禍淫無一失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음탕한 자에게 화를 내림에 한 치의 실수가 없었다.
仁者必壽如券持 어진 이는 반드시 장수하게끔 계약서를 쥔 듯 확실히 보장받았고
有德得位見歷歷 덕이 있는 이가 지위를 얻음을 역력히 볼 수 있었다.
何物汝狗害明來 무슨 괴물이기에 너 같은 개(天狗)가 밝음을 해치러 와서
後雖復圓前與別 일식이 끝난 후 비록 다시 둥글어졌으나 이전과는 판이하게 되었는가.
顔夭蹠脩是猶混 (착한)안회는 요절하고 (도둑)도척은 장수하니 이런 도리가 뒤섞였고
孔孟空老環其轍 공자와 맹자는 천하를 주유하며 헛되이 늙었도다.
三閭枉投汨羅淵 삼려대부(굴원)는 억울하게 멱라수에 몸을 던졌고
秦檜終保牖下歿 간신 진회는 끝내 제집 창문 아래서 편안히 죽었다.
其他背理浩難枚 그밖에 이치에 어긋난 일은 넓고 깊어 낱낱이 열거하기 어려우니
帝明不逮復誰責 상제의 밝음이 미치지 못함을 다시 누구에게 책임지우랴.
[결론 : 역사적 교훈과 천도의 타락]
其在春秋累食之 공자의 《춘추》 시대에도 일식이 자주 일어났으니
魯聖惻然一一筆 노나라 성인(공자)께서 슬퍼하며 일일이 붓으로 기록하셨다.
當時帝子姬周王 당시 상제의 아들인 주나라 희씨 왕들은
不肖厥意未繼述 불초하여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서술하지 못했다.
俯看列邦扶干戈 아래로 제후국들을 보니 저마다 무기를 잡고
東篡西弑恣爲酷 동쪽에서 찬탈하고 서쪽에서 시해하며 마음대로 가혹한 짓을 저질렀다.
上行下效是格言 '위에서 행하면 아래에서 본받는다'는 것이 격언이니
紛紛此禍疇俑作 분분한 이 재앙의 시초(俑)를 누가 만들었단 말이더냐.
千一之期星聚奎 천 년에 한 번 오는 기회에 오성이 규수에 모여드니
趙日幸完吾道續 송나라(趙氏) 때 다행히 해가 온전하여 우리의 도(유학)가 이어졌도다.
君明臣良陶小康 임금은 현명하고 신하는 어질어 소강(태평성대)을 이루었으니
家法至今稱宋室 그 가법(정치 규범)을 지금까지도 송나라 왕실이라 칭송한다네.
固知治亂亦汝爲 진실로 다스려짐과 어지러워짐이 또한 네(하늘/해)가 하는 일임을 아노니
汝不愼焉歸汝惡 네가 삼가지 않으면 그 악함이 네게로 돌아가리라.
一日塡喉是汝甘 하루 동안 목구멍을 채우는 것(해를 삼키는 것)이 네게는 달콤하겠지만,
萬古受誅何以脫 만고에 받을 처벌을 어떻게 벗어나려 하느냐.
昔在五帝洎三王 옛날 오제와 삼왕 시절에는
禋祀精一南郊設 정성스런 제사를 남쪽 교외에 정결하게 베풀었다.
百神陪帝下圓丘 온갖 신들이 상제를 모시고 원구단에 내려와
飽德醉酒降胡祿 덕에 배부르고 술에 취해 큰 복(胡祿)을 내려주셨네.
帝用兩眼佐五行 상제께서 두 눈(일월)을 사용하여 오행의 운행을 도우시니
至化雍穆超今昔 지극한 교화가 화평하고 엄숙하여 고금을 초월했다.
日月薄蝕世漸降 일월이 겹치고 먹히며 세상이 점차 쇠퇴하니
下德腥聞羞挂舌 아래 사람들의 부도덕한 비린 소문은 혀에 올리기조차 부끄럽다.
籩䇺失序僅備文 제사 그릇(변두)의 질서마저 잃어버리고 겨우 형식만 갖추니
百靈不顧妖下國 온갖 신령들이 돌보지 않아 이 하찮은 나라에 요괴가 출몰하였다.
悠悠否隔歷代來 아득히 꽉 막힌 채 역대로 내려오니
謂天何懼而侮辱 하늘을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겠느냐며 도리어 모욕하는구나.
[본론 4 : 천구에 대한 경고와 해의 복원]
汝飽汝飢是誰由 네가 배부르고 배고픈 것이 누구 덕분(누구로 말미암은 것)이냐?
忌明去明夫何惑 밝음을 질투하여 밝음을 없애려 하니 대체 무슨 미혹이란 말이냐.
伊昔日無災 저 옛날 해에 재앙이 없었을 때는
汝同歆誠潔 너도 정성스럽고 정결한 제물을 함께 흠향(받아먹음)했도다.
而後汝無天 이 뒤로 네가 하늘을 무시하니
惟德其聲絶 오직 덕스러운 명성마저 끊어지게 되었구나.
矧帝聖且神 하물며 상제(임금)는 성스럽고 또 신령하시거늘,
汝能終無目 네가 어찌 끝내 눈을 없앨 수 있겠느냐.
汝食方無餘 네가 막 남김없이 다 먹어 치우려 할 때,
自吐半輪魄 스스로 반 바퀴의 달무리(남은 해의 모습)를 토해내는구나.
宇宙復淸光 온 우주가 다시 맑은 빛을 되찾으니
萬物快欣覿 만물이 통쾌하고 기쁘게 이를 바라보노라.
能容汝不誅 너를 용서하여 죽이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欲噬臍何及 나중에 후회한들(배꼽을 물고자 한들) 어찌 미치겠는가.
[본론 5 : 사방 신하들의 책임과 성토]
火鳥領炎方 불새(주작)는 남방(炎方)을 거느리고
羽氏皆其屬 날짐승 무리들이 모두 그 부하들이다.
東方有蒼龍 동방에는 창룡(청룡)이 있어,
統三百鱗族 삼백 종류의 비늘 가진 무리를 통솔하네.
白虎司其西 백호는 그 서쪽을 맡아 다스리고
玄龜雄乎北 신령한 거북(현무)은 북쪽에서 웅거하도다.
如今未及救帝艱 사방의 신들이 지금 상제의 고난을 미처 구하지 못했으니
已失分守職 이미 각자 직분을 지켜야 할 직책을 잃은 것이로다.
終當共討帝賊時 끝내 마땅히 상제의 원수(천구)를 다 함께 토벌할 때,
能容汝不殛 너를 죽이지(殛) 않고 가만히 놔둘 수 있겠느냐.
[본론 6 : 처사의 다짐과 우주적 질서의 회복]
潛心默寄渺茫中 아득하고 넓은 천지 사이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묵묵히 기탁하니
有若領我深衷赤 마치 나의 깊은 마음속 붉은 충정(赤衷)을 알아주는 듯하구나.
食未至旣未食全 해가 완전히 다 먹히는 개기일식에 이르지는 않았으니
天下孰不仰其復 천하에 그 빛이 회복되기를 우러러보지 않는 이가 누구랴.
擡頭更睹圓如輪 고개를 들어 다시 보니 바퀴처럼 둥글어 가고
新輝依舊滿普率 새로운 빛이 예전처럼 온 천하 땅(普率)에 가득하다.
水屏魍魎山魅魑 물가에서는 도깨비(망량)가 물러가고, 산에서는 괴물(치매)들이 숨으니
衆心共取天狗戮 모든 사람의 마음이 다 함께 천구를 잡아 죽이려 하는구나.
居士復長嗟 거사(화자)는 다시 길게 탄식하노니
喜則與人憂則獨 기쁨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근심은 나 홀로 하는 게다.
[결론 : 임금의 각성과 성군(요순)의 정치 염원]
天狗奪帝明宜誅 천구가 상제의 밝음을 빼앗았으니 마땅히 죽여야 하거늘,
願帝預懼他來孼 바라건대 임금께서는 앞으로 올 다른 재앙(孼)을 미리 두려워하소서.
兩眼晝夜照無邊 두 눈(임금의 혜안)으로 밤낮없이 갈 수 없는 곳까지 비추어,
中天入地靡遺失 하늘 한가운데부터 땅속까지 하나도 놓치는 것이 없게 하소서.
兄弟至情參與商 형제의 지극한 정이 삼수(參星)와 상수(商星)처럼 되니, (두 별은 서로 반대편에 떠서 만나지 못함)
偶不相能便永隔 우연히 서로 화목하지 못하면 곧바로 영원히 격리되는구나.
夫婦歡합不可離 부부의 기쁜 화합은 헤어질 수 없는 법인데
牛女東西思望切 견우와 직녀는 동쪽과 서쪽에서 그리워함이 간절하도다.
自餘怪雨及盲風 그밖에 괴상한 비와 눈 먼 바람(폭풍),
冬雷而夏雹 겨울의 천둥과 여름의 우박 같은 재앙들은,
雖云有感傷 비록 자연의 감응으로 상함이 있다고는 하나,
民生當所恤 마땅히 백성들의 삶을 진휼(구제)받아야 할 진대
宜時推遷遵大中 마땅히 때의 바뀜에 따라 대중(大中, 치우침 없는 도리)을 준수하여,
物物咸遂無冤抑 만물이 다 제 자리를 얻어 억울하게 억눌리는 일이 없게 하소서.
彼此如見盡其情 너와 내가 서로 보듯 온갖 정을 다한다면,
자無掩蒙誰爲賊 저절로 가려지고 몽매함이 없어질 테니 누가 감히 원수(도적)가 되겠습니까.
君不見帝舜明四目達四聰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순(舜)임금은 사방을 밝게 보고 사방의 말을 다 들으시어,
洞然調玉燭 사해(온 세상)를 훤히 꿰뚫어 보며 네 계절(玉燭)을 조화롭게 다스렸다.
下有元凱協其明 아래로는 팔원(八元)과 팔개(八凱) 같은 현신들이 그 밝음을 보좌했으니
縱有四凶 비록 사흉(네 마리의 흉악한 괴물/악인)이 날뛰었을지라도,
無以爲帝疾 상제(임금)의 고질병이나 근심거리가 될 수 없었음을.
[주1] 태양(太陽)과 제지명안(帝之明眼) : 유교적 세계관에서 태양은 임금(최고 권력자)이자 천하의 도덕적 원리인 천도(天道)를 상징한다. 제지명안(帝之明眼)은 임금의 밝은 눈.
[주2] 괴물 천구(天狗) : 해를 갉아먹는 존재로, 조정에서 임금의 눈을 가리고 권력을 찬탈하는 간신, 척신 세력(윤원형 세력 등)을 비유함.
[주3] 일식(日蝕) : 간신 세력에 의해 왕권이 침해당하고, 사회의 정의와 도덕이 땅에 떨어진 정치적 재앙을 상징한다.
[주4] 삼여상(參與商) : 밤하늘의 '삼수'와 '상수'는 한쪽이 뜨면 다른 쪽이 지기 때문에 절대 만날 수 없는 운명이다. 당대 을사사화 등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갈라선 형제, 혹은 조정의 동료들이 영원히 소외되고 등 돌린 비극적 현실을 비유함.
[주5] 우녀동서(牛女東西) :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듯, 정치가 어지러워 인간 세상의 상도덕과 부부의 인연마저 파괴되고 흩어진 모습을 뜻함.
[주6] 원개(元凱)와 사흉(四凶) : '원개'는 고대 중국 고신씨의 어진 아들 8명(팔원)과 전욱씨의 어진 아들 8명(팔개)을 합친 말로 '현명하고 충성스러운 신하'를 뜻한다. 반면 '사흉'은 세상을 어지럽힌 네 명의 악인(혼돈, 궁기, 도올, 도철)으로, 명종 조정의 윤원형 등 공신·척신 세력을 정조준한 비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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