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탄궁가」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하늘이 만드시길 일정 고루 하련마는
어찌된 인생(人生)이 이토록 괴로운고
삼순구식(三旬九食)을 얻거나 못 얻거나
십 년에 갓 한번 쓰거나 못 쓰거나
[A][안표누공(顔瓢屢空)인들 나같이 비었으며
원헌간난(原憲艱難)인들 나같이 심했을까
봄날이 더디 흘러 뻐꾸기가 보채거늘
동편 이웃에 따비 얻고 서편 이웃에 호미 얻고
집 안에 들어가 씨앗을 마련하니
올벼씨 한 말은 반 넘어 쥐 먹었고
기장 피 조 팥은 서너 되 심었거늘
한아한 식구(食口) 이리하여 어이 살리]
이봐 아이들아 아무려나 힘써 일하라
죽쑨 물 상전 먹고 건더기 건져 종을 주니
눈 위에 바늘 젓고 코로 휘파람 분다
올벼는 한 발 뜯고 조 팥은 다 묵히니
싸리피 바랑이는 나기도 싫지 않던가
나랏빚과 이자는 무엇으로 장만하며
부역과 세금은 어찌하여 차려 낼꼬
이리저리 생각해도 견딜 가능성이 전혀 없다
장초(萇草)의 무지(無知)를 부러워하나 어찌하리
시절이 풍년인들 지어미 배부르며
겨울을 덥다 한들 몸을 어이 가릴고
베틀북도 쓸 데 없어 빈 벽에 걸려 있고
시루 솥도 버려두니 붉은 녹이 다 끼었다
세시(歲時) 절기 명절 제사는 무엇으로 해 올리며
친척들과 손님들은 어이하야 접대(接待)할꼬
이 얼굴 지녀 있어 어려운 일 많고 많다
[B][이 원수 궁귀(窮鬼)를 어이하야 여의려뇨
술에 음식 갖추고 이름 불러 전송(餞送)하여
좋은 날 좋은 때에 사방(四方)으로 가라 하니
추추분분(啾啾憤憤)하야 화를 내어 이른 말이
어려서 지금까지 희로우락(喜怒憂樂)을 너와 함께 하여
죽거나 살거나 여읠 줄이 없었거늘
어디 가 뉘 말 듣고 가라 하여 이르느뇨
타이르듯 꾸짖는 듯 온 가지로 공혁(恐嚇)커늘
돌이켜 생각하니 네 말도 다 옳도다
무정(無情)한 세상(世上)은 다 나를 버리거늘
네 혼자 신의 있어 나를 아니 버리거든
억지로 피하여 잔꾀로 여읠려냐 ]
하늘이 만든 이 내 궁(窮)을 설마한들
어이하리 빈천(貧賤)도 내 분(分)이어니 설워 무엇하리
어휘 풀이
*안표누공: 안연의 표주박이 자주 빈다는 뜻으로, 공자의 제자인 안연의 가난한 생활을 나타냄.
*원헌간난: 공자의 제자인 원헌이 몹시 가난했음을 이르는 말.
*따비: 풀뿌리를 뽑거나 밭을 가는 데 쓰는 농기구.
*한아한: 춥고 굶주린.
*싸리피 바랑이: 잡초의 일종.
*장초의 무지: 『시경』의 한 구절로, ‘진펄에 난 장초가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남.’을 뜻함. 주자는 이 구절을 백성들이 학정과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며 부른 노래라 했음.
*추추분분: 시끄럽게 떠들며 화를 냄.
*공혁: 을러대어 꾸짖음.
01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대구의 방식을 통해 운율감을 조성하고 있다.
② 고사를 인용하여 화자의 괴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③ 설의적 표현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④ 구체적 사례들을 제시하여 화자의 처지를 보여 주고 있다.
⑤ 명령적 어조를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02 [B]와 <보기>를 비교하여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병오년 유월 초하루, 주인은 새벽 일찍 일어나 어린 종에게 제기에 고기를 담고 술잔에 술을 채우게 한 뒤 정중하게 절하고 병귀(病鬼)에게 청하였다.
“그대가 나와 함께 지낸 지도 꽤 오래되었소. 이제 좋은 날을 잡아 변변찮은 음식이나마 차려 놓고 먼길 떠날 그대를 공경히 전별하려 하는데, 그대는 떠나 주시겠소?”
잠시 뒤 주인은 정신이 아찔해지고 모발이 쭈뼛해지며, 마치 귀신 같은 것이 슬며시 와 누르는 듯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자네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은 다 자네를 복되게 하려는 것이지, 아프게 하려는 것이 아닐세. 왜냐하면, 자네는 오만불손하며, 체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일을 무시해 버려 어려서부터 남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았지. 그런데도 나만은 시종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네가 어디를 가든 따라가지 않은 곳이 없었네.”
- 오도일, 「축병문」 에서
① [B]와 <보기> 모두 시간의 흐름에 따른 태도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② [B]와 <보기> 모두 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 그리움의 정서를 환기하고 있다.
③ [B]와 <보기> 모두 의인화된 대상에게 부탁을 하는 방식으로 고난에서 벗어나려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B]의 화자는 직설적인 방식으로, <보기>의 ‘주인’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상대방을 깨우치고 있다.
⑤ [B]에서는 상대방을 칭찬하여 갈등이 완화되고 있고, <보기>에서는 상대방을 질책하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03 <보기>와 같은 수업 상황에서 이어질 학생들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선생님 : 문학 작품은 당대의 현실과 사회상을 담고 있으므로 문학 작품을 통해 그 당시 사회상이나 삶의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작가인 정훈이 17세기에 창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궁가」를 통해 당대의 사회상을 파악한 후 각자의 의견을 발표해 봅시다.
학생: 당대에는 ( )
① 때에 맞춰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② 백성들이 부역과 세금의 의무를 이행해야 했습니다.
③ 풍년이 들어도 빈한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④ 하인들이 가난한 상전을 업신여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⑤ 지주들이 수확을 늘리기 위해 농지 소유를 확대했습니다.
도움자료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07 정훈, 「탄궁가」
01 ⑤ 02 ③ 03 ⑤
이 작품은 곤궁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음을 탄식하면서 끝내 그것을 수용하는 자세를 노래한 가사이다. 화자의 가난한 생활상 이 일상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전달의 효과를 높이 고 있다. 궁귀와의 대화를 제시한 부분에서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화자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며, 임진왜란 이후의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과 이를 수용하려는 자세
서사(1행~6행): 곤궁한 생활에 대한 한탄
본사 1(7행~12행): 농사짓기조차 어려운 처지
본사 2(13행~21행): 종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함.
본사 3(22행~28행):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기 어려운 처지
결사(29행 ~42행) : 가난한 처지를 체념하며 가난을 수용함.
01 작품의 종합적 이해 ⑤
[A]에 명령적 어조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이를 통해 현 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지도 않다.
① ‘동편 이웃에 따비 얻고 서편 이웃에 호미 얻고’는 대구의 방식을 통해 운율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
② ‘안표누공인들 나같이 비었으며 / 원헌간난인들 나같이 심했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③ ‘나같이 심했을까’, ‘이리하여 어이 살리’ 등의 설의적 표현 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④ ‘동편 이웃에 따비 얻고 서편 이웃에 호미 얻고’, ‘올벼씨 한 말은 반 넘어 쥐 먹었고’ 등은 화자가 처한 가난한 처지를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다.
02 작품 간의 비교 감상③
[B]는 궁귀(궁한 귀신)와의 대화를 통해 삶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제시하는 부분으로, 궁귀에게 떠나 달라고 부탁함으로써 가난을 벗어나려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보기>는 병을 일으키는 귀신에게 떠나 달라고 부탁함으로써 병을 치유하려 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① [B]의 화자는 궁귀를 떠나보내려고 하다가 궁귀의 말을 듣고 ‘돌이켜 생각하니 네 말도 다 옳도다’라며 태도를 바꾸고 있으나, <보기>에서 ‘주인’이 태도를 바꾸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B]의 궁귀나 <보기>의 병귀에게서도 태도의 변화는 찾을 수 없다.
② [B]의 궁귀나 <보기>의 병귀가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은 있으나, 이것이 그리움의 정서를 환기하는 것은 아니다.
④ [B]의 화자와 <보기>의 ‘주인’은 모두 직설적인 방식으로 말을 건네고 있는데, 상대방을 깨우치는 것은 아니다.
⑤ [B]에서 상대방을 칭찬하고, <보기>에서 상대방을 질책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03 외적 준거에 의한 반응 추리 ⑤
이 글에서 지주들이 수확을 늘리기 위해 농지 소유를 확대한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① ‘세시 절기 명절 제사는 무엇으로 해 올리며’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② ‘부역과 세금은 어찌하여 차려낼꼬’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③ ‘시절이 풍년인들 지어미 배 부르며 / 겨울을 덥다 한들 몸 을 어이 가릴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④ ‘죽쑨 물 상전 먹고 건더기 건져 종을 주니 / 눈 위에 바늘 젓고 코로 휘파람 분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눈 위에 바 늘 젓고’는 하인의 못마땅한 표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첫댓글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