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보여주마
/지은이 박관희/그림 변영미/창비
발제자 김미선
박관희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충남 연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부터 서울에 살다가 2000년 김천을 돌아왔습니다. 2002년 <어린이문학>지에 ‘내 짝궁은 빡빡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빡빡 머리 엄마’ ‘아빠 사진 신문에 났어요!’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공동창작집)를 펴냈습니다.
박관희씨는 작년에 ‘빡빡머리 엄마’와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 중 [아주 특별한 하루]로 만나보았다. ‘빡빡머리 엄마’를 읽을땐 엄마를 소재로 다루었다는 이유로 여자작가로 알고 있었다. 박관희씨가 남자란 걸 안 것은 ‘블루시아..’를 읽었을때인 것 같다. 이번 ‘힘을, 보여주마’는 단편집으로 2006년에 나왔다. 7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읽고 나니 하나의 장편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제작 ‘힘을, 보여주마’를 제외한 6개의 단편이 일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 5학년정도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기에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단편 곳곳에 나오는 인물들이 내가 학교 다닐 때 만났던 인물들이라 그럴 것이다.
<지독하게 운이 좋은 아이>에 나오는 고종 사촌은 나와 함께 초등학교를 다녔던 내 사촌을 떠올리게 했다. 나보다 한살어리지만 생일이 빨라 같은 학년을 다녔던 내 사촌 때문에 난 가끔 주인공과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앙금이 이제는 먼 친척으로 살아가게 된 이유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힘을, 보여주마>에 나오는 동선에겐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그다지 가까울 것 없는 한 친구를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대들던 내 모습이 있다. 얼마나 떨었던지 내RPS 너무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어서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다복이가 왔다>에선 초등학교 3학년 때 내 짝궁이 떠올랐다. 고아원에 있던 아이였는데 짝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그 아이 도시락까지 싸주셨다. 난 몹시 귀찮고 더러 창피하고 더러 우쭐한 마음에 그 애의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 그러다 다른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고 싶어진 난 혼자 먹어야 하는 그 얘를 두고 딴 아이들과 어울렸던 것 같다. 그때 아마도 엄마가 도시락 반찬을 큰 통에 하나만 싸준 적도 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나누어 먹었던 걸까?
<바보 은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소문이 무성하던 한 아이가 떠올랐다. 그 아이는 말을 할 때도 몹시 떨고 가만히 있을 때에도 몸을 몹시 떨곤 했다. 아이들은 그 아이가 집에서 몹시 맞아서 그렇게 되었다며 수군거렸다. 난 그 아이를 쳐다보는 것만도 무서웠다.
이렇게 많은 이 책 속의 아이들은 내 어릴 적 내 주변의 아이들과 닮아있었다. 이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작가가 ‘미안하다’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좋은 동무는 아니었다. 그저 작은 어린이였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던 것 같다.
이 작가는 소외된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참 따뜻한 눈을 가지고 있다. <다복이가 왔다>에서 다복이는 왕따를 당하다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을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상황까지 간다. 선생님은 안도하고, 아이들은 잊어버린다. 그런 다복이가 잠시 학교에 다니러 와서 짧은 시간 교실 뒤쪽에 앉았다 간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복이와 얽힌 안좋은 기억들로 마음이 불편하다. 왕따 다복이는 모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려고 학교에 온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늘 ‘친절했던’ 수빈이에게 편지를 전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서 온 것이다.
이 작품은 처음은 3인칭 시점으로 쓰였다가 수빈이 혼자 다복이를 만나는 장면에서 일인칭으로 시점이 바뀐다. 일인칭 시점이 대부분인 이 작품집에서 난 그것이 작가의 시선, 자신의 어린 날을 회상하며 괴로워하는 작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집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던져 주지 않을까 여기게 된다. 반성은 어른들의 몫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냥 다정하다가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고, 가끔 친절하지만 금방 이기적이 되어버린다. <다복이..>의 수빈이나 <힘을,..>의 동선, <바보 은태>의 권하처럼 상대의 마음을 금방 헤아리거나 속 깊은 우정을 갖거나 친구의 사정을 그냥 이해하기엔 아이들은 그냥 어린 것이다. 좀 더 나이들어 살아보니 내 곁을 지나간 사람들에게 내가 했던 여러 가지가 마음 아프게 다가오고 다른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난 이 작가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이 글들을 쓰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 밋밋하게 읽기 시작한 이 작품이 뒤로 갈수록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블루시아..>에 나온 <아주 특별한 하루>를 보면서 어른들끼리의 힘의 역학관계가 아이들에게 이어지는 것을 흥미있게 그렸다고 여겼었는데, <학급문고 책 도둑 사건>도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여겨졌다. 특히 이 작품의 결말은 또래 관계에서 세상살이 힘겨루기에 휩쓸린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이 좀 충격적으로까지 여겨졌다.
사회약자에 대한 작가의 일관된 연민과 따뜻한 시선은 이 작가의 강점이라 여겨진다. 부조리한 사회를 계속 보여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올곧은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단편이 가질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아이들은 이 작품들을 읽고 무엇을 느낄까하는 염려와 궁금증도 있었지만 판타지 세계 속에 있다가 다시 리얼리즘의 세계로 돌아와 만난 이 작품은 우리나라 어린이문학에서 이어지고 있는 맥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 작품이었다.
첫댓글 제가 가서 너무 흐름을 깨 놓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객으로 가서, `듣는 것에 좀 더 충실할 껄...'하는 후회도... 그런데, 교육부 공부 분위기 참 좋네요. 제가` 이 모임을 나오게 되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또 들더군요. 어린이책 속에 들어있는 삶에 대한 우주적 관점, 어른이면서도 동심으로 돌아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여기엔 있거든요.
얼굴못본지 오래됐네요 그래도 열심히 책은 읽고 있답니다 열심히 강의도 듣고요 3시간이나 들으려니 엉덩이에 쥐날라해요 1번이상 빠지면 안된단니까 열심히 해야겠죠 다들 남이섬가서 재미있었나봐요 그날 우리집애들둘다 병원다니느라 바빴는데.... 지금 성준이가 치과에서 마취받는동안 글올려요 과잉치때문에 수술하거든요 잘되겠죠...
빨리 돌아오세요. 윤상주씨..
곽성아 선배님 들어오셔서 넘 좋았어여. 웃으시는 모습만 봐도 좋은데 좋은 말씀까지..종종 오세요^^ 저도 학교에서 돌아오는우리 딸 엉덩이 두드려주기 운동 할려구요.^^
교육부장님 글에는 힘이 있어요. 부러워요~~
김미선씨 글을보니 읽고싶은 충동을 느꼈어요.책빌려주실분 선착순입니당.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