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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1493. [역경의 열매] 호용한 (14-20) “목사님, 골드만삭스가 우유배달 후원한대요!”
⊙ [역경의 열매] 호용한 (14) 독거노인에 우유배달… 건강 지키고 고독사도 예방
⊙ [역경의 열매] 호용한 (15) 우유 배달에… 어르신들 “교회가 자식보다 낫다” 반겨
⊙ [역경의 열매] 호용한 (17) 처남이 해오던 우유 배달 후원, 교인들이 이어가
⊙ [역경의 열매] 호용한 (19) ‘배민’ 만든 김봉진 “앞으로 우유 배달 후원은 제가…”
⊙ [역경의 열매] 호용한 (20) “목사님, 골드만삭스가 우유배달 후원한대요!”
♣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_호용한 목사(옥수중앙교회), 내가매일기쁘게20171030
https://youtu.be/PJqzZvRXo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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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호용한 (14) 독거노인에 우유배달… 건강 지키고 고독사도 예방
고독사 문제 신문·TV에서 접한 후 혼자 사는 어르신들 염려돼 시작… 손위 처남 도움으로 우윳값 해결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가 2016년 12월 교회 인근 장애인 어르신 댁을 찾아가 인사를 나눈 뒤 손을 잡아주고 있다.
2003년 무렵 옥수동과 금호동에는 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과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 집이 대다수였다. 홀로 살거나, 손주들과 사는 조손가정 어르신들은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 등이 굽고 초라한 옷차림으로 쓰레기더미를 뒤적이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끼니나 제대로 챙겨 드시는지 염려가 됐다.
그 무렵 고독사 뉴스도 종종 신문이나 TV에서 흘러나왔다. 혼자 사는 탓에 집에서 돌아가신지 아무도 몰랐고, 몇 달 만에 시신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우리 동네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다 싶었다.
하루는 새벽기도회에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교회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가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우유 배달 오토바이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다가 순간 ‘이거다’ 싶었다. 우유에는 칼슘이 많아 골다공증으로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고, 배달원이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하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고독사도 체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실행은 쉽지 않았다. 재정이 문제였다. 당시 우리 교회는 전체 경상비의 30%가량을 구제와 장학에 사용하고 있었던 터라 별도로 우유 배달에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독거노인 문제를 모른 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릴없이 고민만 거듭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몇 개월 후 길이 열렸다.
포항에서 큰 처남의 해군 소장 이취임식 행사를 마치고 바로 손위 처남과 같은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올 때였다. 처남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였는데 명절에 잠깐 만나 안부를 나눌 뿐 나와는 그리 살가운 관계가 아니었다. 처남이 그날은 문득 교회에 도울 일이 없는지 물어왔다.
“옥수동이 달동네잖아. 어렵게 사시는 분들 많을 텐데 도울 일 없어?”
지금까지 한 번도 매제가 하는 일을 도와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옳거니 싶어 그동안 해왔던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
“독거노인들에게 우유 배달을 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시면 어떨지.”
처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물었다. 순간 당황했다. 우유 배달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했지, 얼마만 한 규모로 해야 할지 정하질 않았던 것이다. 당시 200ml짜리 한 달치 우윳값은 2만원 가량이었다. 너무 많이 부르면 지레 겁을 먹을 것도 같고 그렇다고 너무 작게 부르자니 좋은 기회를 놓칠 것만 같았다. 짧은 순간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이윽고 내가 내린 결론은 100가정이었다.
“한 달에 200만원 정도요.” 처남은 조금 부담이 됐던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곤 계속은 못 하고 3년만 하겠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솔직히 1년도 감사한데 3년이면 더할 나위 없는 지원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처남에게 독거노인들에게 우유 배달이 왜 필요한지 고독사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역경의 열매] 호용한 (15) 우유 배달에… 어르신들 “교회가 자식보다 낫다” 반겨
매일 문안인사 받는 것 같아 좋다는 분도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가 교회 3층에 마련된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무실 앞에서 우유를 든 채 미소짓고 있다.
처남이 우유 배달을 후원하겠다고 해서 지체 않고 옥수동과 금호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우유 배달을 어느 어르신들께 해드리면 좋을지는 우리보다 주민센터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고독사도 방지하고 영양도 챙겨드릴 목적으로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우유를 배달해드리고 싶다고 하자 주민센터 직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선행에 앞장섰는데 우유 배달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며 기꺼이 홀몸노인과 우유 배달이 필요한 주민들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다음으로 우유보급소를 찾았다. 보급소로서는 한꺼번에 우유 배달할 집이 늘어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우유 배달은 단순히 우유 배달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우유가 두 개 이상 쌓이면 반드시 옥수중앙교회나 주민센터로 연락해 주세요. 그리고 공짜로 잡수신다고 날짜 지나면 절대 안 됩니다.”
우유보급소 직원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다행히도 그 두 가지 약속은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유 개수만 체크하던 우유 배달원들이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전날 우유가 그대로 있으면 스티커를 하나 붙이고 다음 날에도 변화가 없으면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이었다. 사흘째에도 변화가 없으면 어르신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알고 교회나 주민센터로 연락했다.
그렇게 옥수동과 금호동 100가구 어르신들에게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어르신 중에는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어 두유나 유산균 음료를 배달해 드렸다.
우유를 받아든 어르신들은 하나 같이 의아해하다가도 “교회가 자식보다 낫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간혹 우유 배달을 마다하는 분들도 있었다. 종교가 달라서 받고 싶지 않다는 분도 있었고 무료로 우유를 받아먹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며 거절하는 분도 있었다. 그럴 때면 다른 분을 추천받아 우유를 배달해 드렸다.
하루는 길에서 한 어르신을 만났다.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곤 “우유를 배달해줘 고맙기는 한데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교회에서 선물을 한 번 받은 적이 있는데 교회에 나오라고 하도 조르는 통에 여간 난처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우유 먹고 옥수중앙교회에 나오라는 말 아닌가 싶어 부담된다고 했다.
“예수님 믿는 건 좋은 일이지만, 꼭 교회 오시라고 우유 드리는 건 아니에요.” 교회가 전도를 하기 위해 이웃을 돕고 그러는 건 아니라고 간곡히 설명했더니 어르신은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작은 임대아파트에 사시는 한 할머니는 나를 만날 때마다 “아침마다 문안인사를 받는 것 같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며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할머니는 하반신이 불편해 일상생활이 여간 힘들지 않았는데 아침마다 방에서 현관까지 우유를 가지러 갈 때면 5분가량을 배로 기어가야 했다. 그런데도 홀로 쓸쓸히 살아가는 할머니는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해 주는 것이 문안인사를 받는 것처럼 반가웠던 것이다.
***[역경의 열매] 호용한 (17) 처남이 해오던 우유 배달 후원, 교인들이 이어가
처남 사업 힘들어져 후원 연장 어렵게 돼 주일예배 때 교인들에게 도와달라 호소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오른쪽)가 2015년 12월 교회 인근에 거주하는 어르신께 우유를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
2006년이 되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처남이 후원을 약속한 3년이 다 됐기 때문이다. 처남은 우유 배달을 시작할 수 있게 첫 단추를 잘 끼워줬을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꾸준히 ‘매달 200만원 후원’이란 약속을 지켰다.
이렇다 할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교회 재정으로 우유 배달을 계속할까도 생각됐지만 이미 없는 재정을 아껴가며 구제와 장학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매달 200만원을 따로 책정하기는 불가능했다.
고민 중에 처남에게 후원을 더 부탁해 볼 요량으로 아내에게 요즘 처남 사업이 어떤지 넌지시 물어봤다. 염치없는 일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내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나를 맥 빠지게 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풀이 죽어 있는 내게 하나님께서 다른 길을 열어 주실 거라며 격려했다.
하루는 금호동에 혼자 살고 계시는 할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우유를 잘 받아먹고 있다고 인사를 하곤 어렵게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일산에 있는 아들 집으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일산에 가서도 우유를 받고 싶어서요.”
처음 있는 일이라 금방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 내가 주저하는 것을 아셨는지 할머니는 시골에서 올라와 금호동에서 처음 셋집을 얻은 이야기며, 먹고 살려고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이야기, 가난한 탓에 자식들의 공부를 제대로 못 시켜 미안하다는 이야기 등 눈물까지 흘리시며 고달팠던 삶을 털어놨다.
할머니께 “일산에 가셔도 우유를 배달해 드리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잘못 말했나 싶기도 했다. 우유 배달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데 괜한 약속을 했나 싶었고 고독사를 막자고 우유 배달을 시작한 건데 원래 취지와 안 맞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한 약속을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우유 배달을 하길 잘했고 멈추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200ml짜리 작은 우유 한 팩을 주는 사람은 물론이고 받는 사람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돌아오는 주일예배 때 교인들 앞에서 광고를 했다. “처남이 해 오던 우유 배달 후원이 이제 끊기게 됐습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 교인들 25명이 한 달에 10만원씩만 내면 우유 배달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배를 마치자마자 세 가정이 후원 의사를 밝혔고 문자로도 후원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25명이 채워지기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한 교인은 “목사님, 우리 동네만큼은 고독사가 없어야죠. 정기적으로 후원은 못 하지만 힘닿는 데로 돕겠습니다”라고 연락해왔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홀몸어르신들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처남에 이어 교인들의 후원은 우유 배달을 이어가게 한 귀중한 마중물이 됐다. 하나님은 우리 교인들의 헌금을 과부의 두 렙돈처럼 기뻐하셨다.
***[역경의 열매] 호용한 (19) ‘배민’ 만든 김봉진 “앞으로 우유 배달 후원은 제가…”
여유 생길 때 하라는 만류에도 사업 성공 전 어려운 가운데 후원 앞장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가운데)가 2015년 4월 서울 배달의민족 사무실에서 이 회사 김봉진 대표(오른쪽), 펜타브리드 박태희 대표와 함께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후원협약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목회를 하다 보면 사업을 시작하는 성도들을 격려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개업예배를 자주 드리게 된다. 옥수중앙교회 성도 중에 유달리 개업예배를 여러 번 인도했던 청년이 있었다. 내가 결혼식 주례까지 섰던 청년이었다. 사업이 제대로 안 됐는지 사무실을 자주 이전했는데 그때마다 내게 예배 인도를 부탁했다. 개업예배를 자주 하다 보니 ‘이번에는 어떤 설교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2012년 12월쯤. 그 청년의 사무실 확장 감사예배를 인도했는데 예배가 끝나자 그가 불쑥 말을 건넸다. “목사님, 앞으로 우유 배달 후원금은 제가 내겠습니다.”
당시 그의 회사는 그다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뜻은 고맙지만,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목사님이 전에 설교하시면서 여러분 가운데 반드시 우유 배달을 책임질 사람이 나올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때 말씀이 꼭 제게 하시는 말씀 같았어요.”
그때부터 그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유 배달 후원에 앞장섰다. 처음 1년간은 매달 300만원을 후원하다 1년 후부턴 500만원씩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의 후원 덕분에 우유 배달을 받는 어르신도 100명 넘게 늘어 200명의 어르신을 살필 수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김봉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대표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가난한 이들의 아픔과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만큼 그들을 돕는 일에 마음을 쏟았다.
20년 전 그의 집에 처음 심방을 갔던 때가 눈에 선하다. 서울 중구 광희동에 다락방이 하나 딸린 작고 오래된 일본식 집이었다. 4형제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모님,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일곱 명이 한 집에서 다 잘 수 없어서 방에서는 할머니가, 네 아들은 다락방에서 새우잠을 잤다. 작은 식당을 하던 부모님의 잠자리는 식당에 딸린 쪽방이었다.
2016년엔 자동차 광고 촬영을 했다며 모델료 전액을 후원금으로 가져왔다. 매달 후원해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말렸지만, 그는 기어이 봉투를 내밀었다. 사업차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우유 배달 이야기를 했고 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많은 사업가들이 우유 배달 후원자가 됐다. 지금 우유 배달을 후원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그를 통해 연결된 회사들이다.
그의 어머니는 새벽마다 교회에 나와 많은 눈물을 뿌린 권사님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신앙생활을 착실히 해오던 그는 2017년 우리 교회 안수집사로 장립을 받으며 든든한 동역자로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의 사무실에서 개업예배를 드릴 때 나는 종종 창세기 28장에 나오는 ‘야곱의 축복’을 주제로 설교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 28:15)
***[역경의 열매] 호용한 (20) “목사님, 골드만삭스가 우유배달 후원한대요!”
김봉진 대표 회사에 투자하는 과정서 교회의 어르신 섬기는 이야기 듣곤 감명 큰돈 쾌척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왼쪽 세 번째)가 2017년 10월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서울시 시민봉사상 시상식’에서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활동으로 대상을 수상한 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네 번째), 이재현 골드만삭스 전무(첫 번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 계획은 늘 우리의 계획보다 앞선다. 그의 광대하신 은혜를 우리는 짐작조차 못 한다. 2015년 5월쯤이었다. 우유 배달을 후원하던 김봉진 집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마 전 한 대형투자회사에서 투자를 받았는데 그 회사 관계자와 며칠 후에 교회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별생각 없이 그러라고 하고는 어떤 회사냐고 물었다.
“골드만삭스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나 보던 세계적 투자회사가 아닌가. “골드만삭스가 왜 우리 교회에 온다는 거야.” “우리 회사가 우유 배달 후원하잖아요. 목사님도 뵙고 겸사겸사 우유 배달 이야기도 듣고 싶대요.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골드만삭스가 우리 교회를 방문한 건 감사를 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골드만삭스가 김 집사 회사에 거액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우리 교회에 매달 500만원씩 후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후원이 실제로 잘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며칠 후 김 집사는 골드만삭스 상무이사와 함께 나를 만나러 왔다. 그는 금융권 전문가답게 재정 부분을 냉철한 눈으로 들여다 봤다. 김 집사 회사에서 언제부터 후원받았는지, 후원금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잔액은 없는지 등 후원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차분하면서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난 숨길 게 없던 터라 묻는 말에 그대로 답했다. 자연스레 옥수동과 금호동이 과거에 얼마나 가난한 동네였는지, 지금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동네 곳곳에 외롭고 소외된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계시는지, 교회가 재정을 아껴가며 이웃들을 어떻게 섬겨왔는지까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상무이사는 어느 순간부터 질문하지 않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만 했다.
며칠 후 다시 김 집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법 흥분한 목소리였다.
“목사님, 놀라지 마세요. 골드만삭스가 우유 배달을 후원할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골드만삭스가 후원을 왜.”
“목사님 이야기에 감동받았나 봐요. 아무 데나 후원하는 곳이 아닌데 자기네들끼리 논의했던 것 같아요.”
김 집사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니까 기도하면서 기다려보자고 했다. 마치 자기가 후원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는 김 집사의 목소리에 나도 덩달아 흥분이 됐다. 3개월 후 골드만삭스는 정말 우유 배달을 후원하겠다고 연락해왔다. 약속한 후원금은 기대 이상으로 큰돈이었다. 그 돈으로 2016년 우유 배달을 서울 시내 여섯 개 구로 확대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그렇게 세계적인 기업을 움직여 우유 배달을 돕게 하셨다.
최근에도 골드만삭스는 우유 배달에 10만 달러를 후원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구호의 일환으로 전 세계 병원이나 자선단체를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과 삼성서울병원 단 2곳만 지원 대상이 됐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약력=총신대, 총신대 신대원 졸업. ‘생명의 삶’ 편집장 역임. 현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 이사장, 서울 한영대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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