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이 있을 때 왜 술 마시면 안될까?
'중이염(中耳炎)'이나 '눈병' 등으로 몸에 염증(炎症)이 있을 때,
혹은 '사랑니'를 뽑거나, 수술을 받은 뒤에 의사가 환자에게 꼭 하는
요구 사항이 있다. 바로 '금주(禁酒)하라' 는 것이다.
술과 염증(炎症)은 어떤 관계(關係)가 있는 것일까?
술을 마시면 우선 평소보다 염증물질(炎症物質)이 더 많이 분비된다.
'분당 서울대 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혈관에서 많이 만들어진
염증물질은 피를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술이 직접 닿는
치아(齒牙)나 위(胃)뿐만 아니라, 귀나 폐 등 술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치료기간이 2~3배 가량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면 몸의 면역상태도 떨어진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균(菌)이 몸에 들어왔을 때, 방어(防禦)역할을
하는 '대식세포(大食細胞)'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평소와 같은 양의 균이 들어와도 감염이 훨씬 잘 된다"고 말했다.
과음(過飮)하면 감기가 잘 걸리고, 수술 후 술을 마시면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술 후 적어도 1~2주일은
지나야, 평소 주량(酒量) 대로 술을 먹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소장(小腸)이나 대장(大腸) 점막의 방어력이 약해져,
세균(細菌 )이 장(腸) 점막을 뚫고 혈관으로 들어가므로 염증(炎症)이
더 잘 생긴다는 이론도 있다.
염증 중에서도 특히, 위산(胃酸)이 역류해 식도(食道)에 상처를
입히는 '역류성 식도염'이 있을 때에는 꼭 금주(禁酒)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간(肝)으로 들어가 '아세트 알데히드'로
바뀌는데, '아세트 알데히드'는 위(胃)와 식도(食道)를 연결하는
괄약근을 헐겁게 하기 때문이다.
"술 먹은 다음날 목이 칼칼하고 가슴이 싸하게 아픈 것은, 위산이
역류했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의 염증은 몰라도, 위(胃)나 식도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금주(禁酒)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