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데카메론
코로라라는 전염병이 대구를 덮쳤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옮을 수 있고, 하여간에 죽기도 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라로 죽은 환자가 나왔고, 이어서 또 한명이 죽었다면서 프로 야구의 스코어를 알리듯이 생중계를 한다. 질병의 유행과 죽음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도시를 공포에 휩싸이도록 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하라고 했다. 정부에서는 대구를 봉쇄하여 다른 지역과 차단하겠다는 말도 했다. 공포에 쌓인 도시의 거리는 한산해졌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체 눈만 빠꼼히 드러낸 사람만이 띄엄띄엄 걸어다닌다. 수성구청 역에서 반월당으로 가는 전철을 타니 1호 칸에 2명, 2호 칸에 두 명이 타고 있다. 그 뒤 칸은 몇 명이 탔는지는 모른다.
중세 이태리에서 유행하였던 페스트와 다른 점이라면 사람들이 질병이 춤추는 도시에서 빠져나와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서 도망은 하였지만 자기의 방구석에 틀어박힌다. 카카오 톡이라는 창이 여관방이 되어서 세상살이의 뒷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란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동물인가 보다. 내가 유투브를 뒤적이면서 열심히 보고 있으니 말은 비록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관방의 손님이 되어서 대화를 하는 꼴이다. 그러니 나도 데카메론 쓰기에 참가하고 있다. 내가 들은 이야기를 편집해보자.
A. 대구에 병을 퍼트린 사람은 신천진가 구천진가 하는 요상한 종교를 믿는 사람이래. 유투브
에 사진도 올라왔더라. 딸내미도, 아들도 신상이 까발리고 있다더라. 남편은 무슨 유치원 자동차를 운전한다,
카더라. 그 사람의 가족 꼬라지(꼴)를 보니 그렇고 그렇더라.
B. 그 여자, 인간성 더러븐 여자인기라. 입원 병원에서 나간다면서 간호사 마스크를 벗기고
난동을 부렸다 카더라.
C. 유투브에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모두 가짜래. 그런 말을 퍼트리는 사람도 심사가 고약하제.
D.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서 27도만 넘으면 죽는데. 그러니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게 치료인기 라.
E. 사람 체온이 36.5도 인데. 사람 몸에 들어오면 죽어버리겠네. 그런데도 병에 걸리네.
F. 우리 아들이 중국에 있는데, 아들의 친구가 병원에 근무한단다. 그 친구가 말하는데
코로나에는 생강차가 최고래.
G. 미도다방에서 약전골목에서 한의약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분이 미국과 한국 에서 특허를 받은
캡술형 식품이 있데. 재료는 복어알로 만든 건데. 자신이
복용하여 만성병 치료했단다. 이 약은 면역 보강제이니 대구시에 무상으로 전달하고 싶다
하더라. 코로나에 특효가 있다고 자신하더라.
H. 나는 대구의사회장 이성구입니다. 5700 의사 동료 여러분의 궐기를 축구합니다. 지금 대구 는 유사 이래로
엄청난 의료 재난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넘쳐나
는데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신속한 진단치료는 어렵고, 심지어는 확진된 환자조차
입원대신에 자가 격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자원봉사를 바랍니다.
I. 의사회장 호소 하루만에 250명의 의사가 자원봉사로 지원했단다.
J. 충청도에서는 정부가 지원을 요청한다는 말에 30명이나 지원했데. 아런 빌어먹을 정부가
있나. 의사는 지원했는데. 숙식 준비는 하나도 안 해놓고, 말로만 지원하라는 거야.
K. 문자로 대구 코로나 확진 내용이 와서 클릭 했는데 바로 은행계좌에서 통장 전액이 인출되
었다네. 대구북부 경찰서에 신고 하니 이런 사례로 이미 58건이나 접수되었다네. 문자나
SNS가 오면 절대로 링크하면 안 된다고.
L. 방금 북부 경찰서에서 고시문이 떴어. 가짜 뉴스래. 접수된 것이 한 건도 없다는거야.
M. 지금으로선 돌아다니지 말거나, 바깥출입을 할 때는 마스크를 하라더라. 대구에서 마스크
가 동이 나서 마스크를 사려고 몇 백 미터나 줄을 선 사진이 유투브에 올라오고.
중국으로 수출 때문이더라고 소문이 나니, 정부에서 불야불야 수출을 줄이고 -----
N. 정부도 제 정신이 아닌가봐. 대구-경북 지역을 봉쇄한다고 발표했다가,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니까 아니다, 라면서 꼬리를 내린데. 그 때문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을 탄핵하자는 숫자가 100만이 넘었다더라. 자기편끼리 노는 놀이터에 적군이 처들어와서 100 만을
넘었다니 사건은 사건이지;
O. 선거가 바로 코 앞이니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코로나를 이용해 먹는
거는 아닌가? 그래서 위험을 과장하는 면은 없을까? 세월호처럼?
P. 그렇지 않아도 별명이 촉새라는 사람이 야당인 대구시장이 여당 대통령을 물먹이려고
코로나 막는데 소홀히 한다면서 한 마디 했다가. 대구시장에게서 코로나 바리러스 보다
정치 바이러스가 더 위험하다라는 말을 들었데.
Q. 소문이란 눈덩이의 속성이 있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 덩치가 커지거든. 우리가 이처럼
두려워 할 만큼 무서운 병인가를 냉정히 생각해야지 겁만 낸다고 해결이 되겠어.
R. 여긴 대구인데 마트 앞에 마스크를 사러 몇 백 미타나 늘어선 줄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 에 올린 것이
여론에서 시끄럽자 정부에서는 우체국과 농협에서 마스크를 헐하게 팔았어.
마찬가지로 줄이 수백 미터나 늘어섰어. 금방 동이 나자.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 못하는
정부라고 대구시민이 분노하였다더라.
S. 헐하게 판다니까 사람들이 헐한 마스크를 사서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팔려고 줄을
섰다더라.
T. 그럴리가?
U. 마스크 수급이 안 좋으니까 정부에서 강제로 팔도록 한다더라. 또 뭐라더라
5부제로 판매한다더라. 줄서기에서 5부제까지. 별 꼴 다 보겠네.
V. 정부 욕하고 대통령 욕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더라. 대통령도 좋은 자리가 아니네.
W, 미국으로 여행 간 친구가 문자를 보냈더라. 대구에서 왔다면서 크루주 여행에서
배를 태워 주지 않더란다.
X. 코로라 성금을 낸 착한 사람이 많더라, 조용히 낸 분이 대부분인데, 간혹 여기저기서 나팔
울 불고 다니는 사람, 좀 그렇더라.
Y. 대구 사람을 벌레 보듯이 하는 서울 넘들 보면, 서울에 코로나 확 퍼졌으면------,
아무리 미워도 그래서는 안 되겠지.
뒷날에
Z. 이건 또 뭔 소리고, 코로나 땜시 대통령 욕한 게 어제인데, 코로나 땜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싹쓸이 했다면서. 세상 요상하데이.
조선시대를 말하는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난리’가 대구에서 일어났다. 농민들이 죽창을 들고, 횃불을 들고 우~ 몰려온 난리가 아니고, 정체를 숨긴, 죽창을 들었는지, 기관총을 들었는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화적떼가 덤벼들고 있다. 흉흉한 이야기만 소문이 되어 돌아다니면서 간을 졸이게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의 그림자가 덮쳐오니 우왕좌왕하는 동안에 가짜 정보들이 겨울의 눈바람처럼 흩날리고 있다.
아마 예전 사람들도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난리가 났다는 소문만으로 우왕좌왕하였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그때와 다를 바 없다. 지금은 내가 몸을 숨기고 있는 우리 집 골방이 십승지가 되어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202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