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같은 대회만한 권위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앞으로 1~2년 안에 우승팀은 꽤 많은 액수의 돈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FIFA에서 주최하는 세계 클럽 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한국 대표로 나설 전북 현대 모터스와 울산 현대 호랑이가 오는 12월 세계 대회에서 바르셀로나와 맞붙는 장면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전북은 최근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있는 팀이다. 2004년에는 4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한국팀 킬러인 알-이티하트에게 막판 결승골을 내주며 패배했었다. (이것은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사우디 아라비아 팀이 한국팀을 격파한 세 차례 악몽 가운데 첫번째였다.)
전북은 울산에 비해 2라운드 진출이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이유는 2가지다. 첫째, 전북은 울산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사실 2004년 11월에 알-이티하트에게 패한 이후 전북의 성적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지난해에는 리그 성적이 바닥을 쳤다. FA컵 우승을 빼면 전북 팬들에겐 우울한 일 투성이였다. 둘째, 전북은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했다. 일본 J리그와 중국 C리그 챔피언들과 한 조에 속해 있다.
전북의 상대 감바 오사카 감바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J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5개팀이 마지막 날까지 승점 1점차로 박빙의 승부를 벌일만큼 흥미진진했던 이 시즌에 감바는 경기 종료 직전에야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팀은 지난 해보다 전력이 약해진 채 한국에 오게 된다. 지난 시즌의 성과는 아라우조(Araujo)와 오구로 마사시의 골 덕분에 가능했다. 페널티킥 하나 없이(!) 무려 33골을 성공시킨 브라질 출신의 골게터 아라우조는 ‘당연하게도’ J리그 MVP에 올랐다. 하지만 이 간사이 지역 팬들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 아라우조가 브라질 명문 크루제이로에 합류하기 위해 브라질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부상 전까지 16골을 몰아넣었던 오구로 역시 해외로 나갔다. 그는 지금 프랑스 2부리그의 그레노블 팀에서 활약중이다.
전북 팬들에게 감바가 아라우조의 대체 요원으로 내세울 마그노는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천부적은 골감각을 갖춘 이 브라질 공격수는 지난 2003년 K리그에서 전북 소속으로 27골을 넣은 뒤 J리그의 오이타 트리니타 팀으로 이적했었다. 지난 시즌 마그노는 오이타가 내내 하위권을 맴돌았음에도 불구하고 18골을 기록했다. 그 결과 챔피언 팀인 감바로 이적할 수 있었다.
감바는 또 한명의 스타 선수를 영입했다. FC도쿄에서 일본 대표팀 주장 미야모토와 함께 뛰던 대표팀 수비수 카지 아키라를 데려온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엔도 야시우토의 존재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감바의 수비는 강하고 경험이 많아 보이지만 허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난 시즌 감바는 J리그 18개팀 중에서 실점률이 높은 팀 중의 하나였다. (지난 시즌 밑에서 세번째로 실점이 많은 팀이었다.) 감바는 빼어난 득점력으로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오구로와 아라우조의 이적은 올 시즌 그들을 주춤거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상대 도쿄 베르디 울산 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좋게도 울산이 속한 조에는 상대팀이 달랑 하나 뿐이다. 게다가 이 팀은 지난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되기까지 했다! 울산은 원래 도쿄 베르디 외에도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팀들과 한 조에 배정됐었다. 하지만 울산과 베르디 입장에선 운좋게도 이 두 팀이 선수등록 마감시한까지 선수 등록을 하지 않아 실격되면서 울산과 베르디만이 남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울산은 현재 J리그 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베르디를 상대로 홈 앤드 어웨이 2차례 경기를 통해 8강 진출권 획득 여부를 시험하게 된다.
베르디는 지난 93년과 94년 J리그의 초대 챔피언과 사상 첫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은 일본의 유명팀이다. 지난 시즌 팀의 문제점은 명백했다. 토튼햄과 블랙번의 스타 미드필더였던 오시 아르딜레스(Ossie Ardiles) 감독은 훌륭한 선수였지만 감독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전술력의 부재로 혹평을 받았다.
아르딜레스는 90년대 중반 토튼햄의 감독을 맡을 당시 공격적인 전술로 이름을 높였다. 순간적으로 2-3-5로까지 변하는 그의 전술은 많이 넣는 만큼 많은 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곧 경질됐다. 도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시즌 도쿄 베르디는 몇 차례 참패를 겪었다. 결국 그는 직업을 잃었고 팀은 1부리그 자리를 잃었다.
당연히 팀내 스타급 선수들은 전부 팀을 떠났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 2위였던 브라질 공격수 와싱톤은 우라와 레즈로 이적했다. 2005년 일왕배 우승을 통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한 도쿄 베르디의 최우선 목표는 당연히 J리그 복귀다. 올 시즌 48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건 그들이 챔피언스리그에 신경을 쏟고 싶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도쿄 베르디는 지난 주말에 열린 2부리그 개막전에서 4-1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천수와 마차도는 상대하기에 너무도 까다로운 팀일 것이다.
* 2006년 AFC챔피언스리그는 케이블TV <엑스포츠>를 통해 중계됩니다. 9일 오후 7시 LIVE 전북-감바 오사카 9일 오후 9시 녹화 울산-도쿄 베르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