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못 믿겠다” 직접 나선 이명희 회장... 신세계그룹의 향방은
‘남매 경영’ 강화하던 신세계그룹, 실속 없는 성장 제동
실적 부진에 무리한 M&A... 작년 그룹 순차입금 14조 넘어
9개 계열사에 대표는 4명... 통합·축소 칼바람 예상
이마트 매출 넘은 쿠팡, 고삐 쥔 사이 ‘유통 공룡’ 타이틀 뺏길라
김은영 기자
입력 2023.10.10 06:00
“회장님이 마음에 안 들어 했다.”
지난달 20일 단행된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 인사는 역대급 물갈이 인사로 관심을 끌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초 신세계그룹은 경영 위기감 극복을 위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지난달 15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승인한 임원 인사 명단을 받아 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를 반려하고 판을 흔들었다.
며칠 뒤 발표된 임원 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룹 계열사 수장 9명, 전체의 40%가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신임했던 임원들이 떠나고, 그 자리를 이 회장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정용진 남자’라 불리던 강희석 전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경질되고,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로 있던 한채양 대표가 할인점(이마트)·슈퍼(에브리데이)·편의점(이마트24) 3사의 수장이 됐다.
컨설턴트 출신인 강 전 대표는 정 부회장의 신임을 얻어 2019년 신세계그룹에 합류, 이마트(70,600원 ▲ 900 1.29%)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어 왔다. 업계에 따르면 강 전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총괄사장으로 승진할 예정이었으나, 이 회장이 이를 반려하면서 회사를 떠나게 됐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179,400원 ▼ 2,200 -1.21%) 역시 정 총괄사장이 발탁한 손영식 대표가 물러나고, 신세계센트럴시티 수장인 박주형 대표가 겸직하게 됐다. 또 송현석 신세계푸드(37,800원 ▲ 250 0.67%) 대표가 신세계엘앤비 대표를 겸직하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함께 맡게 됐다.
‘올드맨’도 부활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자주를 이끌다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로 자리를 옮긴 49년생 이석구 대표가 신세계라이브쇼핑의 대표로 선임됐다.
정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동혁 대외협력본부장(부사장)도 짐을 쌌다. 예술의전당 출신의 정 전 부사장은 정 부회장에게 아내 한지희 씨를 소개해 준 인물로, 2013년 신세계그룹에 합류했다.
◇실적 부진·M&A로 재무 부담 가중... 신뢰 잃은 남매
이 회장은 일찌감치 이마트는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백화점(신세계)은 딸인 정 총괄사장에게 경영을 맡겨왔다. 2020년에는 자신이 보유하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각각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해 남매 경영 구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남매가 신임하던 측근들이 모두 물러나고, 이 회장 측근으로 불리던 인사들이 주요 계열사 수장이 되면서 다시 이 회장 체제로 회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채양, 박주형 대표 모두 이 회장 직속인 그룹 전략실 출신이다.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유는 실적 부진이 계속된 데다, 지마켓 등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2021년 이후 지마켓(3조6000억원), W컨셉(3000억원),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지분 추가 취득(5000억원), 신세계야구단 인수(1000억원), 쉐이퍼 빈야드 와이너리 인수(3000억원) 등을 추진한 신세계그룹은 2017년 6조3000억원(그룹 합산)이던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말 14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 성수 본사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실속 없는 성장이 이어졌다. 지난해 그룹 합산 매출이 37조5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으나,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948억원으로 18%가량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이마트는 394억원의 손실이 났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매출 15조3749억원으로 이마트(14조40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서며, ‘유통 공룡’ 타이틀까지 내주게 됐다.
여기에 지난 6월 출범한 통합 유료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에선 “본업도 어려운데 벌인 일을 통제하기 힘든 지경이 되니 회장이 직접 해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인사는 “이번 인사를 보고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이 떠올랐다”라며 “1~2년이 되도록 결과물이 안 나오면 인사로 말하는 게 삼성 스타일이다. 이 회장의 눈엔 현 상황이 선을 넘은 걸로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2010년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얼굴을 비비며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조선DB
◇뒷수습 나선 회장님... 구조조정 칼바람 예상
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향후 2~3년간 관리형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백화점과 이마트, SSG닷컴(쓱닷컴) 모두 재무통 대표가 이끄는 만큼, 보수적이고 경영으로 재무구조를 안정화한 후 다시 투자를 늘려갈 거란 관측이다.
주요 계열사를 겸직 대표로 둔 것에 대해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위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한 신세계그룹 임직원은 “임원 월급 아끼려고 대표를 겸직시켰겠나? 사업부를 축소해 실속 없는 일을 정리하라는 의미 아니겠냐”라며 “곧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3개 회사를 한 대표가 총괄하게 하면서,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에게 슈퍼와 편의점 등 3사의 상품본부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시장에선 앞서 마트와 슈퍼의 상품 조달(소싱)을 통합한 롯데쇼핑(72,900원 ▲ 2,100 2.97%)처럼 이마트 역시 통합 효율화를 끌어낼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롯데쇼핑이 상품 통합을 통해 매출총이익(GPM)을 2% 개선했는데, 이마트가 유사한 방식으로 상품기획(MD) 부문을 통합하면 1%만 개선돼도 2000억원의 이익 개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의 경우 백화점의 실적 반등과 함께 광주신세계(30,450원 ▲ 100 0.33%) 확장·이전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명품을 선점해 업계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 회장은 더현대서울과 같은 차별화된 혁신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라며 “센트럴시티 대표에게 백화점 대표를 맡긴 이유도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혁신을 추진하라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필드 신규 출점과 화성 테마파크 개발, 동서울 터미널 등 계획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재무 부담 경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투자 부담 완화 여부와 진행 중인 중장기 투자가 본원적 사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했다.
‘시간’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신세계그룹이 정상화를 위한 고삐를 쥔 사이 쿠팡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인사조직전략 전문가는 “이번 인사로 그룹의 쇄신이 뒤따를 것은 분명하지만,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재무통 대표들이 수익 개선에만 치중해 시장 변화 대응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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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제프
2023.10.10 08:40:37
재벌 아드님이 자기돈으로 무슨 사업을 하던말던 평범한 사람으로서 오지랖이지만 야구단 하나 인수해서, 맨날 요리하고, 골프치고 노는모습을 보긴하지만... 손대는 사업은 죄다 말아잡수시고(지마켓, 레스케이프호텔, 삐에로쇼핑)... 좀 경영능력은 없는거같음... 아....스타벅스 하나 들여온거는 제일 큰 공인거같음.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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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인
2023.10.10 09:54:25
정용진의 깐족 거리는 연예인 같은 사업 마인드가 철퇴를 맞을 모양이네요. 하나라도 잘하지 포도밭, 야구, 천방지축이 신세계를 언제 말아 먹나 궁금했는데..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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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boss
2023.10.10 09:40:27
"노 브랜드(No Brand)"의 인기를 아는가??? 적어도 이마트는 노 브랜드처럼 "실속위주로 가야한다!!!" 나머지 매장은 "중고급으로" 백화점은 "최고급과 명품"으로 구분해야 한다, 계층간 위화감이나 차별은 "개나 주어 버려라!!!" 자본주의라는 것이 "원래가 그렇다!!! 쭝국놈들도 마찬가지이고, 북조선은 더하고!!!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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