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불교의 근본사상이 무아인데, 그럼 영혼(靈魂)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까?
향봉 스님 : 우주만물을 창조한 브라흐만(Brahman)의 존재를 불교에서는 인정하지 않듯이 육체의 주인이라는 영혼의 존재인 아트만(atman)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모든 것은 인연(因緣)의해 모이고 머물며 흘러가는 존재인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연기 법칙(緣起法則)이라고 합니다. 정신작용도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상호 연관관계로 존재론적 반응일 뿐, 하나하나의 기능이 소멸되거나 기능이 멈추게 되면 정신작용도 정지되니 무아(無我)입니다. 아트만(atman)을 인정하면 브라흐만(brahman)도 인정해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사라지면 이것도 살아진다.’고 연기 법칙을 설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물질이든 비물질이든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무엇이 변화하지 않고 존재해 윤회를 거듭할 수 있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수행자는 「기신론」의 진여(眞如)에 집착해 (영혼의 존재에 대한)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는 어설픈 몸짓도 보게 되는데 불교의 근본가르침은 무아(無我)임을 사무치게 깨달아야 합니다. 불교는 전생과 내생을 위한 종교가 아닙니다. 바로 현생, 오늘의 종교입니다. 부처의 가르침은 오늘의 정토에서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 행복과 평화, 자유를 누리라는 가르침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는 형이상학 쪽보다 형이하학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 오늘의 종교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 일부 스님들이 참나(진아)를 찾으라고 하는 데 이것은 무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향봉 스님(사자암: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