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 삼척에 온 게 지난 5월 4일이니, 그 사이에 1주일이 지나갔습니다.
앞에 밝힌 대로 제가 여기에 온 건,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서울에서는 일을 못하냐?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도 그걸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론 좀 다른 입장이거든요.
'정신집중'을 위해서 찾아온 거라는 이유(변명)를 밝히고 싶은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좀 그러거든요.
물론 서울 '내 자리'에서도 일을 하긴 합니다만, 뭔가 좀 특별한 경우거나 이번 같은 '정신 집중'을 위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어딘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서 일을 하는 식이어서요.
(한 곳(서울)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거기선 잘 안 돼서요. 그리고 서울에선 '살림'등 잡다한 일들이 많아서 너무 산만해서 일이 안 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작년 말 소설 '화가와 화물트럭기사'를 끝내고 제가 스페인에 간 것도 이 일과 관계가 되는데,
꾸꼬가 하도 노래를 불러서, 한 번이라도 그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보자는 의미도 있었지만(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에 한 번 오라고 해서), 그 연휴를 보낸 뒤에는 이 일을 하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엉겁결에 전시회가 잡혀 그 일에 매진하다 보니 이 일은 차후로 밀렸다는 얘기는, 이미 몇 차례 했던 것 같기도 한데요,
귀국 후에도, '까미노 포르투게스' 동영상 작업하느라,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어영부영 휩쓸리는 상황에서,
동영상 작업도 끝나고 뭔가 조금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와중에,
역시 앞 글에 나오듯, 저에게 이 '삼척'이란 곳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저는,
이것도 기횐데, 이 기회를 잘 살려보자! 하는 생각으로, 벼르고 벼르다 일을 하려고 온 것입니다.
여기요?
세낼 아파트라 정말 아무 것도(세간 살이) 없는 곳으로,
오늘도 제 친구 하나가,
지내는 거 어때? 먹는 건? 하는 문자를 보냈기에,
'서바이벌 게임' 수준이야. 그래도 뭐, 알고서 각오하고 온 건데, 뭘... 하는 답을 보냈듯,
사실이 그렇답니다.
텅 빈(세내 줄) 아파트라 뭐가 있을 리 없으니(이 집 주인이 쓰다 남기고 간, 이불과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냄비 그릇 정도는 있습니다. 저 돌아갈 때는 버리라고 하더군요.), 특히 냉장고가 없으니 뭘 제대로 해 먹을 수가 없는 거지요.
그래도 저는, 이 상황에 맞춰 '임시 작업실(?)'에 적응해 가며 지내고는 있는데요,
우선 '간단한 가구'(?)를 보면,
이 아파트 수리하다 남겨놓은 테잎이 있기에, 역시 이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종이박스를 주워다가(아래),
위) 온 다음 날,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노트북을 다리에 얹어놓고 뭔가를 하는 모습
아래) 빈 박스를 주워다, 책상(?)을 만들고 있다.
위) 종이박스 책상
아래) 이런 식으로 작업대로 사용한다.
나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고,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들이 흩어져 있는 방이 정신없어서 또 다른 '수납장(?)'을 만들어 '작업대' 옆에 두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등,
(무슨, '종이박스 가구공장 사장'(?)도 아닌데, 그냥 생각나는 대로 폐박스만을 이용해서 만들어보았답니다.)
위, 아래) 2단 수납장(?)
그렇다고 아예 음식을 다 사먹을 수는 없고 하니(제 평편 상),
여기 '5일 장'에 한 번 나갔다가(2, 7일) 산골노파들이 따온 산나물(두릅, 돌미나리 등)을 사와 먹기도 했지만, 채 이틀을 보관할 수 없는 관계로 서둘러 먹어야 했고,
점심 한 끼 정도야 밥을 해서 먹지만(서울에서 내려올 때 약간의 김치를 가져왔는데, 다 떨어져 갑니다.), 나머지는 '가래떡' '라면' '삶은 달걀' 등으로 때우고 있답니다.
위) 여기 5일장에 나가
아래) 장을 봐 이 아파트로 돌아오는 모습
근데요,
장에 가서 이것저것 산 것까지는 좋은데(그러면서 기분낸 것도 좋은데),
사실은 약간 더 사오려고 했는데 가지고 갔던 돈이 다 떨어지드라구요.
그래서 현장에서 아무리 가방 안을 뒤져도 돈이 없기에(호주머니에 있던 돈만으로 물건을 산 뒤),
하는 수 없이 아파트에 돌아와, 혹시 다른 데에 있나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돈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낭패였습니다.
실컷, 여기 생활비를 어느 정도 챙겨왔는데(휴대용 가방에 넣었던 것 같은데),
잃어버린 건지, 서울에서 다른 데에 놔두고 그냥 온 건지(50 : 50 같습니다.),
끝내 돈을 찾지 못하고 말았답니다.
그러니, 그 날만 기분냈을 뿐,
다음 날, 여기 가까운 '농협'에 가서 카드로 돈을 좀 꺼내려고 보니 잔금이 많지 않아서,
정말 '비상금' 정도의 돈 만을 꺼내오긴 했는데,
그 이후론, 아예 '절약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랍니다.
(아, 그 문제 역시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더구나 1 주일을, 갑자기 인터넷도 끊기고(장에 가는 날, 거기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한 번 가 보니, 코로나로 휴관이더라구요.), 세상 뉴스와도 단절된,
그러다 보니 오로지 먹고 자는 것 빼고는, 방 안에서 뭔가를 해야만 했으므로,
위) 무료한 시간엔 하모니카도 불고,
아래) 틈만 나면 일을 하고
그렇게 지내다가, 어차피 서울에 있는 (지금 사용하고 있지 않은)인터넷 비용도 지불하는 상황이라,
여기 현지로 옮겨오는(주소지 변경 신청) 수단을 이용하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그것도 며칠이 걸린다기에 기다리다 보니,
오늘(11일)에야 설치가 돼서,
이렇게 일 주일 만에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 건데요,
근데, 여기 삼척은 구 '삼척역' 앞에 '새벽 번개시장'이 선다고 해서(군산도 그러는데),
거기도 한 번 나가보긴 했는데,
거긴 주로 '수산물' 위주이긴 하던데,
위)요즘 오징어가 잘 안 잡혀 조그만 한 마리에 만 원이라 하고,
아래) 문어도 1kg에 2만 8천원이라 한다.
구경만(사진만 찍고) 하다 입맛만 다시고 돌아왔답니다.
(문어와 오징어 정도는 먹고 싶기도 하더구요.)
위) 결국 인터넷 설치
근데요, 여기는 동해안이지만,
제가 지내는 곳은 시내 안쪽이다 보니, 자그마한 산들로 둘어쌓여 있어서,
아직 바다구경도 못한 상태입니다.
걸어나가야 할 텐데, 걷기엔 상당히 먼 거리고, 제 다리의 '신경통'때문에도 그렇게 많이는 걷지를 못하다 보니,
그저 아파트에 머물며 일이나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보니 오로지 먹고 자는 것 빼고는, 방 안에서 뭔가를 해야만 했으므로,
더구나 인터넷도 없이(TV 뉴스도 없이) 먹통 세상에서 지낸 1주일 동안에, 그래도 일은 좀 한 편입니다.
(새로 계획했던 일의 시작은 해놓았습니다. 제 이번 목표는 그 중, 앞 부분 '한 덩어리'인데,
앞으로도 약 열흘 여 더 머물 터라,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만큼이라도 해놓은 건 저에겐 고무적입니다. 서울에선 일이 잘 안 돼서 애를 태웠었거든요.)
물론 그러기 위해 온 것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깜깜이로 지낸 1주일이 더 소중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인터넷이 생기다 보니,
갑자기 생활이 확 달라져, 일도 안 되고 시간은 시간 대로 쪼들리는 기분이거든요.
첫댓글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잘 됐네요.
가끔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죠.
제가 서울과 고창을 오가며 사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한 번 가보고싶네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요.
여기는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어디에 가서 사시든 자생력이 참 강하십니다.
좋은 일이죠.
저같은 경우에는 그냥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스타일인데 말입니다.
저도 그 생각은 하지요.
웬만하다면, 어디서든 그 상황에 맞춰 살아갈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