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고향 / 수봉배달메, 김상철
자식만은
잘되게 하려, 자기처럼 살지 않게 하려
위만 보고, 닥치는대로 뼈빠지게 일하며,가르쳤단다
골병드는 것도 모르고 자기 인생을 걸었단다
하늘 같은 기대 갖고 삶 전체를 바쳤단다
그 분이 왜 십자가 지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단다
이제야 알았단다, 그분을 알려주지 않고 그러는 건
다 부질없는 짓임을 알았단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자식농사임도 알았단다
걸을 때 왜 발이 땅에 자꾸 붙는지도 알았단다
나이들어 병약해지니
걸을 땐 발이 가다말고 자꾸 땅에 붙으려 한단다
흙이 본향이라 그런단다
마지막 정거장이 너무 빨리 왔단다,
정신 없이 뛰다보니 눈 깝짝할 새 왔단다
쉬고 싶은 때 제대로 쉬지 못하고
먹고 싶은 때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왔단다
"나이들어 병약하면 독약이라도 먹고 죽어야 허는디"
하는, 독거노인
사는 게 너무 고달픈지
이젠 나이의 고향에서 편히 쉬고 싶단다
뼈빠지도록 일만 하다
마지막 정거장만 남은 외짝 가랑잎
억울하지도 않은지, 한 번 가면 영영 못 오는디
정말, 나이의 고향, 영(零)살에서 쉬고 싶은가 보다.
2015. 7/16
위에서,
영(零) : 0(zero).죽음 즉, 태어나기 전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