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 김동출 시 1.금목서 꽃향기
황금색 좁쌀 향주머니
나뭇가지에 조롱조롱
흩날리는 금목서 꽃향기
높푸른 하늘 마을마다 향기롭다
어쩜 이렇게 향기로울까?
어쩜 이렇게 그윽할 수가?
향수보다 더 향기로운
금목서 꽃향기의 신비로움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
천사가 두고 가신
향기 주머니인가?
불의가 정의를 앞서는 지금
금목서 꽃향기 같은
꽃다운 젊은이가 많아지면
정의가 바로 서는 향기나는
세상이 올 테지
만추의 길목
흩날리는 금목서 향기는
향기로운 사람 기다리며
오늘도
이야깃주머니 열어 놓고 있다.
2024-10-13
개암 김동출 시 2. 후회
몸살같이 종종 떠오르는
젊은 시절 교직 생활 회상하면
되돌려 놓고 싶은 잘못
쥐구멍이라도 숨어들 것 같은 부끄러움 산처럼 다가선다
교사도 배우는 어린 학생들도
모두 가난했던 그 시절
나는 사명감만 앞세운 어리석은 교사였다
눈에 티 같은 조그만 잘못
모른 척 넘겼으면 좋았을 것을
눈감았으면 맘 편했을걸
사소한 약속 지키지 못한 일
무슨 속사정 있었을 텐데
왜 친구들 앞에서 눈물 흘리게 하였을까?
사랑 없는 매를 들고 가르친 그 아이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하며 어떻게 살아갈까?
눈물범벅 그 순간도 잊은 채
돌아서서 품에 안기며
꽃처럼 환히 웃던 순박한 그 아이들 참 보고 싶다.
은퇴하여 은둔자로 지내는 요즘
가르치면서 배운(敎學相長) 나의 교직 생활
겸허하게 뒤돌아보니
수많은 어린 학생 그들 모두가 되레 내 삶의 스승이었다.
2024- 05-05
개암 김동출 시 3. 내 삶의 버팀목
70 평생의 인생길
아득한 세월을 회상하면 온통 가시밭길
수많은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예까지 살아 온 내 삶의 기적은
한결같이 나를 지켜 준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배속 피붙이 형제자매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
신앙생활에서 만난 여러 형제자매님
순박한 아내와 함께 일군 가족이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나의 피붙이들은
오뚝이처럼 나를 일으켜 세우고
고향 친구들은
고향의 흙내음을 쉼 없이 나르며 삶의 용기를 주었고
신앙 안의 형제들은
항상 감사하며 끊임없이 기도하게 하였고
내 가족은 삶의 보람과 긍지와 희망을 심어주었다
오늘도 아침 기도 속에
기적 같은 나의 삶의
버팀목과 지렛대가 되어 주었던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2024-10-22
개암 김동출 시 4. 새벽의 수산시장
도시의 아침이 시작되는 이곳
새벽달이 서산에 걸려있는 새벽
갯내가 밀려드는 질퍽거리는 수산시장에는
온갖 수산물 사기 위해
부지런한 시민들 구름처럼 모여든다
제주 바다에서 잡은 생고등어가 은빛 갈치가
연안 바다에서 잡은 아귀가
생선 장수의 나무 도마 위에서
싹둑싹둑 잘려 먹거리로 팔리는
수산시장 새벽 시장은 생동감 넘치는 삶의 체험 현장
아름다운 삶의 숨결이 메아리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싱싱한 제주 갈치 10마리에 만원”
손님을 모으는 상인의 목소리가 소매 끝을 잡는다
활어 골목으로 들어서니
슬금슬금 도망치는 돌문어
월척의 감성돔 펄떡거리는 횟감 농어를 보니
벌써 입안에 군침이 한가득
한참 기웃기웃 구경만 하다가
골목 끝 단골 생선 가게에서
소금 친 구이용 생고등어 한 손 사 들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발걸음 신난다.
2022-04-10
개암 김동출 시 5. 수채화로 그린 하루
빨간 덩굴장미가 돌담장에 누워
푸른 오월 하늘에 미소 짓고
신록의 산 그림자가 바다 위에서 낮잠 자는 날
빛바랜 앨범 속에서 뚝 튀어나온 낯익은 할머니들은
남학생 가슴에 불을 지른 첫사랑일까?
빨간 등대가 내려다보이는
낯선 이름 ‘하늘 카페’에서
반백의 70계단 신사 숙녀가 옹기종기 마주 앉아
저마다 50년 전에 만들었던
비밀 연애의 퍼즐 맞추기 한참이다
주름진 얼굴로 다시 잡은 손끝에서
아직도 짜릿한 우정의 전류가 흐르고
天和園 짜장면 한 그릇에 배부르건만
언제 우리 다시 만나 오늘같이 웃음꽃 피울 수 있을까?
빨간 등대가 건너다뵈는
옥빛 바다 풍경 수채화 그릴 수 있을까.
2022.06.10.
거제시 장승포 1구 등대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