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수에 사랑을 담아 | g1
작성자 : 김영순 01-09-11
9월9일은 우리집 가장의 생일
아이들이 커가니 아빠에 대한 대접도 달라졌다
결혼한 큰애는 아빠 생일상 차려드린다며 지네 집으로 초대를 했고
평소 아빠가 욕심 내시던 DVD도 서로 돈을 합하여 선물로 사놓고
그리고도 성에 안 찾는지 십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천의 올이 내 눈엔 보이지도 않기에 대충하는 방법을 설명했더니만
날짜를 맞추느라 밤잠도 자지 못했다
영문 모르는 아빠는 수 놓는 딸들을 보며 시집갈 나이가 되었나보다며 흡족해 하셨다
큰애 집으로 출발할 아침에 남편 말이 어젯밤 한숨도 자지 않은 둘째가
오늘 언니집갈 때 도저히 일어날것같지 않으니 떼어놓고 가자했다
난 속으로 짐작가는게 있었기에 한사코 깨어서 함께 갈 채비를 시켰다
뒷좌석에 앉은 딸들은 밀린 숙제하듯 아빠 제발 차좀 천천히 몰으시라 부탁하고 수를 놓기 시작했다
막내는 한글 견본이 없는 터라 노트에 바둑판을 그어 손수 글씨를 써서 그걸 보며 수를 놓고
둘째는 카드 견본을 사다가 수를 놓는데
이렇게 더딜 줄 알았더라면 좀더 일찍 서두를 걸하며 조급함 속에서도 날마다 신나했다
틈만나면 수를 놓고 한번 발동이 걸리면 넘재밋다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빈 공간 메우기에 정신을 쏟았다
아이들이 수를 놓는 며칠동안 난 입이 근지러웠지만 참느라 애썼다
딸들이 비밀스럽게 아빠께 선물하고 싶어했기에 입이 싸서 항상 미리 말해 버리던 난
정말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딸들이 처음 십자수 시작할땐 너무도 어설펐고 무슨 글씨 어떤 그림이 되려나했는데
다 완성하여 액자와 카드 안쪽에 넣어 근사하게 만들어서 아빠께 드리니 얼마나 좋아하시던 지...
난생처음 정성 담긴 선물을 받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둘째의 카드도 예쁜 액자에 끼워 막내것과 나란히 놓으니 우리 집 장식선반엔 평생동안 지닐
두 개의 家寶가 새로 생긴 것이다.
젊은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