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gressive Spatial Imagination in the 20th-Century American Novel (20세기 미국 소설에 나타난 위반의 공간적 상상력)』를 집필하신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윤성호(61회)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이 인터뷰를 읽게 될 독자들을 위해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의 교수인 윤성호라고 합니다.
저의 세부 전공은 현대 미국 소설입니다. 박사 학위 때부터 '공간'을 키워드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공간'과 관련된 경험이 미국의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왜 '공간'이 미국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개념일까요?
지리학적으로 주어지는 요건들이 실제로 미국에 이주해온 사람들의 삶을 강력하게 지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부분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이주와 이동, 교외와 도시, 이주민들이 모여 형성한 차이나타운과 같은 ethnic community들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미국 문학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죠. 지리적인 경험은 구체적인 물체적 실체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사고하고 상상하는 방식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지리적인 조건들이 우리의 상상력의 한계를 결정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한국과 일본을 언급할 때 '반도'와 '열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요. 이러한 것들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지배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요즘 남북관계가 완화되며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이는 20세기 초반에는 실제로 가능했던 일이고요. 그러한 측면에서 당시의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던 상상력이 현대 한국의 지식인들의 상상력보다 훨씬 폭넓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Transgressive Spatial Imagination in the 20th-Century American Novel>
에서는 어떠한 것을 말씀하시고자 하셨나요?
이 책은
미국의 '하나로 묶는 억압적인 힘'에 저항하는 생각들이 문학에서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보여주는 책
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인데요, Transgressive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위반의'라는 뜻이 됩니다. 제목을 번역하자면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위반의 공간적 상상력'이 되지요. 도대체 무엇을 'Transgress(위반하다, 넘어서다)'하는가, 즉 무엇을 경계를 허물고 넘어서느냐에 관한 책이지요.
미국의 공식적인 이념 중 '다수이면서 하나(e pluribus unum)'라는 것이 있죠.
다양한 배경, 예컨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가진 사람들을 미국이라는 하나의 개념 아래 묶이게 됩니다.
한 편으로는, 이와 같이 다수를 하나로 묶어내는 힘이 강제적거나 억압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힘이 공간적으로 작용하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지리적인 것들이 단순히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한계를 정하는 역할
도 하게 됩니다. 차이나타운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류 문화에 속하지 못 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스스로 '유폐'되는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강제 이주의 역사에서도 공간이 한계를 정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류 문화가 소수자들을 특정 공간에 가두려고 하는 측면을 통해 살펴 볼 수 있죠. 미국의 원주민들을 reservation area(Indian Reservation Area: 인디언 보호 구역)에 모여 살도록 한 것, 2차 대전 진주만 공습 이후에 약 12만명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강제로 이주를 당한 것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러한 경계를 깨고자 하는 문학적인 상상력들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을 home이라고 부르는 것이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이 사실은 얼마나 인위적이고, 불안정하고, 허구적인 것인지에 대해 밝히는, 즉 미국의 '하나로 묶는 힘에 저항하는 문학적 텍스트'에 관한 것입니다.
'다수이면서 하나'라는 미국의 이념 속에, 사실은 '하나이면서 다수'인 미국의 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는 것
이지요.
이 책은 어떠한 독자들을 위한 책인가요?
기본적으로 연구서 성격의 책이라 다양한 독자에게 다가서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미국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 연구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불어 미국문학이라고 하는 특정 범주를 넘어 외국문학, 한국문학 연구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면 다양한 비교문학적 토론이 촉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출판부에게는 향후 영문 서적 출간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조그마한 시금석 역할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