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CEO 힐링포엠⑬
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Where is my mind?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2년 8월호)
뇌의 골상학적 지도
‘마음(mind)’은 실체가 없다. 심장이나 간, 콩팥처럼 인체를 해부하여 실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 ’마음가짐이 틀렸다’라는 식의 말을 흔히 사용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음이란 신체의 어느 곳에 존재하는 것일까? 학자들은 마음은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들 말한다.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문제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가져왔던 수수께끼와 같았다. 현대인과 옛날 사람의 생각이 크게 다른 것은, 옛날 사람들은 마음을 마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적인 것(tangible) 혹은 물리적인 것(material thing)’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잠을 자는 상태’는 마음이 일시적이나마 몸에서 떠난다고 생각했으며, ‘잠에서 깨는 상태’는 ‘이탈한 혼(broken soul)’이 다시 신체 안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음이란 ‘마음이 영구히 몸에서 떠나는 현상’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BC460년경 그리스 페맄,ㄹ레스 시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우리에게 뇌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사물을 생각할 수 있으며, 기분이 좋거나 나쁜 것을 분별해 낼 수 있다’고 말하여, 마음이 머무는 곳을 ‘뇌(brain)’로 추정했다. 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마음은 심장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다.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이 같은 견해를 정면으로 부정하였다. 즉, 혼이 떠난다고 해서 몸이 기능이 중지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중지하기 때문에 몸이 죽고, 그 결과 마음이 육체에서 떠난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마음을 실체로써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서로 같으며, 이러한 사고방식은 19세기 초까지 계속되었다.
우리들은 마음이 아플 때 가슴을 쓰다듬거나, ‘가슴속에 간직하다’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은 마음이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며, 마음이 인간의 몸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두뇌 과학자들은, 이런 마음의 속성, 즉 감각(senses), 감정(emotions), 이성(reason)은 대부분 두뇌에 있기에, 마음은 두뇌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연구에 관한 탐구가 유전자(Gene) 수준까지 깊이 들어가면서,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진다. 인간의 세포는 약 60조 개로 구성되어 있고, 그 세포핵 속의 유전자 DNA에 모든 유전정보가 들어있고, 그 분량은 책으로 환산하면 30억 개의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 중에서, 우리 몸에서 계속 쉬지 않고 활동하는 유전자는 3%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유전인자는 인간에 고유한 것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 아메바나 식물 그리고 동물 등에도 똑같이 들어있고, 단백질 유전자 즉 유용한 유전자 수도 3만2천 개로 이것은 물고기와 쥐 유전자와도 똑 같은 개수라고 한다. 유전자가 부품화되어 필요에 따라 재조립하여 다른 기능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암시하고 있다. ‘복제 양 둘리’도 그런 원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깊이 들어가면 세포 수준에서부터 마음이 있는 것이고, 또 그 마음 혹은 정신의 근원은 세포의 유전인자에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Agency)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Calculation)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Modula) 즉 마음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마음은 얼굴에도 있다. 그것은 표정이다. 마음은 세포에서 시작한다고 앞서 말했으니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우리의 마음이다. ‘습관적으로 굳어진 상냥한 미소(A tender look)’가 필요해지는 세상이다.
원종섭 박사
“치유의 인문학’ 강사/ 제주대 교수/ 영미시 전공 교육학박사/ Wenatchee Valley College, Washington/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PT 한국시치료연구소 시치료 전문가/
‘치유의 인문학’, Healing Poen 대표, 문화예술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