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매 순간 하느님께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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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9/연중 제5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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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복음 7장 31-37절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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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병자를 낫게 하는 다른 복음들과 오늘 복음을 비교해보면, 오늘 복음의 특이점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이 병자를 치유하실 때는 먼저 병자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물으시고, 병자가 낫기를 원하면 “너의 믿음이 너를 구했다” 혹은 “가라. 그대로 될 것이다”라는 말로 병자를 낫게 하십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여러 단계를 거쳐 치유 기적을 행하십니다. 예수님은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십니다.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십니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시고, “에파타!”, 곧 “열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복잡한 단계를 거쳐 병자를 치유하시는 내용은 오늘 복음 외에는 찾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오늘 복음을 단순한 치유 이야기로 읽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오늘 복음을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닫은 이가 하느님 말씀을 듣고, 입을 열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믿음은 들음에서’ 옵니다(로마 10,17 참조). 우리의 귀는 하느님을 향해 열려 있습니까? 기도와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태도에서, 신앙이 시작됩니다. 귀먹은 이의 귀를 열어주신 주님이, 닫힌 우리의 마음도 열어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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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욱 도미니코 신부(대구대교구)
생활성서 2024년 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