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임택근님의 추천으로 세종시에서 장남들 모니터링에 처음 참가해보았다. 조금 긴장했지만 '자연'이라는 한 가지 관심사를 위해 자리에 모였다고 생각하니 금방 말도 트고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많이 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학부님들과 어린 친구들도 많이 나온 모습을 보았다. 요즘 사람들이 쉽게 관심을 갖지 않는 생태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그 관심사를 응원해주시는 부모님들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너구리의 배설물이다.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은 '분장'이라는 공용화장실의 개념으로 개체들 간의 소통 역할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분들은 모양을 보고 바로 너구리 배설물이라는 것을 아시던데 배설물의 모양, 크기, 내용물로 종과 크기 등을 예측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배설물 사이의 소화되지 않는 은행 씨앗이었다. 강한 독성 때문에 야생동물이 기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너구리가 먹은 수많은 은행의 흔적을 보고 역시 글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물억새가 빽빽한 수변부에서는 멧밭쥐의 둥지를 발견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공 모양으로 엉킨 풀처럼 보이지만 진짜 모습은 내부에서 드러난다. 단면을 보면 가장 바깥은 마른 풀이 얽혀있어 둥지의 형태를 유지하고 중간에는 외부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방수가 되도록 나뭇잎을 넣었으며 가장 속은 부들과 억새를 넣어 보온까지 겸비했다. 인간의 손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정교한 구조물이라 그저 감탄만 나온다.
수변부에는 수달과 삵, 고라니의 배설물도 관찰되었다. 특히 수달의 배설물은 담뱃재와 비슷해 특이하다. 배설물과 그 주변에서 발견되는 물고기 비늘과 조개 패각이 주 먹이원으로 보였다.
수변식물의 줄기에서는 간간히 왕우렁이의 알이 보였다. 열대지방에서 친환경 농사법을 위해 처음 국내에 들여온 종으로 본래는 한국의 겨울을 견디지 못해 생태계 확산 위험이 적었지만 최근 들어 겨울을 견뎌내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겨울이 지났음에도 알이 살아있는걸 보니 생물의 적응력은 정말 대단하다.
왕우렁이 말고도 식물 줄기의 힘을 빌려 겨울을 버티는 생물이 있었다. 줄기 안에 숨어있던 나방류 애벌레인데, 관찰력 좋은 한 친구가 식물 줄기를 부러뜨려 발견했다.
저 멀리 논에서는 큰고니, 기러기, 흑두루미 등 철새와 큰말똥가리가 관찰되었다. 큰고니와 흑두루미는 멸종위기 2급으로 귀하신 몸인데 도심에서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특히 한 쌍의 흑두루미인 장남이와 세종이는 매년 이곳에 찾아오는 0순위 손님이다.
관찰을 하다 보면 비둘기와 기러기들이 갑자스레 푸드덕 거리며 날아오르는 일이 있다. 자세히 보니 큰말똥가리가 사냥하고 있는 듯하다. 맹금류의 사냥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한 번에 수백, 수천 마리가 날아오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모니터링을 마무리하며 돌아가는 길, 나는 마음속으로 참았지만 아이들은 역시 농수로의 얼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나 보다. 돌을 하나씩 주워오더니 다같이 돌을 던졌다. 하지만 아직 날씨가 추워서일까 얼음은 꽁꽁 얼어 끄떡 않았다. 개울의 얼음이 깨질 무렵 다시 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명력이 풍부한 장남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처음 장남들에 왔을 때 도심 속 이토록 환경이 풍부한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논, 농수로, 억새밭 등의 풍부한 자연환경은 양서파충류, 어류, 무척추동물의 천국을 연상시켰고 탄탄한 먹이 기반이 많은 희귀 야생동물들이 좁은 장남들에 모여드는 바탕으로 짐작되었다.
장남들은 국내 최대 금개구리 서식지로 본래 평야라 불릴 정도로 넓었지만 주변이 개발되기 시작하며 지금의 축구장 두 개 남짓한 크기에 이르렀다 한다. 모니터링이 끝나고 참가자분들과 크기 인식의 상대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생태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엔 장남들은 넓기만 한 노는 땅이지만 생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장남들은 작은 땅에 수많은 야생동물이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며 용하게도 살아가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남들을 보존하기 위해 결코 동물들에게 넓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세종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이며 앞으로 모니터링이 더욱 활성화되어 금개구리와 야생동물들의 천국인 장남들이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이상으로 모니터링 후기를 마친다.
첫댓글 멀리 화성시에서 세종까지 와서 감사했습니다^^
과학도로서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길요~~
종종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