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대만 기업 시가총액 상승 한국만 하락 계엄이 폭탄급 악재로 / 12/12(목) / 한겨레 신문
◇ 국내 10대 기업 시가총액-이익 모두 4년새 감소
한·미·일·대만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최근 4년간 시가총액 및 영업이익 증가율 = CEO스코어 제공
최근 4년간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만 시가총액과 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12.3 내란사태의 여파로 다른 나라 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735조 4천억원(약 78조엔)로 2020년 말(842조 9천억원)에 비해 12.7% 감소했다. 2022년 증시에 상장한 탓에 4년 전과 시가총액 비교가 불가능한 LG에너지솔루션과 KB, 신한 등 금융지주사를 제외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등 국내 대표 대형주를 포함한 집계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1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하 각국 통화 기준)은 106.9% 급증했다. 일본은 53.3%, 대만은 82.9% 늘었다. 외국 기업의 주가가 최대 2배가량 뛴 반면 한국 기업만 주가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국내 상위 10대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도 2019년 44조 3천억원에서 지난해 35조 3천억원으로 4년 전에 비해 20.3% 감소했다. 그러나 대만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가 122.8% 늘었고 미국(이하 2020년 대비 올해 연간 실적 결산 기준)과 일본도 각각 119.9%, 116.3%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323조 6000억원으로 2020년 말(483조 6000억원)보다 33.1%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27조 8천억원에서 지난해 6조 6천억원으로 76.4% 줄었다.
한편, 미 애플은 같은 기간에 시가 총액이 59.0%, 영업이익이 85.9% 증가.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시가총액이 55.2%, 영업이익이 123.1% 늘었다.
국내 10대 기업 중 최근 4년간 시가총액이 늘어난 곳은 SK하이닉스(34.9%), 삼성바이오로직스(27.0%), 현대차(11.5%), 기아(46.1%), 고려아연(222.5%) 등 5곳이었다. 경영권 분쟁 여파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고려아연을 제외하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으로 저평가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지금 한국 기업은 그 이상으로 심각한 저성장의 덫에 걸려 있다"며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이은 탄핵 정국은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기업에 폭탄급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