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5.18.(토요일) B9 면 기사 요약.
이재명 재판은 왜 한없이 지연될까?
문재인 정부 때 형사송법 개정 탓과,
판사들의 사명감 부재 때문이다.
이재명(60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이재명표 대장동개발 사건 등 여러 사건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사법 리스크를 지닌 사람이 됐다.
사람들은 그가 하마터면
대통령이 될 뻔했다는 사실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법의 심판이 나오는 순간을 기다리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24년 5월 현재(現在),
이재명은 여전히 거대 야당의 대표이며,
그가 다음 대선에 나온다는 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달 초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 순위에서 37.3%로,
2위인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26.0%)에게
크게 앞서는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민주당이 검찰 독재 프레임을 조직적으로 퍼뜨리면서
이재명이 억울한 희생양으로 보이게 만든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재판이 지연됐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같은 이슈를 반복해서 듣는 데서 피로를 느낀다.
그러니 이재명에게 제기된 혐의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려면
그가 구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죗값에 해당하는 선고가 재판에서 나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자.
도주와 증거인멸 가능성이
이재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았던
박근혜 전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한지 21 만인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1심 선고는 그때부터 1년 뒤인 2018년 4월 6일 있었는데,
여기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이 선고되면서
그녀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이 났다.
그런데 이재명은,
비록 그의 측근들은 여럿 구속 되었을지언정,
구속은 커녕 1심 선고조차 나온 적이 없다.
궁금하지 않은가?
이재명의 재판이 대체 왜 이리 지연되는 것인지?
2022년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내 게시판에
"검수완박" 이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두 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통과됐다.
첫째, 가장 큰 이유가 문재인 정권 때 벌어진
형사소송법 제 312조 개정이다.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가
"검찰에서 내가 그런 진술을 한 적 없다" 라고 하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심문조서"가
재판 증거에서 배제되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검찰에서 범행을 자백했던 피고인도
말을 바꾸면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심문조서가 휴지 조각이 되고,
검찰은 피해자와 목격자 등을 재판정에 출석시켜
원점에서 피고인과 다퉈야 한다.
2020년 1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때만 해도
4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당장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는 바람에
시행일이 2022년 1월로 당겨진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는
이 개정안 시행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한다.
쟁점이 복잡한 사건은,
결정적 물증이 없다면 재판은 종전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선 이 개정안으로 인해
가해자의 조속한 처벌을 바라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며 우려하고 있다.
네티즌들 역시
"이럴 거면 검찰조사는 왜 하냐?" 고 황당해 했지만,
이재면에게는 이 개정안이 신(神)의 한 수가 됐다.
성남FC 사건,
그러니까 이재명이 성남시장 시절
기업 4곳의 인허가 청탁을 해결해 주고
성남FC에 후원금 133억원을 내게 한,
그래서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된
그 사건의 재판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보자.
올해 4월 29일, 검찰은 증인 255명을 추가로 신청한다.
앞서 155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으니,
증인은 모두 410명이나 된다.
법정에서 이 증인들에 대해 신문을 모두 진행하면
수년이 걸리겠지만,
검찰로선 그들 모두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을 비롯해 성남FC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성남시와 기업 사이에 오간 공문과 이메일을
증거로 쓰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자료들을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그 문건과 이메일 작성에 관여한 성남시 공무원과
기업 실무자들을 법정에 세워 증언을 들어야 하게 된 것.
검찰은 “변호인들이 허위일 가능성이 아주 낮은 서류마저
동의해주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관대한 재판부는 “증거 부동의 여부는 피고인의 자유다”라며
피고인 편을 들어줬다.
그러니 성남 FC 사건에서
이재명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대선이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이고,
대법원까지 가서
형이 확정되려면 10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성남FC보다 더 복잡한,
대장동 사건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릴 터,
어쩌면 피고인이 고령으로 사망해
"공소권 없음" 으로 종결될 수도 있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26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했다.
둘째, 판사들의 사명감 부재(不在)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재명은 재판에 불참하는 일이 매우 잦았다.
당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하기도 했고,
지난 단식 때처럼 건강을 이유로 대기도 했다.
이 경우 강제 구인 등의 조치를 고려할 법도 하지만,
판사들은 엄포만 놓았을 뿐
한 번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여기에 유창훈 판사는
국회에서 구속에 동의한 이재명을 온갖 궤변을 동원하며 풀어줬고,
강규태 전 부장판사는 총선을 앞둔 올해 1월 돌연 사표를 내 버린다.
선거 전담 재판부인 형사34부를 담당했던 강규태는
2022년 9월 기소된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책임지고 있었다.
공직선거법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 진행하고,
기소 후 6개월 이내 1심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1년 4개월 동안 사건을 뭉개고 있었던 그의 나태함에 분노가 일지만,
갑자기 사표를 던지는 무책임은 분노할 힘마저 잃게 만든다.
후임 판사가 그간의 재판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총선 전 1심 선고는 물거품이 됐고,
연말 1심 선고마저 불투명한데,
이런 추세라면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게다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했고,
이재명의 차기 당대표 연임도 확정적이니,
제아무리 판사라 할지라도
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기는 두려울 것 같다.
할 수 있는 게 넋두리뿐이니,
다음 말로 글을 마치련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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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개정 2020.2.4] [[시행일 2022.1.1]]
② 삭제 [2020.2.4] [[시행일 2021.1.1]]
③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④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관하여 준용한다.
⑥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작성자의 진술에 따라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07.6.1] [[시행일 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