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散文 이슬 향기 / 淸草배창호 세월의 자국처럼 예전과는 또 다른 일상들이 스멀스멀 휘감겨 오고 있습니다. 꼬리를 무는 생각에 숙면에 들지 못하다 보니 잠을 설치는 날이 차츰 많아진 요즘이지만, 오늘따라 아릿한 여운이 남아도는 까닭은 비록 잡을 수 없는 쳇바퀴 시절 인연에서 봄으로서의 사명이 제 몫을 다하고 녹음이 무성한 초록 동화가 하루가 다르게 펼쳐지는 자연의 장관은 샘처럼 솟아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머무는 은애하는 마음이 사계四季를 그대로 답습하듯 오직 변함없이 우직함을 닮아가고 있기에 향기로운 오늘의 아침이 새삼 의미롭게 와 닿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꽃과 신록을 무성하게 피웠던 오월의 찬란한 영광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立夏와 더불어 이제 소만을 지나 망종으로 향하는 초여름이지만, 밤새 젖은 가녀린 풀잎에 맺힌 윤슬 같은 이 경이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고요한 그리움처럼 황혼 녘에 아직도 숨 쉬고 살아있음에 행복해하는 감사한 아침의 해맑은 이슬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