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을 뿜어내는 메타세쿼이아길.
곧고 푸른 메타세쿼이아를 보는 것만으로도 걷고 싶은 길,
창원 의창구 용호동 옛 도지사관사 앞길이 ‘카페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용지동주민센터 맞은편에 로스터리 카페 ‘sizen’이 들어선 후
하나둘씩 카페가 생겨나 지금은 6개의 카페가 자리를 잡았고, 두 곳도 카페 개업을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고만고만한 메뉴와 인테리어로 도배한 그런 곳이 아니라 저마다 독특한 콘셉트와 특색을 갖고 있다.
주인장들의 이력도 독특하다.
대기업 냉장고 연구원, 희귀 오디오 전문가, 들꽃아티스트, 쇼콜라티에 등
저마다 다른 색깔과 향기를 자신의 카페에 투영한다.
용호동 카페거리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시민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을 비롯한 유명 카페거리에 버금가는 거리를 꿈꾸는 이들 카페의 면면을 소개한다.
수제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 ‘MICA’
쇼콜라티에(수제초콜릿 전문가) 강은숙씨가 초콜릿 카페를 열었다.
옛 도지사관사 잔디밭 맞은편에 자리 잡은 ‘MICA’는 ‘미세스 카카오’라는 그녀의 별칭을 줄인 말이다.
도지사관사 정문을 지나 남산교회쪽으로 담쟁이덩굴 집을 지나면 나오는 미카는
수제초콜릿과 핸드드립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신선한 커피를 제공한다. 수제 레몬티도 일품.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초코퐁듀는 단연 인기메뉴.
창원 중앙동에 있던 초콜릿 공방도 이곳으로 함께 옮겨왔기 때문에 수제초콜릿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배울 수 있다.
강씨는 “지난달 18일에 문을 열었는데 벌써부터 단골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진짜 초콜릿’과 그에 걸맞은 커피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빈티지 오디오의 천국 ‘소리고을’
‘나는 가수다’의 열풍은 진정한 가수와 음악에 대한 목마름 때문일 것이다.
‘ 최고의 소리’를 찾다 결국 아날로그 소리로 회귀한 정성국(51)씨.
빈티지 오디오 전문점을 운영하던 정씨는 부인과 함께 지난해 3월 이곳에 ‘소리고을’을 열었다.
바리스타인 부인이 카페를 맡고 카페 한켠에는 정 사장이 각종 음향기기를 측정하고 수리하는 오디오 작업실이 있다.
카페 내부에는 진귀한 오디오들이 즐비하다.
1910년에 만들어진 축음기를 비롯해 주인장도 직접 세보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희귀 오디오들이 전시돼 있다.
물론 모두 작동된다.
올드팝과 가요를 틀기도 하지만, 스탄게츠를 비롯한 재즈 뮤지션의 노래가 주를 이룬다.
신청곡을 들을 수도 있다.
디지털 음향뿐 아니라 1600여 장의 LP(Long Player)판과 2000장의 CD를 소장하고 있다.
레코드판 한 장에 한 곡의 노래가 들어 있는 SP(Single Player)판도 있다.
핸드드립커피와 브런치가 인기 메뉴.
커피전문가의 진검승부 ‘caffe SIZEN’
일본어로 ‘자연’을 뜻하는 시젠. ‘카페 시젠’은 용호동 카페거리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11월 용지주민센터 맞은편에 가게를 열었다.
주인장 김태경씨는 대한민국에서는 5번째로
미국 커핑 저지(Cupping Judge) 자격을 획득한, 그야말로 커피 전문가다.
직전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비버리지 컨트롤러를 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술과 커피 등
모든 식음료를 책임지는 자리로 바텐더와 소믈리에, 바리스타 등 관련 자격증을 모두 갖고 있다.
시젠은 커피만으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곳이다.
전 세계 15개 나라의 고급 생두를 직수입해 직접 로스팅을 하고, 가장 최상의 맛을 내는 조합을 찾아 블렌딩한다.
김씨는 “좋은 생두를 쓰는데 시럽의 맛으로 덮을 수 없다는 신념 때문에 시럽이 들어가는 커피음료는 팔지 않는다”며
“많은 손님들이 진정한 커피의 맛과 향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직접 원두 볶고 빵 굽는 ‘THE SHABAT’
‘SHABAT’는 ‘쉼’, 즉 휴식을 뜻하는 히브리어.
샤바트는 ‘신선함’을 콘셉트로 잡고 음료와 빵을 직접 만든다.
직접 원두를 볶아서 커피를 만드는 로스터리 카페로
커피는 물론이고 유기농 우리밀 건강빵을 따로 판매하기도 하고 세트 메뉴로도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카프리지 브런치.
치즈와 토마토, 바질, 야채와 우리밀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와 브랜드커피로 구성된다.
수제버거도 인기 메뉴.
LG전자 냉장고 연구실에서 일했던 김병열(35)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7~8년간 전국의 유명 카페를 돌아다니며 ‘내공’을 쌓은 후 지난해 3월 이곳에 카페를 열었다.
김씨는 “뭐니 뭐니 해도 풍광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고 카페거리로 자리 잡는다면 더할나위 없다”며
“서울의 가로수길 못지않은 지역의 명소가 돼 도심의 휴식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리스타·파티시에 남매의 ‘Coffee Cup’
커피와 컵케이크 전문 카페로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강대권(31)씨가 친누나와 의기투합해 차린 곳으로
강씨는 바리스타, 누나는 파티시에로 직접 커피와 컵케이크를 만든다.
카페거리에서 가장 젊은 ‘사장님’인 강씨는 원래 보도사진을 전공한 언론학도였다.
매장은 그야말로 ‘모던&심플’. 카페를 위해 지인들이 직접 그려준 현대미술작품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테이블 간의 간격이 넓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와 피넛 컵케이크 세트. 여고생들이 컵케이크만 사러 오기도 한단다.
강 대표는 “모던빈티지를 콘셉트로 잡았는데 고객들은 갤러리 같다는 말씀을 해주신다”며
“카페거리가 돼 좀 더 많은 시민들의 찾는 휴식공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들꽃향과 예술향이 가득한 ‘갤러리 이강’
들꽃아티스트이자 도예가인 임인애씨가 지난해 7월 문을 연 갤러리 카페. 이강(利江)은 그녀의 아호다.
입구에는 들꽃으로 가득한 정원이 펼쳐져 있고, 카페 안 벽에는 전업화가들의 작품이 늘 전시돼 있다.
매장 안팎에 임씨가 직접 만든 들꽃작품 200여 점이 있고,
직접 구운 도자기도 곳곳에 작품으로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전정·중정·후정 등 정원이 3곳.
직접 인테리어를 했고, 화장실의 세면대도 직접 구운 도자기다.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다.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자는 뜻에서 카페와 같이 운영하고 있다.
커피와 국산차, 주스 등 다양한 음료를 판매한다.
건강차는 모두 수제. 세미나실이 있어 독서모임과 기업체 회의 장소로 인기가 높다.
임인애씨는 “시민과 작가의 거리를 좁히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이 거리가 아티스트와 시민이 공존하는 특색 있고 의미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