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들
작은 불꽃 하나도 산더미
같은 건초를 태워 버릴 수 있다.
파툴 린포체
<내 완벽한 스승님의 말씀>
무지, 욕망, 혐오라는
세 가지 독에 대한 매달림이 고통의
즉각적인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대개 씨앗 하나가 움트기 위해서는
흙과 물과 햇빛의 결합이 필요하듯이
다양한 괴로움은 개개인마다 다른
조건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
많은 조건들은 최근에 와서야
생물학과 뇌신경학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지기 시작한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특수한 경험. 성장 배정과 가정환경,
그리고 그가 몸담고 살아가는
문화의 영향 등에서 일어난다.
그러한 요인들을 각자의 삶 속의
흙. 물. 햇빛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많은 아시아 문화권
에서 늙음은 존경의 상징이다.
오래 산 삶은 경험이 주는
지혜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내가 방문한 서양 문화권
대부분에서는 늙음이 상실과
허약과 뒤떨어짐을 상징했다.
한편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낸 인도에서는
커다란 배, 둥근 얼굴,
두세 겹의 턱을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반면에
서양 문화권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같은 신체특징을 종종 매력 없고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문화권에서는 사회적 위치가
강함과 약함의 표시로 여겨지며,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가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붓다는 크샤트리아
무사 계급에서 태어나
그 시대 인도 사회의 많은 이들
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여러
가지 특권들을 누리며 자랐다.
신분과 특권을 포기함으로써
그는 가정환경과 사회적 조건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는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가?
그는 단지 걸어 나왔을 뿐이다.
모든 특권을 뒤로 하고 떠났을 때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를 묶고 있는
기대들로부터 풀려난 해방감을
느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때로는 드러나지 않게 혹은 대놓고
서로 비교당한다는 말을 나는 들었다.
최근 캐나다에서 만난 한
남자가 그 상황을 들려주었다.
''장남인 제 형은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어요.
말 그대로 '골든 보이' 였죠
아버지의 눈에 형은
잘못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아버지는 형에게 야구공 던지는 법.
자동차 엔진 수리하는 법,
보트 조종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내가 그런것들을 배울 때가 되었을 때
아버지는 자주 얼굴을 찌푸리시곤 했죠
'넌 왜 형만큼 똑똑하지 못하니?
넌 절대로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운이 좋았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늘 어머니가 뒤에 계시면서 내가 다른
면에선 똑똑하다고 말해 주셨거든요.
어머니는 말씀하시곤 했어요.
'넌 뛰어난 수학적 두뇌를 가졌어.'
결국 나는 성공적인 세무 회계사가
되었고, 반면에 형은
자동차 수리공이 되었어요.
밖에서 보면 나는 형보다
훨씬 안락한 삶을 살고 있죠.
돈 잘 버는 직업에 큰 집.
좋은 자동차 두 대.
딸들을 피아노학원과
무용학원에 보낼 수 있는 능력..
하지만 난 열등하다는 기분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어요.
직장과 가족을 위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어렸을 때 절대로 될 수 없었던
'골든 보이' 가 되기
위한 노력일 수밖에 없어요.
나는 형을 사랑하고 우린 매우
잘 지내요. 하지만 여전히 형에게
작은 질투를 느끼고
그 질투는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곤 하죠.
직장 상사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 늘 고심하며
다른 직원이 나보다 업무를
더 빨리 또는 더 효과적으로 끝내면
어쩌나하고 염려하는 거예요.
그래서 종종 더 늦게까지 근무하며,
그것은 곧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줄어들을 의미하죠
경제적으로 가족을 잘 부양하면서도
혹시 내가 정신적으로는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끊어져
있지나 않나 하는 의문을 늘 갖죠
형은 저녁 5시에 정시 퇴근해서
가끔씩 집으로 피자를 사 들고 와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 그램을
보려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요.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죠.
무엇을 하든 나는 형만큼 성공하고
행복하고 만족하지 못할거라는
기분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얼마큼 노력하든 간에 난 결코
충분히 잘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남자가 자신 안의 질투심을
자각하고 결코 충분히 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분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고통의 원인과 조건을 그렇게
직접 바라보는 일은, 피할 수 없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한계를
뛰어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사회적 배경과 가정환경 외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도
자기자신과 자신이 경험하는 일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건 지울 수 있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나 애인 또는 자녀들과
논쟁을 하면서 밤을 새우거나
실연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그 경험이 자기 자신과 주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백했다.
또 어떤 이들은 최근에 만난
소울메이트 덕분에 혹은 늘 원했던
직장을 얻었거나
꿈같은 집을 계약하게 되어
매우 긍정적인 얼굴을 하고서
나와의 개인 면담실로 들어오곤 했다.
이런 대화들을 통해 나는 붓다가 말한
'두 번째 고귀한 진리' 를 여러 면
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붙잡음이든 고착화든 갈증이든
이것들은 무상이라는 삶의
근본 조건에 대한 즉각적이고
종종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심리학 분야에서 일하는 나의 친구
들은 그것을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자아가 자신의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모든 범위의 정신적 전략.
합리적인 적응에 실패했을 때
자아가 쓰게 되는 불합리한 적응 수단,
도피. 또는 일종의 자기기만)
사실 '집착' 또는
'붙잡음' 같은 단어만으로는
이 메커니즘 밑바닥에 깔린 복잡한
심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이 자기방어 매커니즘은
희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일종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행동이라고 설명하면 맞을 것이다.
변화될 것이라는,아니면 동일하게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 또는 두려움이다.
때로 우리는 어느
한쪽방향으로 내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양극단 사이에 갇혀
어쩔 줄 몰라한다.
대중 강연과 개인 면담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집착을
버릴 수 있을까요? 희망과 두려움을
어떻게하면 내려놓을 수 있나요?"
답은 간단하다. "노력하지 말기."
왜인가? 우리가 무엇인가를 제거하려고
노력할 때 그것은 희망과 두려움을
단지 강화시키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조건, 감정,
신체적인 느낌 등을 적으로 대한다면
이는 그것들을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저항하면서
동시에 굴복하게 되는 것이다.
붓다가 제안한 중도는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단지
바라보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화가 난다. 나는 질투가 난다.
나는 피곤하다. 나는 두렵다....'
그것들을 바라볼 때 당신은
그것들이 처음에 보였던 만큼
그렇게 고정되고 견고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무상에는 이점이 존재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희망과 두려움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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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기초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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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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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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