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회 최화수
시집 출간.
"바람을 땋다."
ㅡ고요 아침 출판사

● 바람을 땋다
시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
제1부 길잡이별 등을 켜네
제2부 아금바른 풀꽃 좀 봐
제3부 하늘자락 휙, 가르며
제4부 누구라 흉내 낼가요.
1 또 다른 나를 찾아.
2 동심은 나의 재산.
3 가난을 고이 닦다.
4 사랑으로 버무린 시.
5 나의 시에 바라다.
■
아버지, 우리 아버지 여간 언제 오셨나요
섬진강 벗꽃 구경 저 먼저 오셨네요
다정희 육남매 끼고 산 둔덕에 앉으셨네요.
가난이 감꽃처럼 지천으로 피던 유년
쇠스랑도 지쳐 누운 산비탈 여섯 배미
아버지 질박한 꿈도 다랑다랑 자랐네요
한 말들이 두레박으로 수 없이 퍼 올린 달
어깨 걸어 두렁 되고 품 열어 물길을 튼
아버지, 그 젖은 달도 한달음에 왔네요.
<< 다랑논, 봄나들이 >>
■■
어스름 내린 둑에 길잡이별 등을 켜네
꽃잎 다 이울고 뼈만 남은 대궁을 보다
할머니 휘인 허리가 연못 물에 얼비쳐...
오일장 불볓에도 술떡 몇 솥 떨이 하고
월사금 빼곡 채워 어린 손에 쥐어 주던
그 낡은 두루주머니 대궁 끝에 걸렸네
가난도 고이 가꾸면 별처럼 빛이 날까
별보다 더 먼저 와 유학 간 손녀 기다리던
늦저녁, 두루주머니 동구 밖에 서 있네.
<< 연 밥 >>
■■■
들일 나간 엄마 얼굴 글 고랑에 불쑥불쑥
하던 숙제 밀쳐 두고 서툰 저녁 짓는다
언제쯤 밥이 익을가 아궁이불 다그치며
맵싸한 연기 몽실몽실 솥뚜껑을 탈출한다
소녀의 울음보 달래려 서둘러 핀 다홍 분꽃
엄마는 그 꽃빛에 젖어 토닥여주며 "괜찮아"
<< 괜찮아 >>
■■■■
연두빛 아기벌레
동그마한 이파리에
콕 콕 콕 잇 자국 내며
점 점 점 그려가요
누구라 흉내 낼가요
아기벌레 첫 그림
<< 첫그림 >>

최 화 수
동시조집
파프리카 사루우스 ㅡ청개구리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