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엄청나게 춥다
산바람이 사납게 불고 전깃줄에서 우웅 소리가 난다
소나무가 기웃둥거리고 샘둥치에 있던 프라스틱 세수 대야가 보이지 않는다
사과농사를 짓는이웃집" 지박사" 내외가 털모자를 깊숙히 눌러 쓰고 사과나무에 거름을 주고 있다
살다보면 호칭 때문에 애메 할 때가 있는데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에게 사장이란 호칭은
가당치도 않는 말이고 그렇다고 ** 씨하고 부르면 거리감을 두는것 같고
그런데 이 지박사는 성은 지씨고 농사에 대 해서 많이 알고 무엇보다 내가 부탁하면
농기계 고장 난것도 쉽게 고쳐주어서 " 지박사" 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지박사가 지금도 담배를 피우고 술도 잘 한다
부인은 늘 웃고 인심이 좋고 후 하다
두 내외가 억척이라 밭농사도 잘 짓고 사과농사도 잘 짓는다
" 아이구 ! 수고하시네요 날씨가 추운데 집에서 쉬지"
나도 눈도 오고 날씨도 춥고 산짐승이 먹이가 없어 걱정이 되어 식구 몰래 콩 고구마를 가지고
와서 산밑 밭에다 뿌리고 나서 지박사에게 인사말을 했다
마침 쉬고 싶음 참에 잘 오셨다면서 자기집 비닐하우스로 안내한다
털모자로 바지를 툭툭 털면서 " 감사의 거름"을 주고 있다고한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고 물으니
작년에 사과농사가 잘 되어 고마워서 거름을 듬뿍 주고 있단다
가히 농부의 범본(範本)이며 자연을 사랑하는 혜연(惠然)의 바탕이다
하긴 나도 작년에 고추가 얼마나 많이 잘 달렸는지 어느날 고추밭을 보니
고추가 한 방향으로 기우러져 있다 가서 보니 고추가 너무 많이 달려서
고추지추대가 감당을 못해 쓰러진거다 믿거나 말거나 11월 10까지 땃다
늦가을 까지 달려서 여기저기 연락해서 김장떄 쓰라고 제법 굵은 풋고추를
여러사람이 와서 따 가고 멀리있는 지인에게는 택배로 부쳤다
그떄 나는 사실 고추에게 많이 미안했다
너무 혹사를 시킨것 같고 고추피(血)를 많이 빨아 먹은것 같았다
막걸리를 고추밭에 뿌리면서 위로와 감사의 말을 했다
사과처럼 아름다운 별 / 임의진
붉은 사과를 보면 누군가에게 먼저 "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얼굴을 붉힌 일들을 뉘우친다
푸른 청사과를 보면 젊어서 설쳤던 일들을 또 사과하고 싶다
촐싹대며 살다가 잘못한 일이 많지
사과를 보면 쪼개서 나눠 먹을 걸
나누지 못한 욕심들도 자꾸 목에 걸린다
... ...
... .... ..
꽃을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 누가 가장 행복할까
정답은 엉뚱하게도 꽃을 판 꽃집 주인
.... ...
우리는 사과나무가 있는 별에서
사과를 먹는 사람으로 살고있다
사과를 먹으려면 그린벨트 녹지가 꼭 필요하고
사과밭엔 " 모두의 행복"이 같이 열린다
가끔 아궁지에 불을 지필떄가 있다
늙고 병든 사과나무 장작으로 불을 떄다 보면
아궁지 속에서 타다탁 타다닥 팝콘 튀는 소리가 난다
불꽃은 파랗고 하늘거린다 춤으로 치면 회파신(廻波身)이고
클래식 음악으로 치면 베토벤 비창소나타 2악장 같다
겨울사과나무를 보면 역도선수 장미란을 보는것 같다 굵은 팔로 용을 쓰며
겨울산을 기합소리와 함게 번쩍 들어 올리고 겨울 하늘을 응시한다
그리고 가식없는 겨울 나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재작년인가 ?
그 해 6월에 갑자기 폭우와 폭풍과 우박이 떨어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모든 농작물이 아작이 났다
고추가 제법 튼실하게 자라고
사과가 마치 크리스마스등 처럼 빛나고 있을 떄
사과밭에 우박이 콩알 처럼 깔렸다
지박사는 1차 접과를 마치고 이웃 농부들하고 동해안으로 회 먹으러 가고
그날 나는 지박사 부인이 실성한 줄 알았다
우박이 쌓인 사과밭을 소리소리 지르며 통곡을 하다가
우리집에 와서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다가
우박을 손으로 집어서 먹는다
동해안으로 회 먹으러간 지박사가 술에 쩔어서 왔다
그날 밤 사과나무 밭에 뜬 달도 술에 쩔어서 울었다
그해 사과나무는 심한 몸살을 알았다
다음날 비닐하우스에서 지박사 내외와 라면국물에 찬 밥을 말아먹고 나서
"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 " 라는 말을 했다
" 수고들 하셔! 갑니다"
지박사 내외가 털모자를 쓰고 일 할 준비를 한다
거름포대를 손수레에 실고
겨울사과나무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