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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다윗과 골리앗-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어떻습니까? 이제 저희 윈도우즈를 채택할 계획을 세웠겠지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장 빌 게이츠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IBM시스템부 부장인 빌 로우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천만에요. 우리는 당신들의 읜도우즈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의 윈도우즈가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저희 소프
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빌 게이츠는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컴퓨터 대형회사들이 자신이 만든 윈도우즈를 자사
컴퓨터에 장착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데 유독 IBM만이 거부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윈도우즈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니까
요."
"아니. 당신들이 개발한다 구요? 정말 우습군요. 두고 보십시오. 당신들은 개발하지 못해
서 제 방으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게 될 테니까요. 그때 오늘 받은 수모를 모두 돌려드리겠
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윈도우즈는 당신들의 제품보다 2년 정도 앞선 기술력이란 말입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개발한 윈도우즈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윈도우즈를 거부한
IBM의 결정을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즈를 개발하기 위해서 걸
린 많은 시간과 고통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의 24명의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가 3년 동안 무려 11만 시간을 쉬지 않고 개발한 땀의 결실이었다.
그리고 시중에 판매하기 위해서 네 명의 제품 매니저와 세 명의 개발부장이 바뀌는 진통 또한
겪어야 했다. 이러한 제품을 IBM에서 거부한다는 것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볼 수밖
에 없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초보단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네트워크
분야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 IBM은 당시들보다 더 많은 전문적인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하하하,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에 관한 한 저희마이크로소프트가 IBM보다는 더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MS-DOS를 우리가 개발해서 당신들에게 제공하여 IBM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었다는 사실을 설마 잊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두 사람은 서로 지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토론을 벌였다. 장장 두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로우는 게이츠에게 양보를 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윈도우즈를 우리 회사 제품에 맞게 개량해 주십시오. 그러
면 되겠지요?"
"그렇다면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빌 게이츠로서는 자신의 직원들이 고생하며 만든 윈도우즈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순간이
었다. 모든 컴퓨터회사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윈도우즈를 사용하게 되는 아주 숨가쁜 순간
말이다. IBM은 1930년대부터 컴퓨터 업계를 이끌어 왔을 뿐만 아니라 70년대 말부터 80년
대 초에 정보의 수집, 처리, 전달을 기초로 해서 지속적이 성장을 해온 전체 시장의 70퍼센
트를 점유하고 있는 컴퓨터 전문 업체이다.
IBM이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계는 전세계 모든 컴퓨터 생산업체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애플사를 제외한 모든 컴퓨터가 IBM 호환용으로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그 기술력과 영향력이
광범위하다. 그리고 전세계에 지사가 있으며, 컴퓨터 본체에 관한 한 세계 최대 기업으로
어느 기업도 IBM에 도전장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이다.
이러한 IBM에 거세게 도전하는 기업이 바로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라는 컴퓨터 천재에 의해서 성장한 기업으로 그는 하버드대학
재학시절부터 컴퓨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75년 2월 하버드 대학생인 그에게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빌, 나 폴이야. 우리의 시험이 성공했어. 너의 베이식은 아주 성공적으로 작동했어."
"저, 정말이야? 야 대성공이다!"
앨버커키에서 걸려 온 폴의 전화에 빌은 너무나 기뻐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기업의 프로
그래머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아직 학생인 빌이 동료들과 함께 마이크로컴퓨터 업계에 커다
란 충격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디스크대신 천공카드를 사용하던 시기였기에 빌
이 개발한 베이식은 회계나 통계 분야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 개발의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빌의 베이식은 이후 6년 동안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을 지배하는 놀라운 성
과를 올렸다.
이에 힘입은 빌은 동료 앨런과 함께 1975년 뉴 멕시코 주의 앨버커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게 된다. 이렇게 컴퓨터 산업이 발달할 무렵 IBM은 1980년 드디어
마이크로컴퓨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IBM의 이 계획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만남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IBM이 컴퓨터업계에서의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하지?"
"시질적으로 우리가 마이크로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
다."
"그 이유는?"
IBM의 경영진들은 시스템부의 실험실 실장 빌 로우의 말에 의아해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윌 IBM의 규모가 너무 거대해서 철저한 품질 확인절차를 고려해
볼 때, 디자인에서부터 완제품까지는 적어도 4년이 걸립니다. 그러나 컴퓨터시장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체적인 개발은 무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로우 실장의 말에 당황한 경영진은 침통한 얼굴로 질문하였다.
"현재 컴퓨터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애플사입니다. 이 회사는 독자적인 소
프트웨어 개발업자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함으로써 빠르게 변하는 컴퓨터시장에서 지
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IBM도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내에 뛰어난 인재들을 선발하여 개발팀을 구성한다면 보다 빨리 컴퓨터시장
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우 실장의 제안은 파격적이긴 했지만 반복된 설명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경영진들을 이
해시켰고, 곧바로 실행되기에 이르렀다. 잭 샘슨을 중심으로 새로이 구성된 개발팀은 다른
컴퓨터회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실장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
습니다."
"그래?"
"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애플2, 탠디 TRS-80, 코모도어 PET 등의 기종에서 마이크로 베
이식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거의 표준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전문적 지식
은 마이크로컴퓨터용 언어분야에서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IBM개발팀을 긴
장시켜 자신들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되어졌다. 그 후 IBM은 마이크로소프
트사를 직접 방문하여 빌 게이츠와의 몇 번의 만남을 거쳐 1980년 11월 6일 마침내 연간수
입 280억 달러의 거인 IBM은 총수입 수백만 달러 정도의 조그만 회사의 25세 밖에 되지 않
은 사장과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것은 빌 게이츠에게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사건이었다.
IBM은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계 시스템을 개발해 줄 것을 제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SCP에서 근무하던 페터슨이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DOS의 연구에 들어갔다. 그리고
1981년 팀 패터슨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으로 고용함으로써 그의 DOS 소유권을 사게 되었
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래머들은 IBM의 감사관들의 감시를 받으며 연구실에서 나올 수
없었다. 그들은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계획은 해를 넘겼고 마이크로소
프트사의 직원도 백 명으로 늘어낫다. 그 중 35명이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거 너무 힘들군.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리고 이렇게 감시를 당하는 것
도 기분이 나빠."
앨런은 게이츠에게 짜증스런 말투로 말을 건넸다.
"앨런, 너무 짜증내지 말게.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리고 우리 마이크로소프트도 명성을 날리게 될 거야. 두고 보라고."
게이츠는 앨런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사실 그도 힘은 들지만 이 계획이 성공리에 끝나고
난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들의 열정과 신념은 마
침내 1981년 7월에 MS-DOS 1.0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 시스템은 IBM의 철저한 제품 평
가과정을 거쳐 아주 뛰어난 제품으로 평가를 받게 되었고 IBM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NS-DOS를 공식적인 자사 운영체계로 받아들여 IBM PC의 공식 시스템이 되었다.
이제 빌 게이츠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일만 남아 있었다. IBM은 공식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시장 진출을 발표하였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MS-DOS를 장착한 컴퓨터를 시판하기
시작하였다.
이 프로그램으로 IBM은 하루아침에 개인용 컴퓨터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
었고 컴퓨터산업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없었다면 IBM은 지금의 자
리에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대사건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최고였다. 기존의 복잡한 운영
체계를 하나의 디렉토리로 명령하고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간단하여 모두들
MS-DOS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봐 앨런, MS-DOS에 호환성을 주는 일이 필요할 것 같아."
"그건 왜지, 게이츠?"
"응, 지금의 반응이라면 IBM 외에도 많은 컴퓨터회사들이 우리가 개발한 운영체계를 사
용할 것 같다. 모든 컴퓨터에서 우리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멋진가."
게이츠의 판단은 너무나도 정확한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들은 다시 MS-DOS
를 보완하기 위해서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하여 MS-DOS 하에서 작성된 프로그램들은
MS-DOS를 운영체계로 하는 어떤 기기에서도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호환성을 가지게 됐
다. 이러한 변화가 주어지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백 명의 업자들에게 자사의 DOS를 팔 수
있게 되어 엄청난 수익을 가져왔다. 그리고 MS-DOS의 운영체계는 모든 컴퓨터의 표준이
되었으며, 아울러 IBM컴퓨터 역시 모든 컴퓨터의 표준이 되는 성과를 올리게 되었다.
빌 게이츠는 약관 31세의 나이에 개인재산 12억 5천만 달러라고 하는 엄청난 부자로서 컴퓨터
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아마 개발 착수 당시 팀 패터슨이 게이츠에게 DOS를 팔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운명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빌 게이츠는 애플사의 매킨토
시 베이식을 개발하여 애플사가 IBM에 맞설 수 잇는 컴퓨터를 가지게 해주었으며 다양한
사무처리기능을 가진 액셀을 개발함으로써 소프트웨어에서 경쟁 대상이었던 로터스를 제압
하게 되었다.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로 올라서
게 되었다.
1986년 말, 빌 게이츠는[PC매거진]이 제정한, '우수 기수' 부문에서 특별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보통 소프트웨어 제품에 수여되는 것이 관례라서 개인에게 준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한 번만 예외적으로, 그가 쌓은 전체적인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게이츠에게 상을 내
린 것이다. 빌 게이츠의 윈도우즈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IBM측으로부터 대단한
만족으로 얻어낸, 두 회사 공동의 멋진 작품이었다. 윈도우즈 역시 MS-DOS처럼 모든 개인용
컴퓨터에 장착되어 많은 전문가와 PC 애호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한 젊은이의 끝없는 상상력과 연구의지가 보여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아울러 25세의 젊은이를 흔쾌히 동반자로 인정한 IBM의
선견지명 또한 그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현재 컴퓨터 시장은
거의 IBM, 애플이라는 컴퓨터 회사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양분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첨단 과학의 세계. 조금만 늦어도 뒤떨어지는 치열한 경쟁으로 보다
더 빠르고 좋은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은 영원한
맞수이며 동반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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