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보니 강원도의 어떤 영농조합에서 중국산 양배추를 망갈이 등의 수법으로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고랭지 채소로 둔갑시켜 국내 판매 해 왔다고 하고, 또 소셜커머스에서 주문한 제주산 미니 찰옥수수가 알고 보니 전혀 엉뚱한 원산지라는 것도 적발되었다고 하네요. 며칠 전에는 중국산 소금을 포대갈이 하여 수억 원을 챙긴 일당을 붙잡았다고 했었지요?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여러분들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부 중의 한 명으로서 도시소비자 여러분들께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비단 이런 사건들이 어제오늘뿐만이 아닙니다만, 위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조금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요, ‘돈에 환장했다’입니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기에 돈에 환장하여 세상을 속이고 심지어는 타인을 죽이기까지 하나요? 돈은 우리들을 편리하게 합니다. 우리의 눈과 귀와 코, 감촉, 혀 등의 감각기관을 쾌락으로 이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때로는 돈은 병들거나 굶주린 사람을 구해주기도 합니다. 원수 같은 돈이기도 하지만 이로운 점도 있으니 이로운 일만 하라고 해서 세상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저를 비롯하여 여러분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돈에 환장한 것은 마찬가지에요. 오늘 제 트위터(@terpan9)를 보니 제주강정마을 구럼비바위를 폭파하는 건설회사가 삼성물산인데, 관계회사인 삼성카드를 해지했다는 것을 자랑하는 트친들이 많더군요. 물론 그들의 소신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저는 과연 그들에게 되묻고 싶네요.
“당신은 삼성카드 측에서 해지를 안 하는 조건으로 100만원쯤 준다면 그래도 해지하겠습니까?”
“그렇게 미워하는 삼성물산 측에서 당신(혹은 당신의 자녀)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한다면 그래도 삼성물산을 미워하겠습니까”?
아마 이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저에게는 하찮은 유혹입니다. 적어도 저는 자신이 있으니까 이런 글도 쓰는 겁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먼저 자기를 바꾸어야 합니다. 자신이 먼저 바뀌고 나서 먼저 실천하면 남도 그것에 감동을 받아서 움직입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못마땅하고 옆에 있는 사람이 내 맘에 안 든다고 세상과 상대방을 바꾸려 해서는 도저히 바꿔지지 않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사건에 대해서 대단히 못마땅하다고 해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여러분이나 농어민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나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어떻게 바뀌면 모두에게 좋을지 딱 2가지만 추천해봅니다.
첫째로 자신이 돈에 현혹되어 좌우되는 사람인지, 아니면 돈보다는 더욱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를 점검해봐야 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잘하다가 귀농한 지인들을 보면, 소득은 1/5로 이하로 줄었고, 하는 일은 훨씬 고되고 지저분하지만 직장에서 남의 종살이를 하면서 끌려 사느니 차라리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로서의 삶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니까 이곳의 고단함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우리 농부들도 돈이 전혀 필요 없는 인간은 아닌지라 가끔씩 고성능 농기계와 재배한 것을 오래 신선하게 저장할 수 있는 저온저장고를 볼 때마다 돈이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그것을 사기 위해서는 부모를 졸라 돈을 조달해달라거나 빚을 얻어서 산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그저 내가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야겠다든지, 아니면 남이 버린 것을 고쳐 쓰려고 합니다.
둘째로는 자기 점검을 마쳤으면 자기가 현재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면 됩니다. 자기가 가진 능력은 10밖에 안되면서 100을 가진 사람이 이룰 수 있는 결과물을 탐내서는 안됩니다. 공부는 하루에 1시간밖에 안 하는 학생이 서울대학교를 가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주제파악을 못하는 것이요, 그런 욕심은 고통만 가져옵니다. 월 소득이 200만원인 사람이 최신형자동차에 관심을 갖거나, 소득도 없는 대학생이 명품액세서리를 갖고 싶어하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는 게 못마땅하다면 삼성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4대강공사를 강행하는 현정부가 못마땅하다면 그들이 어떤 공약으로 회유를 하려 해도 투표를 안 해주면 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매우 못마땅한 편입니다. 대표적인 가전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예를 들면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이니, 굳이 따질 것 없이 내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될 것만 골라서 구매하자고 한다면, 나의 작은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데 전혀 보탬이 안됩니다. 이 두 기업을 보는 관점이 우리들 각자마다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세상에 보다 더 해악을 더 끼치고 비열한 기업은 약간의 판단력만으로도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해를 입히는 A회사의 것이 가격이 싸고 디자인도 쏙 들어오더라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됩니다.
또 한가지 예를 들면요, 요즘 기름값이 기록을 경신하면서 모든 경제지표가 이에 연동하여 위축되고 있지요? 이쯤 되었으면 자가용은 곱게 모셔두는 게 최선입니다. 굳이 운행을 해야 한다면 절대적으로 에코드라이빙을 해야 할 것입니다. 급출발, 급제동, 급가속을 피하고, 국도에서는 시속60Km/h, 고속도로에서는 시속75km/h전후로 정속 주행하면 연비가 20%이상 올라갑니다. 철저히 이렇게 운전했더니 제 트럭은 공인연비보다 40%쯤 연비가 향상되더군요. 가급적 자가용 운행을 안 한다, 연비운전을 한다, 연비 좋은 차를 선택한다, 뼝연비로 고객을 속이고 국내용으로 쿠킹호일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차는 구입하지 않는다…이런 정도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대기업을 능히 길들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바꾸려면 당장의 나의 이익을 포기해야 합니다. 나의 이익도 챙기면서 세상을 바꾸려는 것은 마치 쥐가 사람이 되어서 고양이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의 나의 이익을 포기한다는 것! 이것은 그 동안 길들여진 그릇된 습관을 고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굳이 이해득실을 따지자면 오로지 흑자가 될 뿐 절대로 손해 날 것이 없겠지요? 우리의 마음(습관) 하나 살짝 바꿨을 뿐인데도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서두에서 말한 사기사건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어서 유통되는지, 소금은 또 어느 곳에서 어떤 원리로 결정(結晶) 되고, 그것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어떻게 작용하는지 공부하면 됩니다. 명품백과 자동차 한대 사려고 해도 몇 달을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와 건강을 좌우하는 먹거리에 대한 연구는 왜 그렇게 게으릅니까?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주말이면 자동차에 태워 마트 쇼핑이나 놀이동산에 다니는 것 보다는, 버스 타고 걸어서 주말농장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비용적, 교육적 측면에서 훨씬 이롭습니다. 조금만 머리를 더 굴려서, 코앞의 쾌락을 쫓지 말고, 길게 보아 이익이 될 것만 골라서 선택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