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이 우리 딸을 책임져야 합니다. 오갈데 없는 우리 애들에게 정읍시에서 그만한 일을 맡겨야 합니다.
정읍시청팀에 입단하려고 대학을 포기하고 수능도 보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쫓아내면 되느냐"
전북 정읍시가 최근 핸드볼팀 해체 결정을 내린 가운데 한달전 훈련에 합류한 여고 졸업예정자들의 학부모들이
3일 정읍시청을 항의방문한 자리엔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핸드볼팀을 운영하고 있는 초중고 교장과 감독 및 정읍시핸드볼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부시장 집무실을 찾았다.
김생기 시장은 서울 출장 중이어서 김 부시장이 대신 대면했다.
이날 학부모들의 항의 방문은 김생기 정읍시장이 지난달 30일 창단 20여년 된 검도팀과
3살 박이 핸드볼팀의 동시 해체 결정에 대한 첫 입장 표출이다.
예비 신인선수인 정읍여고 김믿음, 손은순, 유현주, 조은아, 한은정과 서울정신여고 최다래 등 6명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정읍시청팀 입단만 믿고 훈련에 합류는 했지만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고만 것을 따졌다.
이와 관련 정읍시는 선수이적동의서는 감독과 선수 및 선수 학부모간에 작성한 것이고,
입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이기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선수 학부모들은 "스카우트 시즌이 훨씬 지난 후 이제 와서 하루아침에 이런 결정을 내리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한탄했다.
학부모들은 "정읍시청팀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야무진 꿈을 품고 왔는데 입단도 하기 전에 쫓겨나야 하다니…,
어린 학생들에게 꿈을 먹게 해주고 정읍에서 운동하면서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대안도 못주고 버린다면 어쩌란 말이나"라고 하소연했다.
오래전부터 핸드볼팀을 운영하고 있는 정읍여고 김성봉, 정읍정일여중 최병상,
정읍서초등학교 박종문 교장들의 거센 항의도 이어졌다.
또한 "이제 막 훈련에 열중해야 할 중학생들마저 앞날을 걱정하며 운동을 포기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해체 결정을 앞당겼더라면 다른 팀으로 스카우트됐을 텐데 정읍시의 막연한 회피로 어린학생들의 진로가 막막하게 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감독들 또한 "50여년 역사와 대한민국 핸드볼의 기둥이 됐던 정읍이 핸드볼을 어떻게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을 하는 것은 체육밖에 없다.
무책임하게 두 팀 모두 해체하는 것은 한 팀을 운영하라고 조례를 개정한 의회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라면서 명분론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김영길 부시장의 대답은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 부시장은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는 자치단체 관공서에 협조 공문을 띄워 선수들을 받아달라는
협조 공문을 띄울 예정이라면서 다른 팀에서 선수들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듣고 있던 한 학부모는 "부시장님을 지금 당장 다른 곳에서 가서 근무하라면 근무하겠느냐.
이것은 다른 팀에 떠안기려는 행위"라며
"스카우트 시즌이 모두 마무리되고 비인기종목이다보니 추가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김 부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재정이 전북 꼴찌로 실업팀을 안고 갈 형편이 못되고 해체 결정을 연장해야할 여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오늘 도체육회에서 한팀 존치라는 중재안을 마련하면 깊게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감독들은 "3일 오후 전북도체육회와 정읍핸드볼협회 관계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한 중재 회의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나오는 결과를 놓고 어느 한 팀을 운영토록 결정하게 되면 이에 대해 정읍시가 재고해야 한다."며
"이것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장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물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들 항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2시20분께까지 계속됐고 뾰족한 대안도 없이 정읍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
부시장 집무실에서 발길을 옮겨야 했다.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