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들쥐의 폐 조직>
당시 이호왕 교수님 연구팀의 주된 검사 대상은 채집한 들쥐의 신장(kidney), 비장(spleen), 간(liver) 등이었다. 즉, 이들 조직의 부유액을 조직배양세포에 접종한 뒤 세포가 병증을 일으키는지 관찰하고, 그 원인체를 동정하는 전통적인 방법이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많은 바이러스들은 배양세포에서 뚜렷한 병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더구나 한탄바이러스는 세포병변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당시의 방법은 유행성출혈열 원인체를 규명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접근이었다.
반면 내가 시도한 형광항체법은 조금 다른 전략이었다. 들쥐 조직 안에 어떤 병원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회복기 환자의 혈청 속 항체를 이용해 조직 내에서 직접 병원체를 찾아내려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 전략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필요했다. 그때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유행성출혈열의 원인체가 무엇이 됐든 ‘항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동시에 회복기 환자의 혈청 속에는 그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축적된 역학 연구 결과들을 통해 이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형광항체법이야말로 미지의 병원체를 추적하는 데 승부를 걸어볼 만한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당시 폐 조직은 연구 대상에서 거의 관심 밖에 놓여 있었다.
“너무 지저분하다.”
“조직배양실만 오염시킨다.”
대부분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폐 조직에 자꾸 마음이 끌렸다. 감염이 흡입을 통해 이뤄진다면, 폐는 가장 먼저 병원체와 맞닥뜨리는 관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교실의 중심 연구공간이던 조직배양실에서는 폐 조직이 오염원 취급을 받아 경원시했다.
그러나 그곳으로 부터 멀직이 떨어진 내 실험실에서는 이를 다루어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교수님께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은 채, 들쥐를 해부할 때마다 신장 등 주요 장기와 함께 폐도 별도로 채취해 조심스레 검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폐 조직은 형광항체법의 재료로 다루기가 유난히 어려웠다. 냉동 조직은 스펀지처럼 쉽게 부서졌고, 냉동절편은 번번이 망가졌다. 몇 개의 쓸 만한 표본을 얻기 위해 반나절 내내 냉동절편기 앞에 매달려 씨름해야 하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어렵게 표본을 만들어도 문제는 또 있었다. 현미경 속 폐 조직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형광물질들이 뒤엉켜 나타났고, 혼란스러운 형광반응은 다른 조직보다 훨씬 심했다.
그럴 때마다 폐 조직 검사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전에 신장이나 다른 조직에서 보았던 바로 그 ‘의문부호의 형광체’들이 폐 조직에서는 훨씬 더 선명하고 자주 나타나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혼란 속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어떤 들쥐들의 폐 조직에서는 비슷한 형광반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실험노트를 다시 들춰보던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형광반응은 모두 같은 종류의 들쥐, 바로 ‘등줄쥐’에서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동안 애매하게 의문부호(?)로만 표시해 두었던 기록들이 무작위로 나타날 수 있는 실험적 오류의 기록이 아닌, 어떤 특정 종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관한 기록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동안 실험노트를 바라본 채 움직이지 못했다.
“혹시… 뭔가에 한발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날 이후부터 나는 애매한 형광반응 옆에 붙이던 ‘?’ 대신,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 표시를 적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