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울산지역 화물차량들의 불법 밤샘 주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구 성안동 함월 구민운동장 주변은 대형 화물차량 주차지를 방불케 할 정도다. `대형차량 밤샘 주차금지`라는 현수막 앞에 버젓이 주차한 건 대놓고 행정력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구뿐만 아니다. 울산 외곽지역에 나가면 거대한 화물차량들이 곳곳에 음침하게 주차돼 있다. 이러다 불법 밤샘 주차가 합법으로 둔갑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화물차 불법주차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대형 사고가 터져야 부랴부랴 이쪽으로 눈길을 돌릴 건가.
불법 밤샘 주차의 경우, 심각성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게 문제다. 단속에 적발돼도 3일~5일의 운행정지 또는 5만원~20만원의 과징금이 전부다. 화물차량 불법 밤샘주차 단속이 시작되면 운전자들은 으레 "차고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자신들이 주거하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하면 불편하니 주거지와 인접한 곳에 주차장을 마련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지자체가 조례까지 제정해 차고지 이외 주차 가능지역을 새로 확보해뒀다. 그럼에도 운전자들이 뒷골목이나 심지어 대로변에다 밤새 차를 세워뒀다가 아침 무렵에 운행을 시작한다.
이들이 대로변이나 주택가 이면도로, 고가도로 밑 등에 불법주차는 데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다. 지정된 차고지를 이용하면 그 만큼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2.5톤~4.6톤 대형 화물차량의 경우 월 차고지 비용이 9만원 정도다. 이 돈을 아끼려고 운전자들이 밤샘 불법주차를 감행하는 통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입는다. 대형 차량의 불법 밤샘주차가 야기하는 실제 문제는 교통사고 위험성이다. 대로변에 불법 주차한 대형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해 승용차 운전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해도 불법주차 차량의 책임은 30% 정도다. 결국 추돌한 차량에 더 많은 과실 책임이 돌아가는 셈이다.
불법주차가 적발돼도 운송정지 5일이나 20만원 과태료로 끝난다면 처벌이 오히려 법질서 준수의식을 해이하게 만든다. 그러니 `단속기간만 피하면 된다`는 운전자의 기회주의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화물차 불법 밤샘주차는 이제 단순한 도로교통법상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화 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생활 불편, 범죄, 환경오염 등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