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때 부자의 연을 맺은
객지에 나가있는 큰아들이
제 생일이라고 찾아와 장어를 샀다
둘째 셋째는 다른 일로 빠지고
아내와 셋이서 축배를 들었다
노릇노릇 지글지글 익어가는 장어
깻잎 쌈에 생강 듬뿍 양념장 곁들이니
소주가 술술 들어간다
일본어과 재학 내내 장학생이었는데,
취업이 여의찮아 선택한 일용직 !
그 어렵게 번 돈으로 장어를 사니
아비 목구멍에 넘어가는 것은
장어 고기가 아니라
생전 처음 먹어보는 용의 고기 !
바르게 잘 커 주어 고맙다고맙다
말할까 말까 망설 망설이다가
끝내 말하지 못한 고맙다 사랑한다
냅킨을 꺼내어 입을 닦는 척
고인 눈물을 훔쳤다
지금은 흙 속에 장어일지라도
하늘을 날으는 용의 꿈을 꾸거라
용이 되거라, 나의 아들아 !
200822
첫댓글 가슴 찡 하네요 ~